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배우 김혜자가 9년 만에 다시 관객들 앞에 섰다. 이번 출연작인 ‘여전히 찬란하게’는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를 두 소녀의 우정이라는 소재로 여운 있게 담아냈다.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 영화 평점 9.87점을 기록한 데 이어 CGV 골든에그지수 96%를 달성했다. 김혜자의 깊이 있는 연기가 작품의 감동을 더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영화는 1942년 일제강점기 경상도의 한 산골 마을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어린 시절부터 둘도 없는 단짝인 열일곱 소녀 순옥(박서경)과 정임(최주은)은 고된 일상 속에서도 웃음과 꿈을 잃지 않는다.
노래에 재능이 있는 정임은 가수를, 그런 친구를 응원하는 순옥은 그녀를 무대에 올리는 단장이 될 거란 꿈을 키운다. 그러나 평화로운 일상도 잠시, 일제의 강제 동원이 마을에까지 닥치면서 두 소녀의 운명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로부터 60년의 세월이 흐른 뒤, 순옥(김혜자)은 오랫동안 찾아 헤매던 친구 정임(차미경)과 극적으로 재회한다. 두 사람은 나들이를 위해 다시 서울행을 결심하지만, 순옥은 정임이 자신의 이름은 물론 함께했던 추억까지 조금씩 잊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에 순옥은 젊었던 두 사람의 찬란한 날들을 하나씩 불러낸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오래 여운이 남는 장면은 순옥이 기억을 잃어가는 정임에게 "사람이 기억을 잊는다는 건 살아보려고 그러는 거야"라고 다독이는 대목이다.
강제 동원이라는 아픈 시절을 지나온 두 사람에게 망각은 어쩌면 고통스러운 기억을 내려놓고 남은 삶을 버텨내기 위한 방식이었을지 모른다. 영화는 이렇게 기억의 상실을 따뜻한 시선으로 감싸 안는다. 하지만 현실에서 기억을 잃어가는 일은 마냥 담담하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평생의 추억은 물론 소중한 사람의 이름까지 하나둘 기억에서 지워진다.
치매 환자는 초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빠르게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치매역학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치매 환자는 지난해 약 97만 명에서 올해 101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치매의 전 단계로 꼽히는 경도인지장애 환자도 지난해 약 298만 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는 기억력과 언어 능력, 판단력 등 인지 기능이 떨어져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질환으로, 잠깐 깜빡하는 건망증과는 다르다. 알츠하이머 치매와 같은 퇴행성 질환은 대개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지 않는다.
정상적인 노화와 치매 사이에는 '경도인지장애'라는 단계가 있다. 깜빡하는 일이 부쩍 잦아지거나 정도가 심해졌다면 이 단계를 의심해 보고, 치매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도인지장애는 기억력과 언어 능력 등 인지 기능이 눈에 띄게 떨어졌지만, 일상생활에는 큰 지장이 없어 아직 치매로 진단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대표적 증상은 물건을 어디에 뒀는지 자주 잊거나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이것', '저것' 등의 표현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전보다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처럼 아직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경도인지장애 단계는 관리에 나서기에 적기이기도 하다.
한의학에서는 이 시기부터 침·약침, 한약 처방 등을 활용해 뇌 기능 저하를 늦추고 치매를 예방하는 데 힘쓴다. 대표적 처방으로는 육공단이 꼽힌다. 육공단은 뇌 신경세포를 보호하고 기억력 개선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러한 효능은 연구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자생한방병원이 SCI(E)급 국제학술지 '생물학(Biology)'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육공단은 해마 신경세포를 보호하고 알츠하이머의 주요 원인인 ‘타우(tau) 단백질’의 변형을 억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육공단의 구성 약재인 산수유 유래 성분 ‘올레아놀산’이 뇌세포 손상에 관여하는 효소(GSK3β)의 활성을 억제해 신경세포 보호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분석됐다.
침 치료 역시 치매 예방을 위한 좋은 선택지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은 침 치료의 알츠하이머 개선 효능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를 유발한 실험 쥐를 대상으로 2주 동안 6차례에 걸쳐 전침 치료를 시행했다. 그 결과 전침 치료를 받은 실험군은 치료를 받지 않은 대조군보다 인지 기능이 약 29% 향상됐다.
영화 속 기억의 상실은 두 친구의 오랜 우정을 더욱 애틋하게 만든다. 그러나 현실에서 반복되는 기억력 저하는 치매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
기억력이나 인지 기능에 변화가 나타난다면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여기지 말고 조기에 정확한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기억은 한 사람의 삶을 담은 소중한 기록인 만큼, 꾸준한 관심과 관리로 건강한 노년을 준비해야 한다.
이진호 자생한방병원장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