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코리아가 최상위 럭셔리 브랜드 ‘BMW 알피나’를 2028년 초 국내에 출시한다. BMW 7시리즈·X7보다 한 레벨 높고 롤스로이스보다 낮은 시장에 알피나를 배치해 메르세데스-마이바흐와 벤틀리, 레인지로버 상위 모델을 공략한다.
BMW코리아는 최근 서울에서 아시아 최초로 ‘BMW 알피나 서울 시그니처 모먼트’를 열고 브랜드 전략과 국내 도입 계획을 공개했다. 내년 하반기 전국 7개 BMW 전시장에 알피나 전용 공간을 마련하고 2028년 초부터 신차를 순차적으로 출시한다. 별도 전시장을 세우기보다 기존 BMW 판매망 안에 전용 공간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알피나는 1965년 독일 바이에른주 부흐로에에서 출발했다. BMW 엔진용 튜닝 키트를 만들던 업체에서 시작해 BMW 차량을 기반으로 완성차를 제작하는 독립 자동차 제조사로 성장했다. 지난해 판매량은 약 2600대로 역대 최대였지만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비교하면 여전히 소규모다.
BMW그룹은 2022년 알피나 상표권 인수 계약을 체결했고 올해 1월 관련 권리를 넘겨받았다. 이에 따라 알피나는 BMW·미니·롤스로이스에 이은 BMW그룹의 네 번째 독자 브랜드인 ‘BMW 알피나’로 재편됐다.
새 알피나가 내세우는 핵심은 ‘스포츠가 아닌 속도’다. BMW M이 서킷 주행과 민첩한 반응, 랩타임 단축에 초점을 맞춘다면 알피나는 고속으로 장거리를 달려도 피로가 적은 그랜드 투어러를 지향한다. 일반 BMW의 스포츠 모드 대신 ‘스피드’, 컴포트 모드보다 안락한 ‘컴포트 플러스’를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파워트레인에는 알피나 전용 4.4ℓ V8 트윈터보 가솔린 엔진이 적용될 예정이다. BMW는 내연기관과 함께 고성능 전동화 모델도 준비하고 있다. 다만 국내에 투입할 구체적인 차종과 가격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BMW가 제시한 콘셉트카 ‘비전 BMW 알피나’는 향후 라인업의 방향을 보여준다. 1978년 알피나 B7 쿠페에서 영감을 받은 전장 5.23m의 대형 2도어 그랜드 투어러다. 알피나 특유의 20스포크 휠과 차체 측면 데코 라인, 네 개의 타원형 배기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주문형급 개인화…비스포크의 확장
맞춤 제작도 강화한다. 외장색은 100가지 이상, 실내 가죽은 20가지, 스티치는 26가지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최고급 라발리나 가죽과 수작업 데코 라인도 적용한다. 기존 스티커 방식이던 데코 라인은 클리어 코트 아래에 직접 도장해 표면 단차를 없앤다.
알피나와 마이바흐는 양산 브랜드의 기술과 판매망을 활용해 상위 고객을 공략한다는 점에서 닮았다. 기존 플래그십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기반으로 고급 소재와 전용 디자인, 맞춤 제작 범위를 넓히는 전략도 같다. 가격대 역시 3억~5억원대로 겹칠 가능성이 크다.
차이는 지향점이다. 마이바흐는 뒷좌석 안락성과 의전 수요,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상징성을 중시한다. 반면 알피나는 운전자가 직접 장거리를 빠르고 편안하게 달리는 차에 가깝다. 마이바흐가 쇼퍼드리븐 성격을 강화한 초고급 세단·SUV라면 알피나는 운전의 비중을 놓지 않은 고성능 럭셔리 그랜드 투어러라는 얘기다.
알피나의 절제된 외관도 마이바흐와 구분된다. 투톤 도장과 대형 그릴 등 시각적 존재감을 강조하는 마이바흐와 달리 알피나는 전용 휠과 가는 데코 라인, 작은 엠블럼으로 차이를 드러낸다. BMW가 알피나를 “아는 사람만 알아보는 차”로 설명하는 이유다.
◆이전부터 국내도 마니아 있었다
국내에는 이미 이 같은 특성을 이해하는 마니아층이 형성돼 있다. 올드 BMW를 보유하거나 복원하는 이른바 ‘비머’ 마니아 사이에서 알피나 휠과 데코 라인, 전용 스포일러는 오래전부터 선호도가 높았다. 정식 수입이 제한적이었던 B3·B5·B7 등 기존 알피나 완성차를 직수입하거나 해외 매물을 찾는 수요도 있다.
이들은 BMW 알피나의 초기 고객이자 브랜드 확산의 기반이 될 수 있다. 단순히 가격이 비싼 BMW가 아니라 엔진 세팅과 변속기, 서스펜션, 시트와 내장재까지 별도로 조율한 자동차라는 알피나의 차이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BMW 판매 기반이 크고 7시리즈 수요가 많은 한국에서 아시아 첫 브랜드 행사를 연 배경도 여기에 있다.
우려도 있다. 과거 알피나는 BMW에서 받은 차량을 부흐로에에서 다시 조립하고 세밀하게 조율하는 소규모 제조사였다. 앞으로는 BMW그룹 생산라인에서 대부분의 공정을 마치게 된다. 생산 안정성과 품질, 서비스 접근성은 좋아지지만 알피나 특유의 수작업 감성과 독립 제조사라는 희소성이 약해질 수 있다.
◆고급화 전략 쓰되 대중화 지양해야
라인업을 지나치게 확대할 경우 ‘고급 BMW 트림’으로 인식될 가능성도 있다. 기존 알피나 마니아들이 기대하는 것은 비싼 가죽과 선택 사양만 늘린 차량이 아니라 일반 BMW나 M과 구분되는 승차감과 엔진 반응, 고속 안정성이다. BMW가 과거 알피나의 이름과 디자인만 차용한다면 핵심 고객층이 먼저 등을 돌릴 수 있다.
가격도 변수다. 3억원 이상으로 올라가면 마이바흐와 벤틀리뿐 아니라 일부 롤스로이스 중고차와도 경쟁해야 한다. 소비자에게 익숙한 마이바흐와 달리 알피나는 브랜드의 역사와 가치를 별도로 설명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BMW 알피나의 국내 성패는 판매량보다 정체성 유지에 달릴 전망”이라며 “BMW의 개발·생산 능력과 서비스망을 활용하면서도 부흐로에에서 만들어진 알피나 특유의 섬세한 주행 감각을 얼마나 보존하느냐가 관건이다. 마이바흐를 닮은 가격표보다 마이바흐와 다른 운전 경험을 보여줘야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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