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되찾겠다”
‘KK’ 김광현(33·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활짝 웃었다. 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2021 메이저리그(MLB)’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3피안타 2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으며 팀의 5-3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3승(5패)째. 동시에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플러스(QS+·7이닝 이상 3자책 이하)이자 시즌 첫 무실점 경기, 시즌 첫 연승이다. 평균자책점은 3.79에서 3.39까지 끌어내렸다.
◆ 언더독의 반란, 공은 둥글다
무게중심이 샌프란시스코에 다소 쏠려 있었던 경기다. 미국의 저명한 통계전문사이트 ‘파이브서티에잇’은 샌프란시스코의 승리 확률을 64%로 예측하기도 했다. 그만큼 샌프란시스코는 강하다.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에서 LA다저스와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이날 경기 전까지 MLB 전체 승률(0.639) 1위를 마크했으며 타선 역시 NL 팀 OPS(출루율+장타율) 1위였다. 심지어 선발 맞대결을 펼친 케빈 가우스먼은 NL 사이영상 후보로 꼽히는 에이스다.
김광현은 최고의 피칭으로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꿨다. 총 투구 수는 89개(스트라이크 58개).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주무기인 슬라이더(38개)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직구(33개)와 체인지업(15개), 커브(2개), 싱커(1개) 등도 섞었다. 최고 구속은 91.1마일(약 147㎞)까지 찍혔다. 무엇보다 효율적인 투구가 돋보였는데 5회와 6회엔 각각 공 6개, 5개를 던졌다. 지역지 ‘세인트루이스 포스트 디스패치’는 “김광현이 가우스먼보다 효율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호평했다.
◆ 뜨거워진 날씨, 구위가 살아난다
출발은 다소 삐걱거렸던 김광현의 2021시즌이다. 스프링캠프 도중 허리 통증을 느껴 부상자명단(IL)에 올랐던 것이 시작이었다. 특히 5~6월은 긴 터널을 지나가는 듯했다. 4월 24일 신시내티 레즈전(5⅔이닝 1실점)에서 시즌 첫 승을 거둔 뒤 무려 10차례 등판에서 승리를 맛보지 못했다. 계속해서 엇박자가 났다. 잘 던지고도 타선 지원을 못 받아 빈손으로 돌아서는가 하면 승부처에서 한 발 앞서 강판되는 날도 있었다. 스스로 초조함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간절함으로 무장한 김광현은 제 자리를 찾았다. 가장 자신 있는 슬라이더 구위를 회복했다. 우타자 기준 몸 쪽 낮은 곳으로 급격하게 휘어 들어가는 김광현표 슬라이더는 좌우를 가리지 않고 위력적이다. 땅볼 유도가 크게 늘어난 배경 중 하나다. 이날도 3회를 제외하곤 매 이닝 땅볼을 이끌어냈다. 슬라이더에 만들어진 12개의 타구 중 10개가 범타로 처리됐다. 그간 보여주는 용으로 활용해온 체인지업의 비중을 높인 것도 슬라이더 효과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
김광현은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경기 후 김광현은 “기분 좋다. 7회 공격 때 (승리투수 요건을 채우는) 2점이 나서 더 좋았다”고 밝혔다. 전반기를 돌아보면서는 “작년에 잘했던 만큼 자신감을 가지고 올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부상과 부진이 겹쳐 힘들었다”고 솔직히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을 계기로 자신감을 찾고, 앞으로 조급함보다는 경기를 즐기며 후반기를 잘 마쳤으면 좋겠다. 남은 경기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사진=AP/뉴시스 (김광현이 6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전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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