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숫자 ‘10’을 바라보며 던지기도 했다. 어느덧 38세 백전노장이 된 지금은 다르다. 자신의 승리보다 팀의 승리가 먼저다.
‘대투수’ 양현종(KIA)이 또 한 번 두 자릿수 승리를 채웠다. 역대 최고령 10승 투수 다섯 손가락 안에도 이름을 올렸다. 5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T와의 2026 신한 SOL KBO리그 정규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7피안타 1볼넷 2탈삼진 3실점을 써낸 것. KIA가 6-3으로 승리하면서 시즌 10승(6패)째를 따냈다.
38세6개월4일에 거둔 10승이다. 이는 손민한(40세8개월9일), 송진우(39세6개월29일·38세6개월13일), 노경은(38세6개월7일)에 이어 KBO 역대 최고령 5위 기록이다. 양현종에겐 통산 12번째 두 자릿수 승리 시즌이기도 하다. 지난해 7승에 머물렀던 아쉬움도 한 시즌 만에 털어냈다.
경기를 마친 뒤 도리어 담담한 모습이었다. 그는 “어렸을 때는 10승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지만 지금은 팀이 이기는 경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만 한다”며 “내가 승리투수가 되지 않더라도 팀이 이길 수 있다면 그 승리가 더욱 값지다”고 말했다.
압도적인 구위로 찍어누른 경기는 아니었다. 15일여 만의 실전 소화였다. 1회 한 점을 내줬고 3회 추가 실점, 5회에는 샘 힐리어드에게 솔로포까지 허용했다. 그럼에도 더 이상 크게 흔들리지 않고 96구로 5이닝을 채웠다.
세월의 흐름에 맞춰 싸우는 방법도 달라졌다. 이날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4㎞, 평균은 138㎞였다. 96구 가운데 직구는 43개, 동시에 슬라이더 27개, 체인지업 24개, 커브 2개 등 변화구를 53개 섞었다.
양현종은 “오랜만에 등판해 긴장도 많이 됐고 컨디션도 좋지 않았다”며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쏟아내면 그에 걸맞은 결과가 따라올 거라고 생각했다. 모든 타자와 상황에 집중해 내 공을 던지려고 했다”고 돌아봤다.
무엇보다 동료들이 뒤를 받쳤다. 1-3으로 뒤진 5회 김선빈이 2타점 3루타로 균형을 맞췄고, KIA는 곧바로 경기를 뒤집었다.
이어진 8회엔 나성범의 투런포가 터졌다. 불펜 역시 남은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양현종은 “오늘은 내가 잘해서 이긴 게 아니다. 수비와 타격, 뒤에 올라온 투수들까지 모두 잘해줬다”며 공을 돌렸다.
현시점 통산 성적은 196승(133패), 프로야구 역사상 누구도 쉽게 닿지 못한 200승까지 단 4승만 남았다.
서두르지 않는다. 양현종은 “남은 시즌도 지금 마음가짐으로 임하겠다”며 “그러다 보면 좋은 기록과 팀 성적도 따라올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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