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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인터뷰] “CD 안 챙겨도 된다…병원서 과거 기록 즉시 확인”

입력 : 2026-08-20 18:09:12 수정 : 2026-08-21 10:2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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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염민섭 한국보건의료정보원 원장
1363개 의료기관 전산망 연결
투약·검진 등 데이터 장벽 철폐
현장서 서류없이 앱으로 확인
노인·치매 가족 대리열람 확대

2027년부터 ‘CD 없는 병원’ 확장
중복 CT·MRI 촬영 비용 절감
임상·유전체 데이터 구축 통해
의료 AI 분야 연구 지원도 확대

정보 활용·보호 위한 법적 기반
‘디지털헬스케어법’ 제정 과제

병원을 옮길 때마다 자신의 건강 상태를 처음부터 다시 설명하고, CT·MRI 영상을 담은 CD를 챙겨 다니는 일이 머지않아 사라질 전망이다. 전국 의료기관에 흩어진 개인의 진료·투약·검진·영상 정보를 연결해 어느 병원을 찾더라도 의료진이 환자의 과거 기록을 확인하고 진료에 활용하는 의료정보망 구축이 본격화되고 있다.

 

염민섭 한국보건의료정보원장은 우리나라가 의료기관 전산화에서는 앞서왔지만 병원마다 사용하는 용어와 시스템이 달라 의료데이터를 서로 주고받고 활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짚었다.

 

앞으로 의료데이터를 표준화해 병원과 병원을 연결하고, 국민이 자신의 의료정보를 직접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연구와 의료AI 산업까지 데이터 활용 범위를 넓혀가겠다는 구상이다.

염민섭 한국보건의료정보원 원장은 “보건 의료 데이터화 사업을 통해 이를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국민 건강 증진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두홍 기자
염민섭 한국보건의료정보원 원장은 “보건 의료 데이터화 사업을 통해 이를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국민 건강 증진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두홍 기자

◆“사람은 알아도 컴퓨터는 모른다”…의료데이터 표준화부터

 

염 원장은 “우리나라의 의료기관 정보화 자체는 굉장히 빨리 진행됐다”며 “하지만 병원 자체에서 정보를 잘 관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구축되다 보니 표준화와 상호운용성에는 제한이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이 의료정보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던 2010년 무렵 미국의 전자의무기록(EMR) 설치율이 10%대였던 데 비해 우리나라는 이미 80%를 웃돌았을 정도다.

 

문제는 병원마다 의료정보를 기록하고 저장하는 방식이 제각각이라는 데 있다. 염 원장은 “예를 들어 한쪽에서는 ‘맹장염’이라고 쓰고 다른 쪽에서는 ‘충수염’이라고 쓰면 사람은 같은 말인 줄 알지만 컴퓨터는 모른다”고 설명했다. 시스템끼리 정보를 주고받으려면 같은 의미의 의료정보를 같은 코드와 형식으로 표현하는 표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한국보건의료정보원(이하 의정원)은 병원과 공공기관에 흩어진 보건의료데이터를 표준화하고 연결하는 역할에 나서고 있다.

 

염 원장은 최근 스위스 출장에서도 같은 과제를 확인했다. 그는 최근 제네바대병원과 스위스 개인맞춤형 건강 네트워크(SPHN) 등을 둘러봤다. 염 원장은 “한국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그들도 같이 겪고 있었다”며 “데이터가 활용되려면 표준화와 상호운용성이 갖춰져야 하는데 상당히 오래 추진한 곳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번 출장에서는 43개 회원국과 WHO·OECD 등이 참여하는 글로벌 디지털 헬스 파트너십(GDHP) 연례회의의 2027년 한국 개최에도 뜻을 모았다.

◆흩어진 진료기록 한곳에…‘나의건강기록’, 진료 현장까지 연결

 

국민이 이 같은 변화를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가 ‘나의건강기록’ 앱이다. 앱에서는 ▲예방접종 이력 ▲진료·건강검진 이력 ▲투약 이력 ▲의료기관 진료정보를 한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삼성헬스와 애플헬스킷 등 웨어러블 기기의 걸음 수와 수면시간 같은 일상 건강정보도 연동된다. 지난 6월 기준 전국 1363개 의료기관이 건강정보고속도로와 연결돼 있으며 상급종합병원 47곳은 모두 참여하고 있다.

 

염 원장은 인터뷰 중 직접 스마트폰을 꺼내 자신이 활용하고 있는 앱 화면을 보여줬다. 그는 “만나는 사람마다 다 깔아주고 있다”고 웃었다. 이어 “지난 7월 기준 누적 가입자가 61만명까지 늘어났지만, 아직은 적은 숫자다. (우리 국민) 5000만명이 다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강조한 것은 자신의 의료정보를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 진료에 활용하는 점이다.

