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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관절통 오인 주의 … 가임기 여성 덮친 ‘천 가지 얼굴'의 병

입력 : 2026-08-27 19:02:11 수정 : 2026-08-27 20:2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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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홍반루푸스’ 주의보
환자 90%가 20~40대 女환자
증상 제각각 … 진단까지 2∼3년
“나비 모양 뺨 발진 의심 증상
신장·폐 침범 땐 주요 장기 손상
꾸준한 치료땐 80% 호전 가능”

충분히 쉬었는데도 피로가 가시지 않고 관절통이나 피부 발진이 반복된다면 전신홍반루푸스(Systemic Lupus Erythematosus·SLE)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루푸스는 면역체계가 자신의 정상 조직을 공격해 만성 염증을 일으키는 자가면역질환이다. 피부와 관절뿐 아니라 신장·폐·심장·뇌까지 침범하고 환자마다 증상이 달라 ‘1000가지 얼굴을 가진 병’으로 불린다.

루푸스는 피로·관절통·피부 발진부터 신장·폐·심장 등 주요 장기 이상까지 환자마다 증상이 다양해 ‘1000가지 얼굴을 가진 병’으로 불린다. 젊은 여성에게 원인 모를 증상이 반복된다면 조기에 류마티스내과를 찾는 게 도움이 된다. 고대의료원 제공
루푸스는 피로·관절통·피부 발진부터 신장·폐·심장 등 주요 장기 이상까지 환자마다 증상이 다양해 ‘1000가지 얼굴을 가진 병’으로 불린다. 젊은 여성에게 원인 모를 증상이 반복된다면 조기에 류마티스내과를 찾는 게 도움이 된다. 고대의료원 제공

환자의 약 90%가 여성이고 특히 가임기 여성에서 흔하다. 학업과 직장생활이 활발한 젊은 시기에 주로 진단되지만 피로와 관절통, 탈모처럼 흔한 증상으로 시작해 컨디션 저하로 넘기기 쉽다. 증상이 여러 진료과에 걸쳐 나타나다 보니 진단까지 2~3년이 걸리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피로·탈모·구강 궤양까지…증상 제각각

루푸스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적·환경적 요인과 호르몬, 면역체계 이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임기 여성에게 집중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여성호르몬이 발병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된다.

이영호 고대안암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에 따르면 흔한 증상은 피로감과 발열, 관절통, 근육통이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체중 감소와 탈모, 빈혈, 백혈구 감소가 동반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피부 증상은 양쪽 볼과 콧등에 붉게 나타나는 ‘나비 모양 발진’이지만 모든 환자에게 전형적인 형태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햇빛을 쬔 뒤 피부 증상이 심해지는 광과민성 반응만 나타날 수도 있다.

이영호. 고대안암병원 교수
이영호. 고대안암병원 교수

입 안이 반복해서 헐거나 추위에 노출됐을 때 손발이 하얗거나 푸르게 변하는 레이노 현상, 혈관염 등도 발생할 수 있다. 젊은 여성에게 피부 발진이나 원인을 알 수 없는 관절 부기, 혈액검사 이상이 반복되고 일반적인 치료에도 호전되지 않는다면 류마티스내과 진료를 고려해야 한다.

김해림 건국대학교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빠른 진단의 열쇠는 루푸스 가능성을 먼저 떠올리는 것”이라며 “젊은 여성에게 피부 발진이나 원인을 알 수 없는 관절 부기, 혈액검사 이상이 나타나는데 일반적인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다면 류마티스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해림. 건국대병원 교수
김해림. 건국대병원 교수

◆피부병으로만 보면 안 돼…신장·폐·심장도 침범

루푸스는 염증이 주요 장기를 침범하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 신장에 염증이 생기는 루푸스 신염은 단백뇨와 혈뇨를 유발하고 심하면 신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폐나 흉막을 침범하면 흉통과 호흡곤란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심낭염이나 심근염이 동반되기도 한다. 중추신경계에 염증이 생기면 경련과 인지기능 저하, 정신신경학적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진단에는 환자의 증상과 진찰 소견, 혈액검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활용한다. 대표적인 선별검사가 ‘항핵항체(ANA) 검사’다. 다만 항핵항체 양성만으로 루푸스를 확진하는 것은 아니다. 루푸스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이므로 질환 특이 자가항체 검사 등을 추가하고 임상 증상을 함께 살펴야 한다. 장기 침범이 의심되면 환자 상태에 따라 초음파나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을 시행한다.

루푸스 치료의 목표는 염증을 조절하고 장기 손상을 예방하는 데 있다. 피부 발진이나 가벼운 관절염에는 항말라리아제와 저용량 스테로이드 등을 사용한다. 신장·폐·심장·뇌 등 주요 장기를 침범한 경우에는 고용량 스테로이드와 면역억제제, 생물학적 제제 등을 활용한다.

스테로이드는 염증을 빠르게 억제하지만 부작용을 고려해 효과를 내는 최소 용량을 필요한 기간만 사용하는 게 원칙이다. 골다공증과 감염 등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관리도 병행한다. 부작용이 걱정되더라도 환자가 임의로 용량을 줄이거나 약을 중단하면 질환이 악화될 수 있어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

김 교수는 “루푸스는 완치가 없지만 치료를 유지하면서 증상이 진행하지 않는 임상적 관해는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전체 루푸스 환자의 80% 이상이 이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 김 교수는 “부작용이 두려워 임의로 투약을 중단하면 오히려 병을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증상 좋아져도 정기검사…자외선 차단도 중요

관해 상태에 들어가더라도 정기적인 진료와 혈액검사를 이어가야 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나빠지기 전에 혈액 지표가 먼저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사 주기는 질환의 활성도와 장기 침범 여부, 복용 약물 등을 고려해 정한다.

자외선은 피부 증상과 질환의 악화를 유발할 수 있어 계절에 관계없이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하는 게 좋다. 독감·폐렴구균·대상포진 예방접종도 감염 예방에 도움이 되지만 접종 시기와 종류는 주치의와 상의해야 한다. 한약이나 건강기능식품도 간 수치 이상이나 약물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복용 전 의료진에게 알리는 것이 안전하다.

환자의 상태에 맞는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은 피로감을 줄이고 신체 기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균형 잡힌 식사와 충분한 수면, 스트레스 관리도 장기간 질환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필요하다.

이 교수는 “루푸스를 비롯한 자가면역질환은 조기에 진단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질환 활성도를 효과적으로 조절하고 건강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며 “약물치료와 함께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식습관, 충분한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정기적인 진료와 검사를 통해 질환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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