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동률이 데뷔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오케스트라 없이 꾸민 콘서트를 전 회차 매진으로 마무리했다.
김동률은 지난 17일부터 2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총 7회에 걸쳐 ‘2026 김동률 콘서트 오래된 노래’를 개최했다. 공연은 티켓 오픈과 동시에 전 회차 전석 매진됐으며 회당 약 3000명, 총 2만1000여 명의 관객이 함께했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눈에 띈 변화는 오케스트라의 부재였다.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자신의 공연을 대표하는 요소로 활용해온 김동률은 데뷔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풀 오케스트라 편성을 빼고 밴드와 자신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공연 전부터 이 같은 변화는 재치 있게 소개됐다. 김동률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던 배우 이동욱과 공유가 직접 녹음한 공연 관람 안내 방송을 통해 이번 무대를 “김동률이 칼과 방패를 내려놓고 전쟁에 나가는 기분으로 준비했다”고 설명해 객석의 웃음을 끌어냈다.
첫 곡도 단출했다. 피아노 한 대가 놓인 무대에서 김동률은 ‘겨울잠’으로 공연의 문을 열었다.
그는 “이번 공연은 2년 전 ‘산책’ 콘서트와 함께 세트로 기획했던 무대”라며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제 음악의 시그니처인 것은 맞지만 공연을 계속 미루다 보면 ‘김동률 이제 오케스트라 못 세우나 봐’ 하고 오해하실까 봐 7년 만에 극장 공연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오케스트라의 자리는 김동률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밴드 ‘율밴’과 세션 연주자들이 채웠다. 기타·베이스·드럼을 중심으로 코러스와 현악기, 간결한 브라스가 더해졌다.
김동률 역시 “화려한 오케스트라 사운드에 조금 가려졌을지도 모를 우리 율밴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다”며 이번 공연의 방향을 설명했다.
연주자 개개인의 색깔도 곳곳에서 드러났다. 멜로망스 정동환은 클래식과 재즈를 오가는 건반 연주를 맡았다. 김동률은 “극강 난이도의 곡을 치느라 가장 스트레스를 받았을 텐데 정말 훌륭하게 연주해줬다”고 말했다.
‘낙엽’은 반도네온 연주자 고상지와 함께 탱고 스타일로 재해석했다. 김동률은 2008년 ‘프롤로그’ 공연에서 ‘뒷모습’을 함께했던 고상지와 18년째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며 “반도네온과 함께할 수 있는 레퍼토리를 계속 늘려가는 과정이 뜻깊다”고 전했다.
퍼커션 연주자 김진환의 아이디어로 연주자들을 전면에 배치한 ‘뒷모습’, 트럼펫 연주자 조정현이 2년간 연습한 휘슬이 더해진 ‘출발’, 기타리스트 김동민의 핑거링을 앞세운 ‘사랑이 아니라 말하지 말아요’ 등 세션 연주자들의 개성을 살린 무대도 이어졌다.
무대 역시 화려한 디지털 효과보다는 손으로 만든 질감을 살렸다. ‘여름의 끝자락’과 ‘Moonlight’에서는 무대를 가리고 있던 막이 열리며 푸른 밀밭과 민들레 홀씨가 흩날리는 하늘을 형상화한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김동률은 “기획사 식구들과 한 땀 한 땀 밀 모형을 직접 심어 완성한 아날로그적인 무대”라고 소개했다. 강풍기로 밀밭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만들고 나무 그림자를 프로젝션으로 표현하는 등 세세한 연출도 더했다.
수년 동안 김동률 콘서트의 음악감독과 지휘를 맡아온 이지원 감독은 이번에는 객석에서 공연을 지켜봤다. 대신 ‘오래된 노래’의 현악 3중주 편곡 등에 참여했다.
15분간 인터미션을 마친 2부에서는 ‘Bike Riding’, ‘출발’, ‘첫사랑’, ‘기필코’로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취중진담’과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등 대표곡들이 이어졌다. 앙코르 ‘그 노래’와 ‘동행’까지 총 20곡을 선보였다.
대형 공연장에서 규모를 키우는 대신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공간과 음향을 활용해 노래와 연주의 결을 가까이 전달하는 데 집중한 무대였다. 김동률에게 익숙했던 오케스트라를 내려놓은 대신 함께 연주하는 사람들의 호흡을 앞으로 끌어냈다.
김동률은 공연을 마치며 빠르게 변하는 음악 환경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그는 “음악 환경과 정의가 너무 빠르게 변해 따라잡기 힘들고 고민도 많지만, 휩쓸리지 않고 저만의 속도를 지키면서 저답게 묵직하게 음악을 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다소 낯선 구성이었음에도 이 큰 극장을 가득 채워주신 여러분 덕분에 공연을 준비하는 동안 정말 행복했다”며 “우리 조금만 더 늙어서 다시 만나자”고 관객들에게 인사했다.
김동률은 2023년 KSPO DOME에서 열린 ‘멜로디’ 콘서트로 약 6만 명, 2025년 ‘산책’ 콘서트로 약 7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번에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으로 자리를 옮겨 7회 공연을 모두 매진시키며 약 2만1000명의 관객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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