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주는 건 없습니다.”
실전 경기만큼이나 치열했다. 사령탑들의 수싸움은 물론, 물러설 수 없는 자존심 대결이 현장을 뜨겁게 달궜다. 유쾌함과 팽팽함이 공존한 미디어데이 현장은 2026년 가을야구의 피날레를 기대케 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일 2026 신한 SOL KBO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미디어데이를 개최했다. 1차전을 앞두고 KT와 삼성의 감독과 각 팀 대표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여 출사표를 던졌다.
기선제압이 중요하다. 역대 42번의 KS 중 1차전 승리 팀이 우승을 차지한 경우는 31차례다. 플레이오프(PO)를 관전하며 대비를 마친 장성우(KT)는 “삼성과 KIA 모두 전력이 탄탄한 팀이라 상대와 상관없이 우리 팀 준비에 집중했다”며 “2021년 우승 당시 힘든 경기를 많이 치렀지만, 올해는 정규리그 1위를 일찍 확정 짓고 여유 있게 준비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에 맞서는 원태인(삼성)도 헌신과 각오를 다졌다. PO서 낯선 불펜 보직을 완벽히 수행한 원태인은 “감독님이 그만큼 나를 믿어주신다고 생각해 흔쾌히 받아들였다”며 “2년 전 아쉬움을 잊지 않고 있다. 그 분함을 마운드 위에서 쏟아붓겠다”고 다짐했다.
경기장 밖 설전도 뜨거웠다. 장성우는 절친 강민호(삼성)를 향해 거침없는 한 방을 날렸다. 그는 “호텔에서 잠시 만났을 때 반지 한번 끼게 봐달라고 하더라”며 “하지만 승부의 세계에 봐주는 건 없다. 미안하지만 이번에도 반지를 끼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단칼에 잘라냈다.
구자욱(삼성)은 팀의 끈끈한 분위기를 앞세워 응수했다. 빡빡한 일정 속 체력적인 부담을 안고 있지만 사기는 최고조라는 설명이다. 구자욱은 “사실 PO 1차전에 즐기지 못했다. 2차전부터 선수들이 즐기기 시작하면서 팀 분위기가 크게 살아났다”며 “상대가 강팀이지만 이 분위기를 발판 삼아 끝까지 좋은 경기를 치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베테랑을 향한 든든한 신뢰도 잊지 않았다. 정규리그 지명타자에서 이번 포스트시즌(PS) 수비 부담이 큰 좌익수로 헌신 중인 최형우를 향해 구자욱은 “형우 형이 시즌 내내 지명타자로 뛰었기 때문에 지금 (수비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몇 경기 남지 않았으니 조금만 더 힘을 내주길 바란다”고 미소를 지었다.
전력 사정은 대조적이다. 일찍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KT는 연습경기로 실전 감각을 끌어올렸으며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반면 삼성은 PO서 KIA와 5차전 혈투를 치루고 올라와 선발과 불펜 소모가 극심하다. 초반 로테이션과 마운드 운용이 빡빡한 상황이다. 장성우는 “결국 기싸움이 중요하다. 우리가 KBO에서 분위기 제일 좋은 팀”이라고 자신했다. 원태인은 “7, 8, 9회가 가장 재미있는 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두 팀 모두 선발진이 좋은 만큼 치열한 불펜 싸울에서 승부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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