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나가겠구나 싶었죠.”
지난 3일 잠실구장서 열린 LG와 두산의 맞대결. LG에겐 의미가 컸다. 프로 2년차 신예 박시원이 선발투수로 나서 5이닝 2피안타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상대 에이스 곽빈과의 맞대결서 조금도 주눅 들지 않았다. 마무리 손주영은 3연투를 감행했다. 모두의 마음이 모여 1-0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두산과의 주중시리즈를 모두 쓸어담는 데 성공했다. 이를 바라보던 고우석은 직감했다. 조금씩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컨디션을 위해 “무조건 잘 자야겠다” 다짐한 이유다.
고우석의 예상은 적중했다. 4일 LG는 또 한 번 중요한 경기를 마주했다. 2위 삼성을 만났다. 순위를 높이기 위해선 무조건 위에 있는 팀을 잡아야 하는 상황. 심지어 양 팀의 에이스가 출격했다. LG와 삼성은 이날 각각 카를로스 카라스코 크리스 페덱을 선발로 내세웠다. 선취점을 내주며 끌려갔지만,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0-3로 끌려가던 6회 말이었다. 1사 1,2루서 송찬의가 득점 물꼬를 텄다. 이후 문보경과 대타 천성호가 적시타를 더하며 4-3 역전을 꾀했다.
그리고 맞이한 9회 초. 관중석이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돌아온’ 고우석이 나섰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도전을 마치고 지난 1일 귀국했다. 고우석이 LG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오르는 건, 2023년 9월22일 잠실 NC전 이후 1078일 만이었다. 사실 1점차에, 그것도 4번 타자부터 상대하게 될 줄은 몰랐을 터. 쏟아지는 함성도, 오랜만에 느끼는 잠실 마운드의 온기도 잠시 미뤄놓았다. 무조건 막아야겠다는 생각 하나뿐이었다. 결과적으로 1이닝 무실점으로 막았다.
약 3년 만에 서는 잠실구장 마운드. 긴장이 안됐다면 거짓말이다. 첫 타자였던 르윈 디아즈를 볼넷으로 내보냈다.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더 집중하려 노력했다. 패턴에 변화를 준 부분도 주요했다. 특히 양우현에겐 커터만 3개 던져 삼구 삼진을 이끌어냈다. 139에서 멈춰있던 통산 세이브 숫자도 140을 향했다. 고우석은 “첫 타자에게 4구 연속 볼을 줬지 않나. 다음 타자는 적극적으로 승부하지 않을 것 같아 (포수에게) 한가운데 앉아달라고 했다”고 귀띔했다.
쉽지 않았던 도전, 그 시간을 통해 고우석은 한층 성숙해졌다. 기량적인 측면은 물론, 야구를 대하는 자세도 달라졌다. 이제는 보다 야구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가령 미국 빅리그와 KBO리그는 쓰는 공인구가 다르다. 일부는 적응에 애를 먹기도 한다. 고우석 역시 초반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런 것들은 머릿속에서 지우기로 했다. 고우석은 “다시 공이 바뀌더라도 그때 생각을 하면서 그렇게 마음가짐을 하려고 한다”고 끄덕였다.
승리 요정인 걸까. 고우석이 돌아오자마자 팀이 연승을 타고 있다. 고우석이 합류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동료들은 든든함을 표했다. 아직은 선두 그룹과 차이가 있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일단 LG는 고우석이 왔어도, 기존 마무리 임무를 수행하고 있던 손주영에게 계속 뒷문을 맡길 예정이다. 고우석도 고개를 끄덕였다. 마무리를 묻는 질문에 주저 없이 “(손)주영이가 해야죠”라고 답했다. 역할에 대해선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