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는 너무 오래 살아온 세월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미처 경험하지 못한 삶의 지혜가 될 수 있다. 영화 ‘인턴’은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자신이 일군 브랜드를 끝까지 자신의 힘으로 성장시키고픈 젊은 CEO와 오랜 사회생활을 마치고 다시 회사로 돌아온 시니어 인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 한 공간에서 부딪히고 서로를 이해해가는 과정은 세대의 차이를 넘어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어가는 모습을 따뜻하게 그려낸다.
오는 16일 극장에 공개되는 인턴은 창업 3년 만에 100억원대 매출을 올린 패션 브랜드 우투투의 CEO 선우(한소희)와 37년의 직장 생활을 경험한 뒤 인턴으로 새 출발을 택한 기호(최민식)의 이야기를 그린다. 2015년 개봉한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동명 원작을 한국적인 정서로 다시 풀어낸 작품이다. 앤 해서웨이와 로버트 드 니로가 보여준 원작의 따뜻한 호흡이 워낙 강렬했던 만큼 한국판만의 차별점이 중요했는데, 영화는 두 사람의 관계를 중심으로 세대 간 소통과 서로의 성장을 그려내며 한국적인 현실감을 더한다.
기호는 단순히 나이 많은 인턴이 아니다. 오랜 세월 직장생활을 하며 쌓은 경험과 사람을 대하는 법을 알고 있지만, 스마트폰과 디지털 업무가 당연해진 회사에서는 오히려 서툰 막내가 된다. 젊은 직원들이 익숙하게 사용하는 업무 방식과 자유로운 조직 문화 앞에서 잠시 멈칫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기호는 자신이 가진 경험을 내세워 누군가를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내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직원들이 업무 때문에 힘들어할 때면 이야기를 들어주고, 고민을 털어놓으면 인생을 먼저 살아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조언을 건넨다. 그렇게 그는 회사 안에서 조금씩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간다.
이 과정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오는 건 요즘의 현실 때문이다. 나이 든 사람을 어려워하는 젊은 세대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젊은 세대와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어려워하는 기성세대도 많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서로의 언어와 방식을 이해하지 못해 거리가 생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인턴은 이를 단순한 세대 갈등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 관계가 시작된다고 이야기한다. 기호가 선우에게 사람과 회사를 대하는 법, 오랜 경험에서 나온 시선을 보여준다면 선우는 기호에게 지금의 세상이 어떻게 변했는지,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나누는 관계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실버 인턴’이라는 설정 역시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최근 다양한 매체에서 실제 실버 인턴들의 이야기가 소개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듯,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백세시대라는 말이 일상이 된 지금 은퇴 이후의 삶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을 계속하고 싶어서, 혹은 새로운 역할을 찾기 위해 다시 사회로 나서는 이들에게 나이는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최민식은 기호를 과장하지 않는다. 오랜 경험을 가진 사람의 여유와 젊은 조직 안에서 느끼는 낯섦을 자연스럽게 오가며 인물의 온도를 만든다. 조용히 주변을 살피는 눈빛과 말 한마디에 쌓여온 시간이 느껴진다. ‘왜 굳이 다시 인턴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들면서도, 그 선택을 이해하게 만드는 힘 역시 최민식의 연기에서 나온다.
한소희는 선우가 가진 여러 얼굴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젊은 CEO로서 직원들 앞에서는 자신감 있고 단호한 모습을 보이지만, 혼자 남은 순간에는 회사의 미래와 자신의 선택에 대한 부담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화려하고 당당한 CEO의 모습에만 머무르지 않고, 책임과 불안을 동시에 안고 살아가는 인물의 내면까지 자연스럽게 그려낸 점이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실제로도 서로 다른 세대와 경험을 가진 최민식과 한소희의 호흡은 영화 속 기호와 선우의 관계에 더욱 설득력을 더한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상대에게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이 두 배우의 자연스러운 호흡을 통해 따뜻하게 다가오면서, 인턴이 전하는 세대 간 소통의 메시지에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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