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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동현의 지금e연예] 문체부 예산 9조원 시대…“문화쿠폰부” 쓴소리 피하려면

입력 : 2026-09-06 12:27:26 수정 : 2026-09-06 12:2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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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달 청년 문화예술인들을 만나 현장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달 청년 문화예술인들을 만나 현장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문화체육관광부가 내년도 예산을 사상 처음 9조원대로 끌어올렸다. 2027년도 예산안이 9조6345억원으로 올해 예산 7조8555억원보다 22.6% 늘었다. 정부 전체 총지출 증가율인 12.8%의 약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그동안 깔딱고개처럼 7조원대를 넘지 못하던 문체부 예산안이 단숨에 9조원대를 돌파했다. 정부는 “문화·체육·관광을 국가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보고 재정을 과감하게 투입하겠다는 국민주권정부의 의지가 담긴 결과”라고 자평했다. 

 

예산안에는 시민이 일상에서 바로 체감할 수 있는 사업들이 다수 포함됐다.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직장인이라면 노동자 휴가지원 대상이 기존 10만명에서 21만명으로 늘어난다는 점을 눈여겨볼 만하다. 농어촌 인구감소지역 여행을 지원하는 지역사랑 휴가지원 역시 지원 비율과 대상이 확대되고, 인구감소지역 방문객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디지털 관광주민증도 참여 지역과 혜택 업체가 늘어난다. 운동을 배우고 싶은 취약계층에게 수강료를 지원해주는 스포츠강좌이용권 대상에는 다자녀가구·북한이탈주민·인구감소지역 주민이 새로 포함된다. 문화생활을 위한 통합문화이용권 지원 대상은 286만명으로 확대되며 인구감소지역 주민에게는 추가 지원도 이뤄진다.

가장 눈길을 끄는 사업은 단연 청년문화패스다. 기존의 청년문화예술패스 사업을 청년문화패스로 전면 확대한다. 현재 사업은 19~20세 약 28만명을 대상으로 하지만 내년부터는 청년기본법상 청년에 해당하는 19~34세 약 919만명으로 넓힌다. 수도권 청년에게는 연간 10만원, 비수도권 청년에게는 15만원을 지급한다. 공연·전시·영화·도서 부문에서만 사용 가능했으나 내년부터는 체육활동까지도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규모부터 압도적이다. 예산은 올해 361억원에서 내년 7925억원으로 늘어난다. 약 22배에 달하는 이례적인 증가 폭이다. 정부는 단순히 청년들의 문화생활을 지원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정훈 문체부 기획조정실장은 “단순하게 청년들에게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준다는 범위를 넘어서 지역 문화 활성화, 그리고 기초예술과 콘텐츠 산업의 선순환 구조까지 할 수 있는 큰 틀에서 중요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청년들이 충분히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해 미래를 대비하는 한편 전국의 문화·예술계에도 간접적인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청년들이 지원받은 돈을 문화·예술 소비에 사용하면 지역 문화예술계는 물론 기초예술과 콘텐츠 산업으로 자금이 흘러들어가고, 다시 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논리다. 그동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청년들의 형평성 문제와 소외 문제도 확대 배경으로 꼽았다.

 

다만 기대만큼 우려도 크다. 1년 만에 예산이 7500억원 이상 늘어난 만큼 이 사업이 당초 취지에 맞게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특히 기초예술 분야 활성화라는 도입 취지에는 최근의 사업 현황을 보면 물음표가 붙는다. 올해 상반기 청년문화예술패스 이용 10건 중 약 9건이 영화·콘서트 티켓 구매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전체 이용건수 38만7811건 가운데 영화가 80%, 콘서트가 9.6%를 차지했다.

 

특정 흥행작으로의 쏠림이 특히 두드러졌다. 결제액 기준 상위 30개 작품의 이용 건수가 전체의 62.9%에 달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살목지·군체 등 영화 세 편에만 14만3357건이 결제되며 전체 이용 건수의 약 37%를 차지했다.

 

반면 클래식·무용·국악 등 기초예술 이용 비중은 2024년 13.3%에서 2025년 9.0%, 올해 상반기 1.36%로 떨어졌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부인지 문화쿠폰부인지 헷갈릴 지경”이라며 “청년에게 새로운 문화예술 경험을 제공하고 기초예술 시장을 키우겠다던 사업이 흥행작 티켓값을 국민 세금으로 대신 내주는 사업으로 변질됐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핵심은 결국 ‘얼마나 많이 지원하느냐’가 아니다. 청년문화패스가 새로운 문화예술 수요를 만들어내는 정책인지, 기존에 소비되던 인기 콘텐츠의 비용을 보전하는 정책인지가 중요하다. 지원 대상이 대폭 늘어나는 만큼 이용 규모 자체는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용자 수와 사용액만으로 사업의 성공을 판단한다면 정작 정부가 강조하는 지역 문화 활성화와 기초예술 생태계 육성이라는 목표는 놓칠 수 있다.

 

이번 예산안을 단순히 ‘역대 최대’라는 숫자로만 평가해서는 안 될 이유다. 국민의 삶에 직접 닿는 지원이 확대됐다는 점은 분명 반가운 변화지만 동시에 큰 폭으로 늘어난 예산이 당초 정책 목표까지 제대로 달성하고 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청년문화패스는 그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더 많은 청년에게 문화생활의 문을 열어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수도권과 지역의 문화 격차를 줄이며 기초예술과 콘텐츠 산업에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는 데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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