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폭염이 이어지면서 온열질환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심한 탈수는 열사병으로 이어져 의식 저하와 장기 손상을 일으킬 수 있고 심한 경우 생명까지 위협하는 응급상황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하지만 탈수가 반드시 위급한 단계에 이르러야만 건강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갈증이나 피로감을 느끼는 비교적 가벼운 탈수 상태에서도 허리와 목, 무릎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 특히 허리디스크와 목디스크, 척추관협착증, 퇴행성관절염 등 척추·관절 질환을 앓고 있다면 주의해야 한다.
척추뼈 사이에 위치한 디스크는 수분 함량이 높은 조직이다. 외부 충격을 흡수하고 척추가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데 체내 수분이 부족해지면 디스크의 탄력과 충격 흡수 기능도 저하될 수 있다. 이로 인해 척추뼈와 후관절에 전달되는 부담이 커지면서 허리, 목의 통증이 평소보다 심해질 수 있다.
여름철 등산이나 골프 라운딩 후 허리가 갑자기 뻣뻣해지거나 다리 저림이 심해지는 것도 무리한 동작뿐 아니라 탈수 및 근육 피로가 함께 영향을 미친 결과일 수 있다. 땀을 많이 흘리면 수분과 함께 나트륨, 칼륨, 마그네슘 등의 전해질도 손실된다. 전해질 균형이 깨지면 근육 피로와 경련이 쉽게 발생하고 척추를 지지하는 심부 근육의 기능도 떨어질 수 있다.
척추 주변 근육이 충분히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그 부담은 디스크와 관절로 전달된다. 특히 골프 후반부에 허리를 삐끗하거나 긴 산행 뒤 갑자기 허리가 굳는 증상이 나타났다면 탈수로 인한 근육 기능 저하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탈수는 무릎과 어깨 등 관절에도 영향을 준다. 관절 안에는 관절면의 마찰을 줄이고 움직임을 부드럽게 하는 윤활액이 존재한다. 체내 수분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관절의 윤활 기능이 떨어져 뻣뻣함과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 이미 연골이 손상된 퇴행성관절염 환자는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장시간 걸은 뒤 무릎 통증이 더욱 두드러지고 회복도 늦어질 수 있다.
혈액순환 저하도 문제다. 탈수 상태가 지속되면 혈액량이 감소하고 혈액이 농축돼 근육과 인대에 산소와 영양분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을 수 있다. 운동 과정에서 미세하게 손상된 조직의 회복이 늦어지면서 통증이 오래 지속될 가능성도 커진다. 고령자나 만성 척추질환자는 이러한 변화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따라서 폭염 속에서 야외활동을 할 때는 갈증이 난 이후가 아니라 활동 전부터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 등산이나 골프를 시작하기 1~2시간 전 물을 충분히 마시고 활동 중에도 20~30분 간격으로 조금씩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땀을 많이 흘렸다면 물뿐 아니라 전해질도 함께 보충해야 한다.
아울러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 장시간 야외활동을 피하고 30~60분마다 그늘이나 시원한 장소에서 휴식을 취하며 체온을 낮춰야 한다. 운동 전후에는 허리와 고관절, 허벅지 뒤쪽 근육을 충분히 풀어 근육 피로가 척추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한 갈증과 입마름, 소변량 감소, 진한 소변, 두통, 어지럼증, 근육 경련과 함께 허리·목·무릎 통증이 갑자기 심해진다면 탈수를 의심할 수 있다. 의식 저하나 반복적인 구토, 고열이 동반될 경우 즉시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고도일병원 고도일 원장(신경외과 전문의)은 “탈수를 갈증이나 어지럼증 정도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체내 수분이 부족해지면 디스크와 관절, 근육의 기능이 함께 떨어지면서 척추·관절 통증이 악화될 수 있다”며, “특히 고령층이나 허리디스크, 척추관협착증, 퇴행성관절염 환자는 운동량 조절뿐 아니라 활동 전부터 충분한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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