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1300이닝을 채운 날, 시즌 10승까지 품었다. ‘잠수함 에이스’ 고영표(KT)가 의미 있는 숫자 두 개를 동시에 새겼다.
고영표는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LG와의 정규리그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6피안타(2피홈런) 1볼넷 6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그의 역투에 힘입은 KT가 16-4 승전고를 울리며 시즌 10승째까지 수확했다.
경기 초반 값진 이정표를 세웠다. 이날 전까지 통산 1298⅓이닝을 소화했던 고영표는 2회 말 오지환을 우익수 파울플라이로 잡아 두 번째 아웃카운트를 올리며 1300이닝 돌파 순간을 장식했다. KBO리그 역대 47번째이자 KT 소속 투수로는 최초다. 고영표는 경기 뒤 “한 팀에서 이렇게 1300이닝을 책임졌다는 게 개인적으로 뿌듯하다. 앞으로 쭉쭉 더 쌓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3회까지 무실점으로 LG 타선을 묶었지만 4회 흔들렸다. 송찬의에게 안타를 맞은 뒤 문보경에게 투런포, 이어 오지환에게 솔로포를 허용하며 순식간에 3점을 내줬다.
더 이상의 실점은 없었다. 5회 1사 후 오스틴에게 2루타를 허용하고도 문정빈과 송찬의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6회엔 문보경을 투수 땅볼로 잡은 뒤 오지환과 박동원을 연속 삼진 처리하며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총 101구 중 최고 시속 139㎞ 투심 패스트볼(40개)을 중심으로 체인지업(37개), 커브(23개), 직구(1개)를 섞었다. 올 시즌 12번째 퀄리티스타트(QS·선발투수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도 완성했다.
마운드에서 내려갈 때만 해도 KT는 1-3으로 뒤져 있었다. 하지만 타선이 뒤늦게 힘을 냈다. 7회 LG 마운드의 제구 난조를 놓치지 않고 6점을 몰아치며 7-3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패전 위기에 놓였던 고영표는 단숨에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고, 주권과 이상동, 김정운으로 이어진 불펜이 리드를 지켜냈다.
특히 후반기 들어 5경기 4승 무패 평균자책점 1.72(31⅓이닝 6자책점)를 써내는 등 가파른 상승세다. 다승왕 경쟁에서 11승을 마크한 선두권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이를 두곤 “(타이틀) 의식이 안된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오늘처럼 운도 따라와줘야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뜻깊은 기록 달성은 더 있다. 한 시즌 두 자릿수 승리는 2021년(11승), 2022년(13승), 2023년(12승), 2025년(11승)에 이어 개인 통산 다섯 번째다.
무엇보다 좋지 않았던 팀 분위기를 끊어냈다는 점에서 선수 본인도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팀의 연패 상황에 흐름이 좋지 않았는데, 오늘 꼭 마운드에서 6이닝을 잘 버텨보자 생각하고 던졌다”고 운을 뗀 고영표는 “10승은 선발 투수로서 착실하게 버텨 온 징표라는 생각에서 의미가 있다. 지금처럼 최소 실점과 이닝을 꾸준히 해낸다면 승리도 따라올 것이다. 그것이 선발인 나의 임무라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홈런 두 방을 맞았지만 내 실투였고 상대 타자들이 잘 친 결과였다. 타선 도움을 받아 승리도 챙길 수 있었다”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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