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제2의 보지냐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 막을 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이번 대회가 낳은 최고의 스타는 득점왕 킬리안 음바페(프랑스)도, 골든볼 수상자 로드리(스페인)도 아니다. 이름 조차 생소한 섬나라 카보베르데의 수문장 보지냐(40)다.
인구 60만 명의 아프리카 소국 카보베르데의 환경은 열악하다. 낙후국가 축구 발전 프로젝트 대상국으로 FIFA에서 해마다 15억~20억원의 지원금을 받아 축구협회를 운영 중이다. 대한축구협회 1년 예산(약 1400억원)보다 70배 적다. 그럼에도 카보베르데는 스페인, 우루과이 등 강호들과 대등하게 맞섰다. 조별리그 H조 2위(3무·승점3)로 첫 월드컵에서 토너먼트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그 중심에는 주장 보지냐가 있었다. 대회 전까지 그는 1986년생, 40세의 은퇴를 앞둔 무명 선수에 불과했다. 포르투갈 2부리그 GD 샤베스에서 뛰었던 보지냐는 2025~2026시즌 종료 후 계약이 만료됐다. 소속팀이 없는 ‘무직’ 상태로 월드컵에 출전했다. 그는 조별리그부터 아르헨티나와의 32강까지 4경기 동안 무려 18차례의 세이브를 올렸다. 눈부신 선방쇼에 전 세계가 열광했다. 약 5만6000명이었던 SNS 팔로워는 21일 기준 2949만명으로 늘었다. 영입 경쟁도 뜨겁다. 미국, 브라질, 칠레 등 세계 각국 클럽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단 4경기 만에 인생 역전이 완성됐다.
모든 축구 선수들의 꿈은 월드컵 출전이다. 글로벌 최대 스포츠 축제인 월드컵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이번 북중미 대회는 참가국이 48개국으로 늘었다. 이로 인해 카보베르데를 비롯한 많은 국가가 처음으로 본선 무대를 밟았다. 문턱을 넓히자 숨은 원석이 발굴된 셈이다.
월드컵이 축구선수들의 꿈이라면, 청년들의 간절한 꿈은 바로 취업이다. 최근 국내 취업 시장은 찬 바람이 거세다.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과 고용동향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대졸 이상 실업자는 48만1000명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였던 2021년(52만1000명)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연령별로는 20대가 17만9000명(37.2%), 30대가 13만명(27%)으로 집계됐다.
더 큰 문제는 생애 첫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19~34세)들이다. 취업 경험이 전혀 없는 실업자는 5만6000명으로 1년 전보다 7000명 증가했다. 취업 무경험 실업자가 전년 동기 대비 늘어난 것은 2019년 이후 7년 만이다. ‘쉬었음 청년’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취업을 향한 이들의 꿈이 까마득한 이유는 명확하다. 높은 취업 문턱 탓이다. 기업별 채용 제도와 직무 요구 수준이 한층 까다로워지고 있다. 여기에 구직자가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 부족까지 겹쳤다. 첫발을 떼려던 청년도, 재도약을 노리는 경력자도 막막할 따름이다.
FIFA와 마찬가지로, 정부 차원에서 도약의 발판을 넓혀줄 때다. 높은 취업 문턱과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라는 벽을 허물 수 있도록 실질적인 제도 마련이 절실하다. 정부는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올해 3분기 중 청년 일자리 회복 방안을 구체화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대책은 단순히 일자리 숫자를 늘리는 것에 그쳐선 안 된다. 구직자들이 현장에서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지원이 이뤄져야만 한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 지난 10여 년간 묵묵히 땀 흘리며 장갑을 조였던 40세 골키퍼는 마침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오늘도 채용 시장에서 치열하게 버티며 내일을 준비하는 구직자들이 있다. 정부가 눈높이에 맞는 기회의 문을 열어준다면, 이들의 오랜 노력도 반드시 결실을 맺을 것이다. 보지냐는 말한다. “이렇게까지 많은 사람들이 나를 알아볼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뭔가 시작하기에 늦은 때란 없다.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는 꿈은 이뤄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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