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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주의 멘탈 클러치] 결정적 순간을 붙잡는 힘 그리고 다시 일어서는 힘

입력 : 2026-07-16 09:00:00 수정 : 2026-07-15 17:4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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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뉴시스
사진=AP/뉴시스

시합 종료 직전의 플레이는 관중 모두의 시선을 붙잡는다. 점수 차가 근소할수록, 남은 시간이 적을수록, 이 순간은 더욱 특별해진다. 경기장은 때때로 시간이 멈춘 것처럼 고요해지기도 하고, 모든 소리가 한꺼번에 터져나갈 듯이 폭발하기도 한다.

 

우리는 이런 장면을 흔히 클러치라고 부른다. 클러치라는 말에는 ‘움켜쥐다, 붙잡다’는 의미가 있다. 스포츠에서 이 표현은 중요한 순간에 쓰인다. 승부가 정해질 수 있는 상황, 즉 중압감이 어느 때보다 강하게 조여 오는 상황 속에서 승리를 쟁취해야 하는 순간을 클러치 타임이라 부른다.

 

클러치 타임 때 슛을 성공시킬 수 있는 선수를 우리는 슈퍼스타 혹은 강심장이라 부른다. 반대로, 클러치 타임 때마다 약해지는 선수를 새가슴이라 칭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이분법적 비교는 선수의 수행을 지나치게 단순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압박감 속에서도 자신과 팀원을 믿고 리듬과 판단을 지킬 수 있었는가 여부다.

 

이번 NBA 파이널이 대표적이다. 뉴욕 닉스는 샌안토니오 스퍼스를 4승1패로 꺾고 53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네 번의 승리 모두 두 자릿수 열세를 뒤집고 승리하였기에 더욱 특별했다. 우승을 확정한 5차전에서 뉴욕 닉스의 에이스인 제일런 브런슨은 45점을 기록, 파이널 최우수선수(MVP)가 되었다.

 

유독 클러치라는 단어와 잘 어울렸던 시리즈다. NBA 사무국은 이번 시리즈를 최근 30년 기준으로, 모든 경기가 마지막 5분 5점 차 이내였던 유일한 파이널 시리즈라고 발표했다.

 

사진=AP/뉴시스
사진=AP/뉴시스

 

2026 NBA 파이널 시리즈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떠올리게 한다.

-왜 어떤 선수는 압박감 속에서도 자신의 플레이를 유지하는가?

-왜 어떤 팀은 큰 점수 차에도 포기하지 않고 다음 플레이에 집중하는가?

-결정적인 순간 자신의 플레이를 유지하는 힘과, 좌절 후에도 다시 일어나는 힘은 같은 능력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 필요한 스포츠심리학적 개념은 클러치 퍼포먼스와 회복탄력성이다. 클러치 퍼포먼스란 압박 상황 속에서의 수행 유지 및 향상 능력을 말한다. 반면 회복탄력성은 실패나 패배, 부진, 부상과 같은 역경 이후 다시 회복하여 돌아오는 힘이다. 쉽게 말해 클러치 퍼포먼스는 결정적 순간을 붙잡는 힘이고, 회복탄력성은 다시 일어서는 힘을 의미한다.

 

제일런 브런슨은 이번 NBA 파이널 클러치 타임에서 뉴욕 닉스를 지탱하며 에이스의 자격을 입증했다. 하지만 그가 모든 클러치 상황에서 슛을 성공시킨 것은 아니다. 4차전 뉴욕 닉스가 29점 열세를 뒤집고 역전승을 이뤄낸 시리즈에서 팀을 구한 건 제일런 브런슨의 클러치 3점 슛이 빗나간 이후 나온 OG 아누노비의 팁인 득점이었다.

 

클러치 퍼포먼스의 본질은 여기에 있다. 클러치 퍼포먼스는 모든 슛을 성공시키는 능력이 아니다. 실패 가능성이 크게 느껴지는 순간에도 자신이 해야 할 선택을 피하지 않는 능력이다. 쉽게 말해, 클러치 퍼포먼스는 공이 림을 통과한 순간에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슛을 던지기 전에 선수가 어떤 판단을 했는지, 압박감 속에서도 자신의 리듬과 슛 매커니즘을 유지했는지, 결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선택을 회피하지는 않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사진=AP/뉴시스
사진=AP/뉴시스

 

제일런 브런슨은 4차전 클러치 타임 때 슛을 놓쳤다. 그럼에도 그는 공을 피하지 않았다. 클러치 공격의 1차 책임을 맡았고, 수비의 시선을 끌었으며, 마지막 선택을 감수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OG 아누노비의 세컨드 찬스로 이어졌다. 클러치는 한 선수가 모든 것을 완성하는 장면만을 뜻하지 않는다. 압박 속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피하지 않고, 그 선택이 팀의 다음 행동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우리는 클러치를 흔히 마지막 득점, 버저비터 같은 장면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선수의 성장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그 장면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이 더 중요하다. 선수는 중요한 순간일수록 결과를 먼저 떠올리기 쉽다. “놓치면 어떡하지?”, “여기서 실패하면 비난받을 텐데”, “꼭 넣어야만 해”와 같은 생각이 머릿속을 채우면 몸은 굳고, 시야는 좁아지고, 평소 자연스럽게 하던 판단도 늦어진다.

