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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위스키 알못’ 위한 마스터의 TIP… “향과 맛 모르겠다면 ‘이것’ 한방울”

입력 : 2026-09-08 18:05:13 수정 : 2026-09-08 18: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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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치위스키 ‘부나하벤’ 마스터 클래스
지난 7일 서울 성수동 캄파리코리아 본사에서 열린 ‘부나하벤’ 마스터 클래스의 시음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박재림 기자
지난 7일 서울 성수동 캄파리코리아 본사에서 열린 ‘부나하벤’ 마스터 클래스의 시음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박재림 기자
부나하벤 마스터 클래스의 시음 제품들. 왼쪽부터 부나하벤 스튜라더-부나하벤 12년-부나하벤 18년-부나하벤 안 쿠안 가르보. 캄파리코리아 제공
부나하벤 마스터 클래스의 시음 제품들. 왼쪽부터 부나하벤 스튜라더-부나하벤 12년-부나하벤 18년-부나하벤 안 쿠안 가르보. 캄파리코리아 제공

 

술을 좋아한다. 주로 맥주나 소주를 홀짝인다. 위스키는 마셔본 적이 거의 없다. 십수년 전 스코틀랜드 여행 때 위스키 박물관도 패스했다. 물론 위스키를 싫어할 이유는 없다. 상대적으로 대중적이지 않으니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고, 잘 모르는 낯선 술에 도전하기보단 익숙하고 친숙한 술을 골라왔을 뿐.

 

지난 7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열린 스카치 싱글몰트 위스키 ‘부나하벤’ 마스터 클래스에 참석했다. 주류 수입·유통 기업 캄파리코리아가 본사 건물에서 개최한 미디어 대상 행사로, 부나하벤의 ‘마스터 블렌더’ 줄리앤 페르난데스로부터 브랜드의 제조 철학을 듣고 주요 제품을 시음하는 자리였다. 스페인 국적의 줄리앤 페르난데스는 2019년 스물아홉 살 나이로 역대 최연소 여성 마스터 블렌더에 오른 인물이라고 한다.

 

아울러 부나하벤은 1881년 스코틀랜드 아일라 섬의 해안에 설립된 싱글몰트 위스키 양조장이자 브랜드로, 강한 ‘피트’향으로 유명한 이 지역에서 ‘논피트’ 스타일로 독자적 정체성을 구축했다고 한다. 또 ‘스완넥’ 형태의 증류기와 최상급 ‘셰리 캐스크’로 숙성을 했단다.

 

◆아는 만큼 보인다… 위스키도 그렇다

 

‘위알못(위스키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라 일찌감치 행사장에 도착해 브랜드 담당자에게 질문을 퍼부었다. 그 덕분에 수수께끼 같은 전문 용어에 대한 개념을 잡을 수 있었다.

 

우선 피트는 탄소함유량 60% 미만의 석탄으로, 아일라의 땅에 많이 매장된 광물이란다. 그렇다보니 아일라의 물로 만든 위스키는 피트의 향이 강한데, 이 매캐한 향은 소독 향과 비슷해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라고.

 

반면 부나하벤은 피트의 영향을 받지 않은 마가데일 강의 맑은 샘물을 사용하기에 상대적으로 위스키 입문자가 도전하기 좋은 논피트 스타일을 낼 수 있다. 여기에 백조의 목처럼 생긴 스완넥 증류기를 사용하고 스페인의 셰리 와인을 담은 오크통인 셰리 캐스크에서 숙성을 한 덕에 과일의 향과 단맛이 전달된단다.

 

부나하벤 마스터 클래스 행사장. 박재림 기자
부나하벤 마스터 클래스 행사장. 박재림 기자
부나하벤 ‘마스터 블렌더’ 줄리앤 페르난데스. 박재림 기자
부나하벤 ‘마스터 블렌더’ 줄리앤 페르난데스. 박재림 기자

 

마스터 블렌더에 관해서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우선 위스키는 여러 가지 위스키 원액을 섞어서 마시는 블렌디드 위스키가 있는데, 여러 원액을 조합하면서도 꾸준히 같은 맛을 유지하는 블렌더가 마스터 블렌더로 승진할 수 있다.

 

남성이 대부분인 위스키 블렌더의 세계에서 20대 여성으로 새 역사를 쓴 페르난데스의 입문 과정도 흥미롭다. 대학에서 법의학(Forensic Science)을 전공한 그는 위스키의 화학 성분을 분석하는 실습을 계기로 관심을 가졌고 인턴으로 업계에 처음 발을 들였다고 한다.

