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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 이 선수] 금빛 피날레…정진화·최정이 전한 아름다운 작별

입력 : 2023-09-26 06:00:00 수정 : 2023-09-25 23:4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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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행복했습니다.”

 

처음 꿈을 꾸었던 그 날부터 앞만 보고 달려왔다. 숱한 고난을 마주했지만 보란 듯이 이겨냈다. 잘 싸웠고 훌륭하게 해냈다. 눈물과 땀을 무기 삼아 한 걸음씩 나아갔다. 그리고 이제, 가장 높은 곳에서 ‘마지막’을 이야기하려 한다. 인생 한 챕터를 정리하려 한다. 남자 근대5종 정진화(34·LH), 여자 펜싱 최인정(33·계룡시청)이 ‘항저우 아시안게임(AG)’을 끝으로 태극마크를 내려놓는다. 매 순간 최선을 다했기에 웃을 수 있다. 지난날을 돌아보며 “행복했다” 말한다.

 

사진=뉴시스

 

◆ 근대5종의 ‘최초맨’ 

 

정진화는 어린 시절부터 타고난 스포츠맨이었다. 다재다능했다. 중학교 2학년 때 근대 3종(사격, 육상, 수영)을 접하며 본격 엘리트 스포츠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고등학교 1학년, 최연소로 국가대표에 발탁됐다. 이후 세 번의 올림픽(2012 런던, 2016 리우, 2020 도쿄)과 두 번의 AG(2014 인천, 2022 항저우) 무대를 밟았다. 한국 최초로 세계랭킹 1위, 세계선수권 최초 금메달, 파이널 최초 금메달 등 굵직한 발자취를 대거 남겼다.

 

매일매일 자기 자신과 싸우는 시간이었다. 스스로 한계를 뛰어넘었을 때 비로소 순위싸움이 가능한 까닭이다. 벼랑 끝에 몰렸던 기억도 있다. 대학교 2학년이었다. 무릎 십자인대가 끊어졌다. 기량이 만개하던 시점이라 아쉬움은 더 컸다. 2010 광저우 AG를 포기해야 했다. 일각에선 선수생활을 계속할 수 있겠냐며 의심 섞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주저앉지 않았다. 3년간 재활에 매달렸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며 하나씩 매듭을 풀어나갔다.

 

피날레 또한 정진화다웠다. 도쿄올림픽에 이어 항저우AG서도 개인 4위를 마크했다. 단체전 금메달에 일조했다. 지난 20일 펜싱 랭킹라운드서 부침을 겪었지만(14위) 경기 내내 후배들을 격려하기 바빴다. 결승선을 통과한 뒤에야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은퇴라는 두 글자를 꺼냈다. 정진화는 “맏형으로서 부족한 면이 많은데도 후배들이 끝까지 믿고 따라와 줬다”면서 “(준비하는 동안) 체력적 부담을 느꼈다. 대표팀 마지막을 금메달로 장식해 행복하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 욕심 많았던 ‘눈물의 여왕’

 

최인정 역시 펜싱과 동고동락했다. 한국 여자 에페의 역사와 궤를 같이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작은 단순했다. 금산여중에 입학했는데, 때마침 펜싱부가 있었다. 세부종목은 에페 하나였다. 우연한 만남이었지만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19살이었던 2010년 대표팀에 합류했다. 이듬해 아시아펜싱선수권서 여자 에페 개인전 금메달을 따내며 에이스로 급부상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선 동료들과 은메달을 합작했다. 한국 여자 에페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었다.

 

눈물의 여왕으로도 유명했다. 생애 첫 AG였던 2014년 인천 대회 때였다. 중국과의 단체전 결승서 대패(13-43)한 뒤 분한 마음에 눈시울을 붉혔다. 2016년 리우올림픽 단체전 8강에선 에스토니아에 1점 차로 패했다. 마지막 주자였던 최인정은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인 양 자책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AG 중국과의 단체전 결승에선 석연치 않은 심판 판정으로 속앓이를 했다. 2021년 진행된 도쿄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내줬지만 후배들을 먼저 다독였다.

 

13년간 세 번의 올림픽(2012 런던, 2016 런던, 2020 도쿄)과 세 번의 AG(2014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 2022 항저우)에 출전했다. 그토록 갈망하던 금메달을 마침내 거머쥐었다. 대표팀 은퇴 무대라 결심하고 피스트에 오른 항저우에서 처음으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심지어 결승 상대는 후배 송세라(부산광역시청)와의 집안싸움이었다. 최인정은 “올림픽 금메달은 못 땄지만 만족할 만한 경기가 많았다. 이쯤에서 물러나는 게 맞는 듯하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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