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흡입·LAMS 매출 2배 쑥
국가별 맞춤 체형 관리 솔루션
美는 팔·中은 실루엣 선호 경향
추출 지방 활용 등 새 수요 부상
치료 넘어 회복·휴식까지 확대
“사계절 내내 긴 소매 상의를 입는데 팔뚝이 너무 꽉 끼어요.”
약 10년 전인 2016년 12월, 이집트에서 한국으로 날아온 수지 파우지 압델모센 모하메드 씨는 자신의 팔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당시 27세였던 그는 복싱을 즐겼지만 운동만으로 원하는 팔 라인을 만들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수지 씨가 한국을 처음 알게 된 계기는 드라마 ‘겨울연가’였다. 주이집트 한국대사관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K-팝을 따라 부르던 관심은 한국 미용의료로 이어졌다. 그는 고민하던 팔 부위에 지방추출주사 ‘람스(LAMS)’를 받기 위해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히잡과 긴소매 옷 아래 감춰진 팔 라인을 정리하기 위해 대륙을 건너온 여행이었다. 당시 외국인이 한국에서 받는 미용의료는 피부관리나 얼굴 성형이 중심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수지 씨의 방문은 K-의료관광의 관심 영역이 얼굴을 넘어 체형 관리 분야로 확대되는 흐름을 보여준 사례였다.
그로부터 10년. 외국인이 한국에서 보내는 뷰티 여행은 다시 변하고 있다. 지방을 줄여 몸의 윤곽을 다듬는 데서 나아가, 채취한 지방에서 얻은 세포를 피부 관리나 장기 보관에 활용하려는 문의가 등장했다. 시술 후에는 곧바로 출국하기보다 회복 기간을 고려해 숙박과 식사, 산책, 스파와 지역 휴양까지 연결한다.
이는 최근 해외 여행업계가 주목하는 ‘글로우케이션’과 닮았다. 빛나는 피부와 건강한 외모를 뜻하는 글로우(Glow)와 휴가를 의미하는 베케이션(Vacation)을 합친 신조어다. 피부관리와 미용의료, 수면, 영양, 웰니스 경험을 여행의 주된 목적으로 삼는다.
해외 여행 매체들은 서울을 글로우케이션의 대표 목적지로 꼽는다. K-뷰티 제품을 구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의 피부관리와 미용의료를 직접 경험한 뒤 회복 일정까지 설계하는 여행객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 환자 201만명… ‘얼굴 시술’에서 몸 관리로 확장
한국 의료관광 시장은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는 201만명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200만명을 넘어섰다. 연환자 기준으로는 272만명에 달한다.
2023년 61만명, 2024년 117만명에 이어 2년 만에 세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외국인 환자와 동반자가 국내에서 지출한 의료관광 비용은 약 12조5000억원으로 추산됐으며 이 가운데 의료비는 3조3000억원이었다.
관심 부위도 얼굴에 머물지 않는다. 지방흡입 특화 의료기관 365mc에 따르면 외국인 매출은 2023년 62억원에서 2025년 125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외국인 방문 건수는 같은 기간 6683건에서 1만1388건으로 늘었고, 시술 건수도 6490건에서 1만3576건으로 두 배를 넘어섰다.
외국인 의료관광객이 365mc에서 가장 많이 시술받은 부위는 복부였다. 2025년 외국인 방문객의 복부 지방흡입·지방추출주사 시술은 3833건으로 집계됐다. 증가세가 두드러진 부위는 팔이다. 팔 시술은 2023년 1461건에서 2025년 3809건으로 2.6배 늘었다. 같은 기간 얼굴 관련 시술도 93건에서 345건으로 세 배 이상 증가했다.
◆이집트·중국·미국·일본… 한국서 찾는 몸매도 달랐다
한국을 찾는 국가가 다양해지면서 선호하는 체형에도 차이가 나타났다.
365mc의 2025년 외국인 소비자 통계를 보면 중국인이 925명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미국인은 2023년 300명에서 2025년 597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일본인도 같은 기간 23명에서 251명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인도네시아는 74명에서 165명, 싱가포르는 67명에서 162명으로 각각 두배 정도 늘었다.
원하는 부위도 국가별로 달랐다. 중국인은 복부와 팔을 정리하면서 골반과 엉덩이 볼륨을 보완하는 등 팔부터 허리, 골반까지 이어지는 전체 실루엣의 균형을 중시했다. 미국인은 팔과 허벅지처럼 노출이 잦은 부위에 관심을 보였다.
미국인의 팔 시술은 2024년 190건에서 2025년 300건으로 57.9% 증가했고 허벅지 시술도 65건에서 78건으로 늘었다. 반면 복부 시술은 213건에서 197건으로 감소했다.
김남철 (주)365mc 대표이사는 “한국식 체형 관리는 특정 미적 기준을 일방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다”며 “K-콘텐츠를 계기로 한국을 찾더라도 실제 관리 부위와 방식은 개인의 생활 문화, 옷차림, 선호하는 실루엣에 따라 달라지며 K-의료기관은 각자의 요구에 맞는 체형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지방흡입으로 체형을 다듬는 동시에, 시술 과정에서 채취한 자신의 지방을 활용해 새로운 안티에이징 옵션까지 시도하려는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지방에서 분리한 줄기세포를 피부 노화나 두피·탈모 관리, 전신 컨디션 개선을 목적으로 한 시술에 활용하는 식이다. 한 번의 한국 방문에서 몸매 관리와 안티에이징을 함께 경험하려는 의료관광객의 선택지가 넓어지고 있는 셈이다.
◆병원 문 나선 뒤 시작되는 회복 여행
최근 의료관광객들은 단순히 시술 후 바로 출국하는 방식에서 벗어나고 있다. 회복과 사후관리까지 고려한 체류형 의료관광을 선호한다. 병원 인근 숙소에 머물며 사후관리를 받고 회복 상태에 따라 식사·관광·스파 등 웰니스 프로그램을 일정에 포함하는 방식이다. 치료와 회복, 휴식을 하나의 여행으로 설계하는 방향으로 넓어지고 있는 셈이다.
김 대표는 “10년 전에는 K팝과 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를 통해 한국을 접한 팬들이 특정 부위의 체형 관리를 위해 의료기관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며 “최근에는 한류 팬이 아니더라도 K-의료 기술 자체에 관심을 갖고 방문하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방흡입부터 지방줄기세포를 활용한 안티에이징까지 한 번의 방한 기간 다양한 관리 옵션을 함께 고려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앞으로의 K-의료관광은 의료 기술뿐 아니라 회복과 휴식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며 “한국을 찾은 고객이 체류 전 과정에서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이 K-의료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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