 

2017년 정식 블렌더가 되고 단 2년 만에 마스터 칭호를 받은 그는 증거와 데이터를 세밀하게 분석하는 법의학적 사고방식을 바탕으로 서로 다른 원액과 캐스크의 특징을 구분하고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고 있다.

 

현재 부나하벤, 딘스톤, 토버모리, 레칙 등 유명 스카치 위스키의 블렌딩을 책임지는 그는 각 증류소의 원액과 캐스크를 선정하고 숙성 상태를 점검하며 신제품 개발도 이끄는 총괄을 맡고 있다. 2022년 ‘올해의 마스터 블렌더’ 수상에 이어 지난해 업계 최고 영예인 ‘술잔 지킴이(Keeper of the Quaich)’ 상도 거머쥐었다.

 

◆‘리버스 덕계못’… 위스키 마스터 만난 위알못

 

페르난데스의 방한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이고, 마스터 클래스는 이번이 최초였다. 그는 부나하벤 브랜드와 주요 제품을 소개하고 시음 팁도 공유했다. ‘덕계못(덕후는 계를 못 탄다)’이라더니, 위스키 알못이 귀한 분을 만난 만큼 더 집중해서 들었다.

 

페르난데스는 “한국은 고품질 위스키를 즐기는 안목이 뛰어난 소비자가 많은 나라”라며 “특히 물을 타지 않고 오크통 속 원액을 그대로 담은 캐스크 스트랭스 제품의 인기는 세계에서 가장 뜨겁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4월 국내 출시된 한정판 ‘부나하벤 21년 캐스크 스트랭스’는 판매 한 시간 만에 완판 됐다.

 

페르난데스가 마스터 클래스에서 부나하벤 양조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재림 기자
페르난데스가 마스터 클래스에서 부나하벤 양조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재림 기자

 

부나하벤은 대부분 제품의 알코올 도수(ABV)가 46.3도에 이른다. 일반적인 위스키가 40~43도로 병입 되는 걸 고려하면 도수가 높은 편. 페르난데스는 “부나하벤의 맛과 향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스위트스폿’이 46.3도”라며 “독자적인 비냉각 여과법을 지켜가는 장인정신이자 위스키를 잔에 담았을 때 기름층이 생기지 않는 비법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부나하벤(Bunnahabhain)은 영국 현지인도 정확한 발음이 어렵다고 한다. 특히 첫 음절과 끝 음절의 발음법이 오묘(?)해 관련 콘텐츠가 많은 편이다. 이를 활용한 브랜드 슬로건이 ‘말하긴 어렵지만, 사랑에 빠지긴 쉽다(Hard to say, Easy to love)’다.

 

페르난데스는 “부나하벤은 직관적인 향으로 입문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대중적인 위스키”라며 “높은 도수를 즐기는 한국인의 취향에 맞을 뿐 아니라 코리언 바비큐와도 잘 어울린다”고 엄지를 세웠다.

 

박다미 캄파리코리아 대리가 스카치 위스키 부나하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재림 기자
박다미 캄파리코리아 대리가 스카치 위스키 부나하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재림 기자

 

◆“맛과 향 잘 못 느끼겠다면… 물 한방울 섞어보세요”

 

이날 시음은 4개 제품, 부나하벤 스튜라더-부나하벤 12년-부나하벤 18년-부나하벤 안 쿠안 가르보 순으로 이뤄졌다. ‘조타수’를 의미하는 게일어가 상품명인 스튜라더를 세 모금에 걸쳐 나눠 마시니 금방 속이 뜨끈해졌다. 부나하벤 12년은 목 넘김이 묵직했고, 18년은 기침이 날 정도로 강렬하게 코를 찌르는 향이 인상적이었다. ‘거친 바다’를 뜻하는 게일어인 안 쿠안 가르보는 다음달 출시 예정인 한정판 제품으로, 알코올 도수가 51.6도에 이르는 만큼 확실히 ‘세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만 제품별로 향(아로마)과 맛(팔레트), 여운(피니시)가 2~4가지씩 느낄 수 있다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위알못의 입과 코로는 다만 ‘양주 냄새’와 ‘양주맛’만 느껴졌다. 답답한 마음에 질의응답 시간에 ‘위스키 입문자도 맛과 향을 잘 느낄 수 있는 팁이 있는지’를 물어봤다.

