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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원의 쇼비즈워치] 일본 진출 넘어 리브랜딩·재데뷔…라잇썸의 이색 승부수

입력 : 2026-11-02 07:00:00 수정 : 2026-11-02 09:3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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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워너뮤직재팬
사진 제공 = 워너뮤직재팬

 

지난 9월23일 걸그룹 라잇썸이 일본 데뷔 음반 ‘Re:idol’을 내고 국내 데뷔 5년여 만에 일본 시장으로 진출했다. 그런데 그 방식을 두고 K-팝 아이돌 사상 처음 보는 진출 패턴이란 얘기가 나온다. 이렇듯 실험적이고 도발적인 진출 프로세스가 큐브엔터테인먼트 정도 중견급 K-팝 기획사에서 용케도 통과돼 실행에 이르렀단 인상. 라잇썸의 경우 실질적으로 ‘일본 진출’이라기보다 일본을 배경 삼은 ‘리브랜딩’ ‘재데뷔’라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먼저 그간 라잇썸 국내 활동을 살펴보자. 2021년 6월 싱글 ‘Vanilla’로 데뷔해 2024년 8월 디지털 싱글 ‘POSE!’까지 총 2장의 미니앨범과 2장의 싱글, 디지털 싱글 1곡을 발매했다. 음원 성적은 데뷔 타이틀곡 ‘Vanilla’의 멜론 일간차트 531위, 이용자 수 1만8357명이 그대로 커리어 하이로 남았다. 음반 초동 판매량은 미니2집 1만9600여장이 커리어 하이. 그리고 ‘POSE!’ 이후 2년여간 활동 공백기가 이어졌다. 그 사이 8인조로 시작한 팀은 6인조가 됐다.

 

라잇썸 부진의 원인으론 여럿이 꼽힌다. 전형적인 걸리쉬 콘셉트에 별 개성 없는 버블검팝으로 방향을 잡은 점부터 하나의 콘셉트로 통일하기 힘든 멤버들을 모은 점 등 패키징과 브랜딩 차원 문제가 흔히 거론된다. 그러나 더 근본적으론 ‘코로나19 팬데믹 데뷔 팀의 비극’을 거론할 필요도 있다. 특히 팬데믹 여파가 거셌던 2020~2021년 데뷔 팀들 경우, 그중에서도 행사 시장이 주요 수익처 중 하나로 작동하는 중소기획사 걸그룹들 경우 그 타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주요 수익처들이 차례로 작동을 멈추면서 계속 활동을 이어갈 동력도 잃었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페이지는 다음 타자들로 넘어갔단 것.

 

그런데 라잇썸이 ‘특별’해지는 건 그 다음부터다. 2년여 공백기 후 라잇썸은 갑작스레 리브랜딩을 시도한다. 지난 봄 한국에서 화제를 모은 일본 걸그룹 큐티스트리트 소속사인 카와이랩 스타일 아이돌로 전체 콘셉트를 수정하고, 나아가 일본 데뷔와 함께 아예 중심 무대를 일본 시장으로 옮긴단 방향. 사실상 한국 시장을 포기하고 새 시장에서 새 팀으로 거듭난단 발상이며, 아예 ‘일본 아이돌’로 거듭난단 발상이다. 그렇게 지난 8월 일본 OTT 아베마에서 재데뷔 다큐멘터리 ‘Re:idol’을 7부작으로 내보내고 곧바로 일본 데뷔 음반이 나오게 된 순서.

 

현시점까지 일본 데뷔 성과는 아직 미묘한 수준이다. 데뷔 앨범은 발매 첫 주 오리콘 주간 순위 20위를 차지했다. 다소 실망스러운 성적은 맞지만 이후 앨범 일간 순위가 3주 만에 자체 최고 기록 11위에서 4위로 뛰기도 하고, 점차 일본 SNS나 유튜브 등지에서 언급량이 늘어나는 추세이기도 하다. 어찌 됐든 시작 단계로선 나쁘지 않고, 적어도 한국에서 데뷔하던 당시보다 많은 주목을 받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럼 이쯤에서 저 충격적인 라잇썸 리브랜딩 및 재데뷔 전략을 다시 돌아보자. 최소한도 지금까지 K-팝 일본 진출 흐름으로 봤을 땐 잘 이해가 안 가는 점 투성이다. 무엇보다 큐티스트리트가 국내에서 유의미한 반향을 일으킨 건 맞지만, 그렇다면 해당 콘셉트를 국내에서 시도해 볼 만하단 얘기지 어째서 동일 콘셉트가 이미 레드오션에 이르러 있는 일본 시장에 뛰어든단 건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일본엔 이미 같은 카와이랩 소속으로 후르츠지퍼, 캔디튠, 스윗스테디 등이 맹활약 중이고, 이퀄러브나 아이라이프, 큐루링테시테미테 등 동일노선의 다른 소속사 팀들도 많기 때문이다.

