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앞 세운4구역 재개발과 태릉골프장(CC) 주택 공급 문제를 놓고 국회 국정감사에서 여야가 충돌했다. 여당은 서울시의 고층 개발 계획이 세계유산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며 국가유산청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한 반면 야당은 태릉CC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이전 문제를 거론하며 행정의 형평성을 따져 물었다.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에 대한 세계유산영향평가 실시 여부와 국가유산청의 대응을 둘러싸고 여야가 공방을 벌였다.
국가유산청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에서 바라본 경관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실시할 것을 명령하며 서울시가 추진하는 세운4구역 고층 개발 계획에 반대한 바 있다. 국가유산청은 국토교통부를 통한 직권 취소 절차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허가 없이 세운4구역 부지를 시추한 서울주택도시공사(SH)를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시의 개발 계획을 강하게 비판했다. 조 의원은 “종묘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문화유산인데,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안 받는다는 것이 말이 되나”라며 “세계유산이 개발업자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2014년 문화재위원회가 종묘 경관을 고려해 최고 높이를 71.9m로 제한했는데 서울시가 갑자기 145m까지 높였다”며 “개발업자들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닌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시가 국가유산청의 인가 취소 요청을 거부한 데 대해서도 국가유산 보호를 위한 법적 절차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행위로 무력화됐다고 비판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안타깝다”며 “세운지구는 건물로 둘러싸여 있는데 거기에 똑같은 높이의 빌딩이 올라가는 것은 모순인 만큼 세계유산 가치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가유산청이 개발 사업에 따라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용근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의 1·29 수도권 주택공급 대책에 포함된 태릉CC 개발을 문제 삼았다. 태릉CC 역시 세계유산인 조선왕릉 태릉과 인접해 있어 개발에 따른 유산 가치 훼손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다. 윤 의원은 “태릉의 세계유산영향평가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라며 “평가 결과가 불리하면 주택 공급 물량을 줄이거나 아예 개발을 못 할 수도 있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석관동 캠퍼스 이전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해당 캠퍼스는 세계유산인 조선왕릉 의릉 부지에 자리 잡고 있다. 정부는 2009년 조선왕릉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면서 관련 시설 철거를 약속했지만 17년째 이전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은 “태릉도, 한국예술종합학교 석관동 캠퍼스 문제도 17년 간 해결되지 않았는데 왜 세운4구역에 대해선 세계문화유산을 강조하며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나”라며 “국가유산청의 행정이 내로남불, 이중잣대란 지적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정 의원은 세계유산영향평가 시점을 규정한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입법예고 당시 없었던 내용이 추가됐음에도 재입법예고가 이뤄지지 않은 점도 문제 삼았다.
허 청장은 이중잣대 지적에 대해 “잣대를 다르게 적용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세계유산영향평가는 건물을 짓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보존과 개발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라며 “세운4지구도 2018년에 합의한 대로 개발하면 됐던 문제”라고 설명했다. 태릉CC에 계획된 6800가구 공급 가능성에 대해서는 “국토부에서 해야 할 설계의 몫”이라며 “6800가구는 저희들의 몫이 아니다.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전제로 회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택 공급 규모는 국토부가 검토할 사안이며 국가유산청은 세계유산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다는 설명이다.
한예종 이전 문제와 관련해서는 오는 27일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기관과 다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세계유산위원회에 이전 로드맵을 제출해야 한다는 점도 설명했다.
세운4구역 개발을 둘러싼 갈등을 두고는 “법적 대응과 함께 주민 대표와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잘 되고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허 청장은 “국민과 지역주민에게 다시 말씀드리는 바, 세계유산영향평가는 건물을 짓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함께 조율해서 짓자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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