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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희의 눈] 김밥 한 줄이 도시를 살릴 수 있을까

입력 : 2026-10-25 10:56:17 수정 : 2026-10-25 10:5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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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 한 줄이 도시를 살릴 수 있울까? 문득 궁금해졌다.

 

요즘 대한민국은 축제 중이다. 봄에는 꽃축제, 여름에는 물축제, 가을에는 먹거리축제, 겨울에는 눈축제가 열린다. 주말마다 전국 어디선가 축제가 벌어진다. 축제가 너무 많다 보니 이름만 바꾸면 어느 지역 행사인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다. 유명 가수가 노래하고, 먹거리 장터가 열리고, 지역 특산물을 판매하는 비슷한 풍경이 반복된다. 그런데 최근 조금 다른 축제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김밥을 말고, 라면을 끓이고, 빵을 굽는 축제들이다. 특별할 것 없는 음식들이 도시의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경북 김천이다. 김천시가 젊은 세대에게 김천의 이미지를 물었더니 '김밥천국'을 떠올리는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황당할 법한 대답을 김천시는 축제로 만들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김천김밥축제다. 결과는 놀라웠다. 2024년 첫 축제에 약 10만 명, 지난해에는 15만 명이 방문했다. 올해는 김밥 종류를 60여 가지로 늘리고 행사 기간도 사흘로 확대했다. 심지어 김밥을 영어로 하면 '바비킴'이라는 말장난에 가수 바비킴까지 축제 무대에 올랐다. 이런 발상을 누가 했을까. 칭찬하고 싶다. 지역을 알리겠다고 거창한 구호를 외치는 대신 국민을 웃게 만들어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다.

 

구미는 라면을 선택했다. 구미에는 실제로 농심의 라면 생산공장이 있다. 이 지역의 산업적 특징을 활용해 '공장에서 갓 튀긴 라면'을 축제의 매력으로 만들었다. 지난해 구미라면축제에는 약 35만 명이 다녀갔다. 구미시가 카드 소비와 행사장 매출 등을 분석한 결과 축제 기간 소비금액은 약 28억 6천만 원이었다. 방문객 중 외지인 비율도 40%를 넘었다. 라면 한 그릇을 먹으러 다른 도시까지 찾아가는 일이 경제적 성과로 이어진 것이다. 그저 유명 가수를 부른 행사가 아니라, 구미에서만 즐길 수 있는 경험을 만들어냈다는 점이 중요하다.

 

대전은 빵이다. 성심당으로 유명한 대전에는 올해 빵축제에 지역 빵집 120곳이 참여했다. 지난해에는 이틀간 16만 8천 명이 방문했다. 빵 하나를 사기 위해 기차를 타고 대전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 빵을 사러 왔다가 식사하고, 관광하고, 숙박까지 한다면 그야말로 빵이 도시를 먹여 살리는 셈이다. 문경의 사과축제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약 46만 명이 방문했고, 축제 기간 판매된 사과만 25억 3천만 원어치에 달했다. 농민들에게 직접적인 소득으로 연결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런 축제들이 보여주는 것은 분명하다. 이제 지역의 경쟁력은 무엇을 가지고 있느냐뿐 아니라, 그것을 얼마나 재미있게 보여주느냐에 달려 있다. 김밥은 전국 어디에나 있고 라면은 집에서도 끓여 먹을 수 있다. 빵 역시 동네마다 넘쳐난다. 그런데 사람들은 굳이 먼 길을 찾아간다. 김밥을 먹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김밥과 함께 그 도시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소비하는 것이다. 현대의 관광객들은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이야기와 추억을 산다.

 

물론 축제가 흥행했다고 무조건 성공한 것은 아니다. 방문객 30만 명이 왔다고 발표하면 사람들은 박수를 친다. 경제적 파급효과가 수백억 원이라는 발표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그러나 그 숫자가 실제 지역 상인들의 매출인지, 추정된 경제효과인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축제에 투입한 예산과 행사 이후 지역에 남은 돈도 구분해야 한다. 실제 소비 증가분, 외지인 유입, 주변 상권 매출, 지역 주민의 소득이 얼마나 늘었는지가 중요하다.

 

흥미로운 대목이 하나 더 있다. 대전시는 내년 빵축제 예산을 올해 4억 5천만 원에서 약 40억 원으로 늘리는 계획을 세웠다. 축제의 인기가 높아진 만큼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여기서 질문이 필요하다. 축제가 유명해졌다고 반드시 예산까지 커져야 할까? 빵은 부풀수록 맛있을 수 있지만 축제 예산은 부풀수록 좋은 것이 아니다. 규모의 확대가 지역경제의 성장으로 이어지는지 검증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의 지역축제에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다른 지역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독창적인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둘째, 축제의 수익이 외부 행사대행사에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역 상인과 생산자에게 연결돼야 한다. 셋째, 축제가 끝나도 다시 그 지역을 방문할 이유를 남겨야 한다. 여기에 편리한 교통과 합리적인 가격, 안전한 운영은 기본이다. 아무리 재미있는 축제라도 김밥 한 줄 먹으려고 두 시간씩 줄을 서야 한다면 좋은 기억으로 남기 어렵다.

 

축제의 본래 목적은 사람들을 즐겁게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 지역경제를 살리는 효과까지 더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화려한 무대를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다시 찾고 싶은 도시를 만들었느냐다.

 

김천은 김밥 한 줄에서 가능성을 발견했다. 구미는 라면 한 그릇으로 도시의 새로운 얼굴을 만들고 있다. 지역을 살리는 아이디어가 반드시 거창할 필요는 없다. 어쩌면 지방의 미래는 수백억 원짜리 건물이 아니라, 사람들이 기꺼이 찾아갈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에서 시작될지도 모른다.

 

축제는 사흘이면 끝난다. 그러나 좋은 축제가 남긴 경제적 효과와 기억은 그보다 훨씬 오래가야 한다.

 

/개그맨 겸 방송인 황현희



신정원 기자 garden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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