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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희의 눈] 달리는 것만큼 속도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입력 : 2026-08-09 12:56:00 수정 : 2026-08-09 12: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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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대한민국에서 더위가 야구를 멈춰 세웠다. 비가 온 것도 아니고 태풍이 지나간 것도 아니었다. 너무 더웠다. 결국 프로야구 경기가 폭염 때문에 취소됐다. 야구는 원래 비와 꽤 친숙한 스포츠다. 비가 많이 오면 경기를 멈추고, 그라운드 상태가 좋지 않으면 다음을 기약한다. 그런데 이제 여기에 하나가 더 추가됐다. 더위다.

 

조금 낯선 장면이었다. 우리가 알던 여름은 더워도 참고 지내는 계절이었다. 부채를 부치고, 그늘을 찾고, 시원한 냉면 한 그릇 먹으며 버티면 어느새 가을이 왔다. 그런데 요즘 여름은 조금 다르다. 기온을 확인하고 외출 시간을 정하고, 운동 시간을 바꾸고, 야외 행사를 연기하기도 한다. 이제 날씨는 단순히 옷차림을 결정하는 정보가 아니라 하루의 일정을 결정하는 변수가 됐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경기를 예정대로 진행하는 것이 당연했다면 이제는 상황에 따라 멈추는 것도 하나의 운영 방식이 됐다. 선수의 몸 상태도 생각해야 하고 관중의 안전도 고려해야 한다. 경기를 하지 않는 결정 역시 경기를 잘 운영하기 위한 결정이 된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 일상에도 이런 변화가 꽤 많다. 한때는 무조건 오래 일하는 사람이 성실한 사람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운동도 힘들수록 효과가 좋다고 생각했고, 여행을 가서도 가능한 많은 곳을 돌아봐야 본전을 뽑았다고 생각했다. 하루 일정이 빽빽하면 시간을 잘 쓰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최근에는 조금씩 다른 방식이 등장하고 있다. 운동에서도 휴식이 훈련의 일부라고 이야기하고, 잠을 잘 자는 것이 건강관리의 기본이라는 말도 자연스러워졌다. 여행에서도 명소 열 곳을 뛰어다니기보다 한 곳에서 오래 머무르는 방식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일을 할 때도 얼마나 오래 앉아 있었느냐보다 얼마나 집중했느냐를 중요하게 보는 분위기가 커졌다. 우리는 조금씩 ‘계속하는 법’만큼 ‘멈추는 법’을 배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멈춘다는 말은 예전에는 왠지 부정적으로 들렸다. 포기하거나 뒤처지거나 게으른 사람에게 어울리는 단어 같았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자동차도 장거리를 달리다 보면 쉬어야 하고, 스마트폰도 열이 너무 올라가면 스스로 기능을 줄인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오래 가기 위해 잠깐 멈추는 경우가 오히려 더 많다.

 

투자에서도 비슷하다. 시장이 매일 열려 있다고 매일 거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살 때가 아니라면 기다리는 것도 투자이고, 판단이 서지 않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다. 가만히 있는 것이 가장 어려운 순간도 있다. 인생에서도 마찬가지 아닐까. 우리는 대개 무엇을 더 해야 할지를 고민한다. 운동을 하나 더 하고, 일을 하나 더 맡고, 약속을 하나 더 잡는다. 그런데 어쩌면 필요한 것은 무엇을 더 할 것인가보다 언제 멈출 것인가를 판단하는 능력인지도 모른다.

 

이번 여름 프로야구가 멈춘 모습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경기를 쉬었다고 시즌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하루를 쉬고 다시 경기장에 나가면 된다. 오히려 그래야 더 좋은 경기를 오래 할 수 있다. 우리의 일상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열심히 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속도를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 계속 앞으로 가는 것만이 전진은 아니다.

 

경기를 끝까지 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다음 경기를 할 수 있는 상태로 남아 있는 것이다. 이번 여름, 야구가 우리에게 보여준 것은 어쩌면 아주 단순한 사실인지도 모른다. 잘 달리는 사람만큼, 잘 멈출 줄 아는 사람도 오래 간다는 것.

 

/개그맨 겸 방송인 황현희



신정원 기자 garden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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