 

클러치 퍼포먼스는 결과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다. 결과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도, 다시 현재의 행동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호흡을 정리하고, 시선을 두어야 할 곳에 두고, 자신이 맡은 역할이나 기준을 붙잡는 것이다. 압박이 사라져서 좋은 수행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압박 속에서도 그 기준이 무너지지 않을 때 클러치 퍼포먼스가 나타난다.

 

이 지점에서 클러치 퍼포먼스와 회복탄력성은 구분된다. 두 개념은 모두 멘탈과 관련돼 있지만, 작동하는 시간과 방향이 다르다. 클러치 퍼포먼스는 경기 안에서 압박이 최고조에 이른 순간에 작동한다. 마지막 공격, 결정적인 자유투, 승부를 가르는 수비 한 번처럼 지금 당장 수행을 유지해야 하는 장면에서 필요하다. 반면 회복탄력성은 그 장면이 지나간 뒤에 작동한다. 실패했을 때, 패배했을 때, 기대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그 경험을 어떻게 해석하고 다시 일어서는가의 문제다.

 

사진=AP/뉴시스
사진=AP/뉴시스

 

클러치 상황에서 실패했다고 해서 회복탄력성이 부족하다고 말할 순 없다. 결정적인 슛을 놓친 선수도 이후 그 경험을 분석하고, 받아들이고, 다음 수행의 자원으로 바꿀 수 있다면 충분한 회복탄력성을 갖고 있다고 본다. 반대로 한 번의 클러치 장면에서 성공했다고 해서 그 선수가 모든 역경을 건강하게 극복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클러치 퍼포먼스는 기적처럼 나타나는 한순간의 배짱이 아니다. 위기 속에서도 자신이 해야 할 행동에만 집중하는 훈련의 결과다. 회복탄력성 역시 빨리 잊어버리는 마법이 아니다. 실패가 자신을 정의하지 않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 자신이 훈련에 쏟은 시간과 노력을 믿는 마음의 힘이다.

 

NBA 파이널의 마지막 클러치 타임은 한 시즌의 결말이라 볼 수 있다. 그렇다고 그것이 선수의 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클러치 퍼포먼스로만 선수를 판단하기보다는, 그 선수가 무엇을 훈련해 왔고 앞으로 무엇을 더 훈련해야 하는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결국 클러치 퍼포먼스와 회복탄력성은 타고난 기질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어떤 선수는 본래 담대할 수 있고, 어떤 선수는 상대적으로 긴장과 좌절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압박 속에서 어디를 볼 것인지, 어떤 루틴으로 돌아올 것인지, 실패 이후 자신에게 어떤 말을 건넬 것인지는 노력을 통해 갈고 닦을 수 있다. 물론 천부적인 센스와 선천적인 피지컬이 선수의 출발점을 다르게 만들 수 있듯, 멘탈 역시 타고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명심할 부분은 그것이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클러치 퍼포먼스와 회복탄력성은 훈련을 통해 더 단단해질 수 있는 영역이다. 클러치 타임은 선수를 정의하는 시간이 아니라, 그 선수가 무엇을 훈련해 왔는지를 드러내는 시간이다.

 

글=권혁주 박사, 정리=이혜진 기자

 

권혁주 박사는...

△멘탈 퍼포먼스 멘탈 디렉터 △스포츠심리학 박사 △스포이즘 운영지원팀 팀장 △인하대학교 강사 △국제사이버대학교 비전임교원 △한국스포츠학회 심사위원 △인천광역시 스포츠과학센터 심리기술훈련 지원(2024-2026) △충남스포츠과학센터 스포츠과학교실 특강(2025) △인천체육고등학교 심리트레이닝(2024-2026) △경주한수원 여자축구단 심리기술훈련 지원(2024) △인천광역시청 여자핸드볼선수단 심리기술훈련 지원(2025) △원종고등학교 사격팀 심리기술훈련 지원(2022-2024) △SOL FC U18 심리기술훈련 지원(2024) △내동중학교 탁구팀 심리기술훈련 지원(2021) △전국 소년체육대회·전국체육대회 심리지원(2018-2022) △전라남도교육청 스포츠심리상담사(2018-2020) △전남체육중·고등학교 멘탈트레이너(2017) △저서 ‘운동화와 함께 뛰는 긍정의 멘탈트레이닝 II(2018)’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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