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조연과 주연을 넘나들며 자신만의 입지를 다져온 배우 이준혁이 차근차근 쌓아온 연기 내공을 첫 원톱 주연작에서 꽃피웠다.
지난 13일 종영한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는 로또 1등에 당첨된 평범한 직장인이 사직서 대신 출근을 선택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오피스 드라마다. 동명의 인기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은 직장인들의 애환과 현실적인 고민을 유쾌하게 풀어내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인기에 힘입어 4주 연속 티빙 주말 구독 기여 1위를 차지했으며, tvN에서 방송된 최종회는 전국 가구 기준 자체 최고 시청률인 6.2%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준혁은 주인공인 홍성인터내셔널 영업 5팀 팀장 공은태 역을 맡았다. 상사의 눈치를 보고 후배들을 챙기느라 하루하루를 버티던 공은태는 어느 날 로또 1등에 당첨돼 13억원을 손에 넣는다. 그러나 회사를 떠나는 대신 이전과 다른 마음가짐으로 출근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직장생활을 이어간다. 부당한 지시에 당당히 맞서고 팀원들을 믿고 이끄는 모습은 직장인에게 통쾌한 대리만족을 안겼다.
이준혁은 로또 당첨 전후로 달라지는 공은태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극의 중심을 잡았다. 초반에는 상사와 후배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직장인의 고단함을 현실적으로 표현했다면, 당첨 이후에는 자신감을 되찾고 동료들과 함께 성장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특히 과장된 감정 표현보다는 자연스러운 표정과 말투, 동료 배우들과의 호흡으로 캐릭터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자신만 돋보이기보다 주변 인물들의 매력까지 살리는 안정적인 연기로 첫 원톱 주연의 무게를 성공적으로 감당했다는 평가다.
이준혁이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를 선택한 배경에는 작품이 전하는 긍정적인 메시지가 있었다. 사회의 부조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만큼이나 모든 것이 올바르게 작동할 때 만들어지는 변화에도 관심이 있었다.
이준혁은 “오래전부터 영화 ‘허드슨강의 기적’을 좋아했다. 모든 것이 올바르게 굴러갈 때 나올 수 있는 기적을 보여주는 작품”이라며 “사회를 헤집는 작품도 좋아하지만, 그렇게 헤집고 나면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할지에 대한 궁금증이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또 이 작품이 만들어지기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지금 나오기 어렵다는 얘기를 들어서 오히려 그렇다면 한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은 이준혁에게 배우로서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는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는 저에게 첫 주연 같은 느낌이 있다. ‘좋거나 나쁜 동재’는 스핀오프 성격의 작품이었으니까”라며 “여러 인물이 두루 보이는 작품의 주인공을 맡고 싶었다. 이번 작품은 모든 배우가 주연처럼 등장하는 지점이 있어서 마음에 와닿았다”고 설명했다.
작품 속 공은태는 당첨 사실을 확인한 뒤 기쁨에 들떴다가 차분해지고, 다시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는 등 극단적이기보다 현실적인 감정의 흐름을 보인다. 이준혁은 “실제로 그런 기쁜 일이 생기면 저도 그럴 것 같았다. 게임을 하다가 골을 넣는 등 사소한 일에도 기쁠 때가 있지 않나. 로또 당첨은 그런 기쁨이 훨씬 극대화된 상황”이라며 “실제로 당첨됐다는 문구를 보니 감정이 크게 와닿았다”고 설명했다.
로또 당첨 전후 공은태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표현하는 데도 공을 들였다. 거액의 당첨금을 손에 넣었지만 하루아침에 전혀 다른 사람이 되기보다는 평소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조금씩 달라지는 인물의 내면을 자연스럽게 그려냈다. 이준혁은 “평소에도 어떤 일이 잘됐다고 해서 다음 날 갑자기 달라지지는 않지 않나. 그냥 또 일하러 가는 것”이라며 “저도 그렇게 들뜨는 성격은 아니어서 사실 몰입이 잘됐다. ‘은태가 나랑 비슷하네’라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부부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찰떡 호흡을 맞춘 서현우를 향한 각별한 애정과 고마움도 드러냈다. 이준혀은 “현우 형 때문에 제가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처음 한 것 같다. 완벽하고 열심히 하고 연기에 진심인 사람이 제 리듬에 맞춰주려고 하고 모든 것을 함께해 줬다”며 “저 역시 누군가를 뒷받침할 때 열심히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과거의 저도 위로받는 느낌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현우 형은 오랫동안 보이는 곳에서든 보이지 않는 곳에서든 열심히 일해 온 배우다. 일에 대한 애정도 크고 그동안 켜켜이 쌓아온 고통도 보였다”며 “다른 사람들은 모르더라도 저는 그 형이 어떻게 해왔는지 보인다. 그래서 너무 고맙고, 정말 잘됐으면 좋겠다. 슈퍼스타가 됐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전했다.
서현우의 연기력에 대한 찬사도 아끼지 않았다. 이준혁은 “이번 작품에서 현우 형에 대한 반응을 가장 많이 살펴본다”며 “정말 훌륭한 배우이자 동료다. 서현우 배우를 캐스팅한다면 촬영 시간도 줄여줄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2007년 데뷔 이후 필모그래피만 수십여편에 이를 정도로 매년 쉼없이 달려온 이준혁이다. 원동력을 묻자 연기에 대한 애정과 동료 배우들에게서 얻는 자극을 꼽았다. 매 작품 새로운 장르와 캐릭터를 만나는 덕분에 반복되는 연기에 익숙해지기보다 새로운 도전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이준혁은 “다행히 비슷한 작품이 들어오지 않고 계속 안 해본 것들이 들어오는 편이다. 지금까지 했던 캐릭터나 장르가 거의 반복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물론 체력적으로 힘들 때도 있지만 현장에서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들을 만나면 그 에너지에 동화된다. 저 역시 자연스럽게 힘을 내게 된다”고 말했다.
할리우드 배우 톰 크루즈를 언급하며 연기를 향한 열정도 드러냈다. 이준혁은 “톰 크루즈는 수천억원이 있을 텐데 왜 그렇게 고생할까. 왜 놀지 않고 목숨까지 걸면서 촬영할까 생각하게 된다”며 “결국 일에 대한 애정 아닐까. 굳이 현장에 가보지 않아도 다른 작품을 보면서도 배우가 작품에 얼마나 몰입하고 무엇을 향해 나아가는지 보이면 저도 영향을 받는다. 나보다 이 일을 더 사랑하는 사람을 볼 때마다 ‘내가 더 사랑할 수 있는데’라는 마음이 생긴다. 계속 그렇게 반복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우는 선택받는 직업인 만큼 모든 작품을 자신의 뜻대로 결정할 수는 없지만 늘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려 했다. 이준혁은 “사실 원하는 것만 계속할 수는 없다. 배우는 선택받는 입장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원하는 대로 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며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선택하는 것 같다. 꼭 큰 역할이 아니더라도 변주할 수 있는 작품을 찾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좋거나 나쁜 동재’도 원래 제 순번보다 뒤에 있던 캐릭터였고 ‘야구소녀’도 그랬다”며 “제가 조금 덜 받고 유연하게 가려고 한다. 손해 본 것도 많지만 나름대로 그게 나름 저만의 바이브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도전하려면 무언가를 잃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러다가 운 좋게 잘되는 작품이 나오면 먹고사는 데 조금 더 여유가 생기는 것이고 그런 과정이 반복되는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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