 

염 원장은 “본인이 의료정보를 보고 건강관리를 하는 게 첫 번째라면, 더 중요한 것은 의사 선생님에게 정보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투약기록만 봐도 의료진은 환자가 어떤 질환으로 어떤 약을 먹어왔는지 파악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병원에서 받은 건강검진 결과나 처방·투약정보를 새로 찾거나 종이 서류를 준비하지 않아도 진료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만 19세 미만 자녀의 건강정보는 부모가 함께 조회할 수 있다. 앞으로는 발달장애인과 치매환자 등 스스로 건강정보를 관리하기 어려운 사람까지 가족 대리열람 범위를 넓히는 방안도 추진한다. 염 원장은 “디지털 접근성이 낮은 노인과 장애인, 어린아이들도 가족과 함께 건강정보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CD 없는 병원’ 2027년부터… 재촬영 급여만 연 650억원

 

현재는 진료정보교류시스템에 연계된 의료기관 간에만 CT·MRI 등 영상정보를 전자적으로 전송할 수 있으나, 앞으로는 모든 의료기관에서 영상정보를 전산으로 주고받을 수 있도록 ‘디지털 의료정보교류시스템’을 구축한다. 이를 기반으로 내년부터 ‘CD 없는 병원’을 단계적으로 확산하고, 2029년부터 본격 운영할 계획이다.

 

불필요한 중복검사를 줄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2025년 동일 상병으로 다시 촬영해 건강보험 급여가 청구된 금액은 CT 491억5000만원, MRI 159억원 등 총 650억5000만원에 달한다.

 

염 원장은 “지금은 대부분 환자가 CD를 구워서 가지고 다닌다”며 “정보망을 통해 영상을 주고받으면 동일 상병 재촬영에 들어가는 비용과 CD 발급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편의성과 재정 측면에서 모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 닫은 병원 기록도 남는다…1년 새 18만건 발급

 

의정원은 ‘휴·폐업 의료기관 진료기록보관시스템’을 통해 다니던 병·의원이 문을 닫았더라도 과거 진료기록을 다시 발급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의정원은 이를 한의과와 치과까지 적용 범위를 넓히는 중이다.

 

작년 7월 개통 후 1년간 1028개 의료기관의 기록이 이관됐으며 진료기록 사본 발급 건수는 17만6776건에 달했다. 특히 개통 후 첫 6개월 약 3만건이었던 발급량은 최근 6개월 약 15만건으로 5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의정원에 따르면 보험금 청구나 다른 의료기관 진료 등에 과거 기록이 필요한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염 원장은 “암 치료 후 과거 기록을 비교하거나 보험을 청구하고, 소송 과정에서 기록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며 “실제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보니 그동안 이런 기록을 필요로 했던 수요가 상당했다”고 말했다.

 

◆진료에 쓰인 데이터, 정밀의료·AI 연구 기반으로

 

병원과 개인을 연결한 의료정보는 연구와 산업에서도 활용된다. 대표적으로 2032년까지 100만명 규모의 임상·유전체 데이터를 구축하는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 사업’을 들 수 있다. 참여자 동의를 받아 검체와 임상·유전체 정보, 공공데이터 등을 연계하며, 2026년 11월부터는 심의를 통과한 연구자에게 관련 데이터를 순차 개방한다.

 

염 원장은 “앞으로 정밀의료가 대세가 될 텐데 유전체와 임상정보를 함께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 플랫폼도 구축에 들어가는 비용은 확보돼 있지만 향후 연구과제 지원과 데이터 품질관리에 대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AI 분야에서는 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실제 진료현장에서 검증하는 지원도 확대하고 있다. 올해 처음 시작한 ‘의료 AI 테스트베드 지원사업’은 의료데이터 중심병원과 의료AI 중소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제품과 서비스를 병원에서 실증하는 사업이다. 현재 의료데이터 중심병원은 45개 의료기관, 7개 컨소시엄으로 운영되고 있다.

 

염 원장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인·허가를 받은 AI 의료기기도 실제 병원 사용 경험과 평가 자료를 확보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해외 진출 등에 필요한 실증 자료를 쌓을 수 있도록 병원의 제품 도입·평가 비용을 지원한다. 대상은 AI 디지털의료기기뿐 아니라 의무기록 자동요약, 의료데이터 표준화, 간호 스케줄링 등 업무 효율화 AI도 포함되며, 다기관 과제에는 최대 4억원이 지원된다.

 

염 원장은 “그동안 데이터 활용이 연구자나 개인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산업에서도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단계”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병원 데이터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는데 의정원이 병원을 연결하고 데이터 비용이나 실증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활용만큼 보호도 중요”…마지막 퍼즐은 디지털헬스케어법

 

의료정보 활용이 늘면서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활용을 함께 뒷받침할 법적 기반도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관련 규정은 의료법, 생명윤리법, 개인정보 보호법 등에 흩어져 있어 데이터 표준화와 2차 활용을 아우르는 별도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 염 원장은 “보건의료데이터는 민감정보인 만큼 안전이 중요하지만 활용도 필요하다”며 “효율적인 활용과 정보 보호를 위해서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가칭 ‘디지털헬스케어법’에는 국가 데이터 표준화 체계와 가명정보 활용, 2차 활용 절차 등을 담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데이터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의 비용 보상도 과제다. 염 원장은 “병원이 외부에 데이터를 제공하려면 구축·품질관리와 인력·서버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최소한 원가를 보상하는 문제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염 원장이 궁극적으로 그리고 있는 모습은 의료정보가 필요할 때마다 국민을 따라 움직이는 구조다. 자신의 건강기록을 스마트폰에서 확인하고, 다른 병원으로 옮겨도 의료진이 기존 기록과 영상을 참고하며, 축적된 데이터는 정밀의료와 의료AI 개발에 다시 쓰이는 선순환이다.

 

염 원장은 “의정원은 보건의료 데이터를 통한 국민 건강 증진의 동반자가 되길 바란다”며 “국민이 실제 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더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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