 

이밖에 대형기획사 팀이 아닌 이상 자리 잡고 수익을 올리기까지 상대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본 아이돌계 특성 등 다양한 지점에서 우려와 의문점이 많지만, 이처럼 알 수 없는 라잇썸의 재데뷔 기획도 따지고 보면 갑자기 툭 불거져 나왔다기보다 어느 일련의 흐름 연장선에 있단 점 정도는 언급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먼저 아예 콘셉트 자체를 바꾼 리브랜딩이라곤 하지만, 사실 15년 전 카라부터 대략 트와이스 일본 진출 초기까지 K-팝 걸그룹 일본 입성은 ‘아예 다른 개성의 팀’처럼 현지화 모델을 택하는 게 왕도처럼 여겨졌단 점을 돌이켜봐야 한다. 소위 “일본만 갔다 하면 귀여운 콘셉트가 된다”는 전략 말이다. 어떤 의미에선 ‘일본 한정 리브랜딩’이라 봐도 될 정도였기에 아예 일본 중심으로 무대를 옮기면서 그 연장선으로 시도된 기획이라 볼 필요가 있다.

 

한편 멤버 구성도 그런 점에서 달리 읽힌다. 너무들 다른 개성의 멤버를 모아놨기에 통일성 없단 얘기도 들었지만 론칭 당시부터 지금껏 가장 인지도 높은 세 멤버, 나영과 초원, 유정은 모두 Mnet ‘프로듀스 48’ 출신이며 특히 일본 시청자들에 강한 인상을 남긴 일본 내 인기 참가자들이었단 것. 그중 나영과 유정은 타 기획사 연습생을 굳이 영입한 경우여서 애초부터 일본 진출을 명확히 염두에 둔 멤버 구성이란 평가를 받았다. 그렇게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던 일본 진출이 코로나19 팬데믹을 만나 크게 어긋나고, 처음부터 일본 시장을 향해 있던 팀이 부진한 국내 성적 탓에 아예 재데뷔 기획까지 가게 된 셈이다.

 

끝으로, 가히 마법소녀 애니메이션 느낌의 의상과 강렬한 색감, 진한 메이크업 등 ‘일본 왕도 아이돌’ 콘셉트 차용이라곤 하지만, 외양상 차용만으로 차별성 없이 레드오션에 들어섰다고 보긴 어렵단 의견도 많다. 위 카와이랩 스타일은 오히려 한없이 가볍고 걱정 없는 성격 연출과 특유의 자기애 표방 등 멤버들 멘털리티 차원 콘셉트에서 호응을 얻는 부분이 크고, 그 점에서 라잇썸은 외양만 일본풍일 뿐 다른 요소들은 K팝 아이돌 면면을 고스란히 유지해 그 자체로 차별성을 보여주고 있단 것. 근래 시작한 라잇썸 자체 콘텐츠는 아예 음주 회식 콘셉트로 진행되는 중이다. ‘카와이하지만 카와이하지 않아’ 흥미롭단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이렇듯 라잇썸 리브랜딩-재데뷔 기획은 여러모로 지켜볼 만한 구석이 많다. 향후 성공 여부도 궁금하지만, 여기까지 기획이 이르게 된 경위를 돌아보는 것만으로 K-팝이 그간 일본이란 거대 시장을 두고 시도해 온 가지각색 전략과 도전의 흐름을 엿볼 수 있어 사뭇 흥미롭다. 물론 결국 유의미한 성과까지 거두게 된다면 또 다른 중요 연구 대상이 될 테다. K-팝의 진화는 곧 K-팝 해외 전략의 진화를 가리키고, 과거 전략을 나태하게 답습하지 않으려는 자세가 곧 지금의 K팝을 만들어냈단 점에서 반드시 주목해 볼 필요가 있는 사례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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