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구현’의 한 판이었다. 벨기에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화 한 통으로 출전정지 징계가 유예된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AS모나코)이 뛴 미국을 격파하고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8강에 진출했다.
벨기에는 7일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시애틀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과의 대회 16강전에서 4-1 대승을 거뒀다. 2018 러시아 대회 때 역대 최고인 3위에 오른 벨기에는 사상 첫 우승을 향해 진격한다. 2022 카타르 대회 조별리그 탈락의 충격에서도 벗어났다. 벨기에는 오는 11일 오전 4시 스페인과 4강 티켓을 두고 격돌한다. 반면 캐나다와 멕시코, 미국으로 이어지는 이번 대회 개최국은 모두 16강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날 경기의 중심은 발로건이었다. 발로건은 지난 2일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의 대회 32강전에서 상대 선수의 발목을 밟는 반칙을 범해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을 당했다. 규정상 이날 벨기에전에 나설 수 없었으나 갑작스럽게 출전이 가능해졌다. FIFA가 지난 6일 발로건에게 내려진 한 경기 출전정지 처분의 집행을 1년 유예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개입한 정황이 있었다. 그는 지난 6일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과의 전화통화 사실을 알리며 “제가 한 일은 재검토를 요청한 것뿐이지 ‘이렇게 해야 한다’고 말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발로건의 행동이) 반칙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두 명의 선수가 부딪히면서 얽힌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인판티노 회장이 “FIFA의 사법 기구는 독립적”이라며 “사법 기구의 독립성은 축구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위해 필수적이며 이는 항상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판티노 회장은 지난해 이례적으로 FIFA평화상을 만들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여하는 등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번 발언에도 의구심이 나오는 배경이다.
미국은 이날 발로건을 선발 출전시키며 승리를 노렸다. 하지만 경기는 벨기에가 압도했다. 벨기에는 전반 9분 샤를 데 케텔라에르의 선제골로 앞서 나갔다. 미국은 전반 31분 말릭 틸만의 프리킥으로 동점에 성공했지만 벨기에는 불과 2분 뒤 데 케텔라에르의 2번째 골을 앞세워 달아났다.
기세를 올린 데 케텔라에르는 후반 12분 한스 바나켄의 추가골을 어시스트하며 날아올랐다. 후반 48분에는 로멜루 루카쿠의 쐐기골까지 나오며 벨기에는 대승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발로건은 89분을 소화했지만 단 한 개의 공격포인트도 올리지 못했다.
경기 뒤 벨기에 선수들은 발로건의 징계 유예가 승리에 동기부여가 됐다고 전했다. 주장 유리 틸레만스는 “(징계 유예) 소식을 듣자마자 회의를 열었다”며 “경기장에서 실력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다짐했고 그렇게 했다. 팀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미소지었다.
공격수 도디 루케바키오는 “발로건이 레드카드를 받았는데도 왜 경기에 뛸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면서도 “그 문제에 신경쓰고 싶지 않았다. 경기에 집중하고 우리만의 플레이를 하고 싶었다. 오늘 그렇게 했다”고 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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