 

페르난데스는 “위스키 원액이 담긴 잔에 스포이드로 물 한 방울을 떨어뜨린 뒤 30초 이상 퍼지길 기다린 뒤 마시는 걸 추천한다. 그러면 맛과 향이 열릴 것”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해산물, 다크초콜릿, 솔티드 캐러멜과 페어링하면 ‘바다의 풍미’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바다 향기는 해안가에 위한 부나하벤 양조장 제품의 특징이기도 하다.

 

◆부나하벤 매력 극대화하는 푸드 페어링… 직접 즐길 기회도

 

부나하벤 마스터 클래스에 준비된 위스키 제품 4종과 페어링 푸드. 박재림 기자
부나하벤 마스터 클래스에 준비된 위스키 제품 4종과 페어링 푸드. 박재림 기자

 

이번 시음은 푸드 페어링도 인상적이었다. 서울 한남동의 스페니시 레스토랑 ‘가토스’가 부나하벤과 가장 잘 어울리는 핑거푸드를 제공했다.

 

본격적인 시음에 앞서 탄산수와 함께 나온 스타터 ‘판 콘 토마테 하몽 이 만체고(토마토를 올린 빵에 하몽과 만체고 치즈를 올린 메뉴)’를 시작으로 잿방어에 샤인머스켓과 비네그렛트를 더한 ‘잿방어 세비체’가 부나하벤 스튜라더의 짝꿍으로 나왔다.

 

이어 부나하벤 12년의 푸드 페어링으로 호박꽂 속에 리코타·크림 치즈와 새우·관자를 채우고 토마토 주스와 부하나벤 12년 소스 등을 곁들인 ‘호박꽃 마리스코 러예노 삐키오 토마토’가 나왔고, 부하나벤 18년은 ‘스터핑 파드론(문어·오징어·홍합을 로메스코에 버무려 파프리카 속을 채운 뒤 판체타를 곁들인 요리)’과 함께 즐겼다.

 

끝으로 ‘크레마 까딸라나(발렌시아 스타일의 오렌지 까탈라나, 지리신 안샘골의 캐비아를 초콜릿 위에 올린 디저트)’를 부나하벤 안 쿠안 가르브와 함께 즐겼다.

 

박대혁 가토스 총괄 셰프는 “셰리 와인의 본산지가 스페인이라는 의미에 더해 해안가에서 숙성되는 부나하벤의 풍미를 극대화 하는 해산물 위주로 페어링 메뉴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가토스는 8일 한남동 매장에서 페르난데스와 함께 국내 소비자들을 만나 동일한 페어링 메뉴를 제공했다. 또한 9월 한 달간 스페니시 푸드 메뉴와 부나하벤 위스키를 함께 즐기는 페어링 프로모션을 운영한다.

 

박대혁 가토스 총괄 셰프(오른쪽)가 부나하벤에 어울리는 페어링 푸드를 요리하고 있다. 박재림 기자
박대혁 가토스 총괄 셰프(오른쪽)가 부나하벤에 어울리는 페어링 푸드를 요리하고 있다. 박재림 기자

 

기자로 일한 십수년 동안 여러 미디어데이에 수도 없이 참여했지만 질의응답 시간에 질문을 하는 경우는 손에 꼽는다. 거수를 하고 질문을 하면 순간적으로 시선이 집중되는데 학창 시절부터 그런 상황이 정신적으로 힘겹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이 이날 미디어데이에서 질문을 할 수 있었던 건 역시 ‘술의 힘’이라고 여기고 있다.

 

술이 들어가면 평소보다 긴장감이 줄고 용기(?)가 늘어나 이득을 본 사례가 그동안 적지 않았다. 인간관계에서도 술자리 중일 때가 평소보다 훨씬 유연해진 스스로를 실감할 때가 많았다.

 

술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술을 ‘활용’하는 사람이라는 자부심이 있기에 술을 좋아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러한 마음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소설 글귀가 있는데,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드라이브 마이 카> 속 한 구절이다. 마침 하루키도 위스키를 즐기는 애호가란다.

 

《세상에는 크게 두 종류의 술꾼이 있다. 하나는 자신에게 뭔가를 보태기 위해 술을 마셔야 하는 사람들이고, 또 하나는 자신에게서 뭔가를 지우기 위해 술을 마셔야 하는 사람들이다.》

 

박재림 기자 jamie@sportsworldi.com



박재림 기자 jami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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