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노력해 온 나를 믿고 경기에 나선다.”
14세 나이로 아마추어 무대를 평정했다. 중·고·대학부 통합 대회였던 2019 KLPGA 2019 회장배 여자아마골프선수권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16세에 국가대표 상비군, 이듬해 국가대표에 이름을 올렸다. 17세의 나이로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골프 여자단체전 은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꽃길만 펼쳐질 것 같던 미래, 현실은 냉혹했다. 첫 정규투어에서 쓰디쓴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다시 일어섰다. 스스로 믿기로 했다. 그렇게 생애 첫 한국여자골프협회(KLPGA) 드림투어에서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스토리의 주인공은 임지유(21)다.
임지유는 11일 경북 영덕 오션비치 골프앤리조트(파72·6454야드)의 오션(OUT), 비치(IN) 코스에서 열린 ‘KLPGA 2026 이스트원·오션비치 드림투어 14차전(총상금 7000만원, 우승상금 1050만원)’에서 생애 첫 드림투어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압도적이었다. 1라운드에서 버디 9개를 쏟아냈고, 단 1개의 보기도 기록하지 않는 완벽한 경기력으로 9언더파 63타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기세를 올린 임지유는 최종 2라운드에서도 보기 2개를 기록했지만, 버디 8개를 성공시키며 6언더파 66타의 성적을 써냈다. 최종합계 15언더파 129타(63-66)를 기록하면서 2위 그룹을 6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드림투어 36홀 경기에서 6타 차 우승이 나온 것은 2012년 드림투어 14차전 최민경(33·휴온스) 이후 14년 만이다. 역대 드림투어 36홀 최다 타수 차 우승 기록은 2004년 드림투어 2차전에서 김진현(41)이 기록한 10타 차다.
임지유는 “2024년 정규투어 데뷔 후 힘든 시기를 거쳐 얻은 첫 우승이라 더욱 값지고 기쁘다. 그동안 흘린 땀과 노력을 보상받는 기분”이라며 “오늘 라운드를 앞두고 ‘1라운드 때 개인 베스트 스코어를 경신했으니, 기량이 좋아진 것에 만족하자’며 마음을 비우고 임했다”며 “제자리걸음이 아니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증명할 수 있어 기쁘다”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아마추어 시절 각종 대회에서 우승을 휩쓸었다. 특히 중·고·대학부 통합 대회로 열린 ‘KLPGA 2019 회장배 여자아마골프선수권 대회’에서 14세의 나이로 정상에 오르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 아마추어 대회 최강자로 활약을 이어갔으며, 국가대표로 이름을 올려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은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당시 팀을 이뤘던 선수가 바로 2025 KLPGA 대상 유현조와 올 시즌 최다승 1위를 달리고 있는 김민솔이다.
임지유는 ‘KLPGA 2024 정규투어 시드순위전 본선’에서 10위를 기록해 2024년 정규투어 루키로 데뷔했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고, 현실은 차가웠다.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드림투어로 무대를 옮겨야 했다. 임지유는 “2024년 정규투어 데뷔 후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기대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아 처음으로 큰 실패를 경험했고 슬럼프도 길어졌다”며 “지난해까지도 경기가 풀리지 않아 무작정 연습량만 늘렸었다. 필드 위에서 대회를 즐기기보다 '좋은 스윙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에 갇혀 지냈다”고 털어놨다.
반전이 필했다. 지난 5월 김강일 프로를 만나면서 골프관이 달라졌다. 임지유는 “김강일 프로님을 만나면서 시야가 트이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경기 중에도 스윙 각도, 길이, 궤도 같은 기술적 요소에 집착했다면, 지금은 스윙을 단순화했다”며 “아침 연습장에서 공이 잘 맞지 않더라도 지금까지 노력해 온 나를 믿고 경기에 나선다”고 활짝 웃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지난해 6월 KLPGA 2025 무안CC·올포유 드림투어 8차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8월 추천 선수로 출전한 KLPGA 투어 BC카드 · 한경 레이디스컵에서도 공동 29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올 시즌 초반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지난 5월 KLPGA 2026 군산CC 드림투어 8차전에서 공동 6위, KLPGA 2026 휘닉스CC 드림투어 11차전에서 공동 13위에 오르는 등 흐름을 탔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마침내 압도적인 기량으로 정상에 올랐다.
정교한 아이언샷이 통했다. 임지유는 “첫날 기록한 9개 버디 대부분이 홀 3m 안쪽 찬스였을 만큼 아이언 샷 거리가 정교하게 맞아떨어졌다”며 “최종일인 오늘은 첫날만큼 샷이 바짝 붙지는 않았지만, 기회가 올 때마다 퍼트가 들어가 준 덕분에 경기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올 시즌 목표는 ‘2027시즌 정규투어 시드권’ 획득이다. 임지유는 “우선 내년 정규투어 시드권을 확보하기 위해 드림투어에서 추가로 1승을 더 올리는 것이 올 시즌 목표”라며 “나아가 내년과 내후년 KLPGA투어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뒤 LPGA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테일러메이드 임현영 대표님, 이제훈 이사님, 김강일 프로님, 엄마 아빠, 김형준 삼촌에게 감사드린다. 그리고 무엇보다 선수들에게 좋은 기회를 주신 KLPGA와 스폰서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상금 1050만원을 추가한 임지유는 누적 상금 1730만8600원으로 상금순위 20위에 올랐고, 정지효(20·메디힐)는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지만, 누적상금 3576만3000원으로 상금순위 1위 자리를 지켰다.
한편 최혜원(23)이 최종합계 9언더파 135타(67-68)로 홍수민(19·KB금융그룹)과 함께 공동 2위에 올랐으며, 지난 ‘KLPGA 2026 이스트원·오션비치 드림투어 12차전’ 우승자 성아진(19·하이트진로)이 최종합계 8언더파 136타(69-67)를 쳐 전승희(22), 신유진(24), 황연서(23,리쥬란), 송지윤(20), 김소담(24,후라이드참잘하는집)과 함께 공동 4위 그룹을 형성했다.
권영준 기자 young0708@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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