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지훈이 영화 ‘발레리나’에 대한 강한 만족감을 나타냈다. 대중은 김지훈의 연기를 보고 박수를 쳤다. 배우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작품도 살고, 대중은 보는 맛을 찾고.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콘텐츠의 바다 속, ‘발레리나’가 귀한 이유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발레리나(이충현 감독)는 경호원 출신 옥주(전종서)가 소중한 친구 민희(박유림)를 죽음으로 몰아간 최프로(김지훈)를 쫓으며 펼치는 아름답고 무자비한 감성 액션 복수극.
최프로는 복수를 위해 일부러 자신에게 접근한 옥주에게 자기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한 얼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고, 자신의 자존심이자 분신같은 7억 원의 고급 스포츠카를 빼앗긴다. 이후 옥주를 없애기 위해 혈안이 된 인물이다.
김지훈은 쾌락과 이득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서슴치 않는 최프로로 분했다. 그는 “넷플릭스 시리즈 ‘종이의 집’으로 전종서 배우와 인연이 생겼고, 종종 이충현 감독과 함께 봤다. 그런 과정에서 전종서를 통해 발레리나를 건내받게 됐다”라며 “영화 출연에 대한 갈망이 있었는데, 이렇게 멋있고 세련된 영화에 참여할 수 있다니. 정말 감독님에게 감사할 일이다”라고 출연 과정을 설명했다.
6일 공개한 발레리나는 요즘 말로 ‘힙하다’. 트렌디하고 개성이 넘친다. 스토리는 익숙하지만 이어지는 장면들이 클리셰(판에 박힌 공식이나 장면 또는 진부한 표현)를 비켜간다. 한국어 대사가 아니라면 어느 나라 영화인지 헷갈릴 만한 배경과 연출, 편집의 리듬감과 음악 등 새로운 시도로 가득 찼다.
김지훈도 고개를 끄덕인다. 자신의 영화 감상과 거의 비슷하다며 큰 눈을 반짝인다. 그는 “대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영화가 대본과 거의 다름 없이 나왔다”라며 “이야기 서사는 단순하지만 초반 사건을 모티브로 옥주가 달려나가는 힘, 감정선이 강하게 와닿은 작품이다. OTT는 언제든 집에서 관람하실 수 있지 않나. 언제 보셔도 대리만족을 할 수 있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발레리나는 지난달 공개 이후 국내 영화부문 1위, 글로벌 TOP10 영화(비영어 부문) 1위, 89개국 TOP10을 기록하며 전 세계 시청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김지훈은 “저도 사람인데, 성적이 잘 나오면 기분이 좋고, 아쉬우면 실망스럽다. 이젠 성적보단 저 스스로 만족스러운 작품이 될 때가, 그게 진짜 저한테 큰 의미가 있다”고 언급한다.
특유의 솔직 담백한 대화가 이어진다. 그는 “오래 일을 하다보니 기대와 실망이 반복된다. 대중의 평가에 제 감정을 맡기기 보다는 스스로 잘 선택해서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대해서 만족할 만하면 그걸로 좋은 보람을 느낀다”면서 “그런 점에서 발레리나의 만족감은 만족도가 최상이다. 우려했던 부분도 있지만 충분히 매력적으로 결과가 나온 거 같다. 보자마자 감독님께 고생하셨다고 연락을 드렸다”고 덧붙였다.
최프로는 클럽에서 잘생긴 얼굴로 여성을 꼬드겨 마약(물뽕)을 먹이고, 불법 영상을 촬영한 뒤 협박하는 범죄자다.
기자는 클럽에서 만난 옥주와 최프로, 그리고 이 둘이 차 안에서 수 싸움을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마치 원나잇을 하러 가는 듯 하지만 옥주는 최프로에게 복수를, 최프로는 몰카 촬영을 계획중이다.
기자의 말에 김지훈은 “시나리오에 충실하게 노력하려고 했다. 클럽에서 말 거는 톤을 잡는데 고민을 했다” 악역이라서 어떻게 보여야 한다라는 강박이 있는데, 현장에서 바꾸었다. 클럽에서 여자를 유혹하기 위한 상황이 부자연스럽지 않게, 너무 가벼움도 않게 연기를 하려 했다”면서 웃는다.
이어 김지훈은 “레퍼런스를 찾을 수 없는 독특한 악역이었다. 절대적인 카리스마도 포기할 수 없었고, 현실적인 느낌도 가져가야 했다. 비인간적으로 흠결이 없는 모습인데, 어쩔 때는 지질했다가 세상 구차하고 비굴해야 한다. 혼자서 머리를 싸매고 ‘어떻게 대사를 해야 할까’ 진짜 고민을 많이 하면서 만들었다”라고 설명한다.
이어 “피해자들보다 우월함을 느끼는 듯 하다가 마지막에 최후의 순간에 목숨을 구걸하기 위해 버러지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나. 이런 간극로 하여금 입체적인 인물로 보여질 수 있도록 노력을 했다”라면서 촬영 순간을 돌아봤다.
이번 작품은 김지훈이 얼마나 캐릭터에 대해 분석을 하고, 전체를 보는 눈이 좋은지 알 수 있다. 앞으로 스크린에서 더 자주 보고싶다는 욕심도 생긴다.
그는 “준비를 정말 많이 하는 편이다.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테스트를 해본다. 그 중에서 나름의 좋은 것들을 뽑아서 준비를 한다. 아직 내 감각에 맡기고, 동물적인 느낌으로 했을 때 잘 할 수 없을 거 같단 생각을 했다”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인다.
이어 “30년, 40년 차가 되면 모르겠지만, 아직은 이렇게 준비하지 않으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없는 거 같다. 그래서 치열하게 준비하고 완벽하게 준비하려고 한다. 특히나 마지막 신은 처절하고 힘들고 감정이 들어가고 대사도 많고. 특히나 더 준비를 많이 한 장면이다. 아직 안 보신 분들이 있다면 어떻게 보셨을지 궁금하다”면서 큰 눈을 반짝인다.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그다. 김지훈은 “배우라는 일은 경력이 쌓이고 아는 게 많아질수록 피곤해진다”며 웃는다.
그는 “보이는 게 많아질 수록 더 노력하게 되는 직업이다. 아직 20년 밖에 안 해봤지만 죽을 때까지 최선을 다 할 수 밖에 없다”며 “너무 좋아하는 일이기에 인정을 받고 싶다. 제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게 많다. 스스로 연기에 대한 결핍을 느끼니 더 노력하게 된다”라고 연기를 대하는 마음가짐을 전했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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