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유통팀 박기자의 영수증] K리그 ‘잔디’ 샀어요… SOLD OUT 기쁜 이유

입력 : 2026-07-04 12:16:54 수정 : 2026-07-04 12:22:22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포항 스틸러스 홈구장 잔디 굿즈 ‘스틸야드 피치 그래스’ 제품 이미지와 구매 영수증. 박재림 기자
포항 스틸러스 홈구장 잔디 굿즈 ‘스틸야드 피치 그래스’ 제품 이미지와 구매 영수증. 박재림 기자

 

세는나이 마흔을 맞이한 1987년생이자 스무 살부터 자취 중인 미혼 남성인 동시에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산업부의 유통팀 소속 기자의 최근 영수증을 통해 트렌드를 알아봅니다. <편집자 주>

 

2008년부터 K리그 포항 스틸러스를 응원하는 팬으로 산다. 그러면서 유니폼과 머플러 등 구단 상품(굿즈)을 수도없이 샀다. 그런데 굿즈를 구매할 때는 일반적인 소비 때와는 달리 독특한 바람이 덧붙는다. 이 소비가 우리팀의 운영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그러니까 내가 산 유니폼이 골 잘 넣는 선수 연봉의 일부가 되길, 뛰어난 선수를 데려오는 영입자금의 일부가 되길 소망하는 식이다.

 

지난 3일 포항이 200개 한정으로 출시한 ‘스틸야드 피치 그래스(STEELYARD PITCH GRASS)’를 온라인 쇼핑몰의 구매창이 열리자마자 주문할 때도 그랬다. 홈구장 스틸야드의 잔디 일부를 케이스에 담은 이것을 구매한 돈이 그 잔디 위를 뛰어다니며 골을 넣었던 이호재의 연봉 일부가 될 거라는 생각에 뿌듯했다.

 

그리고 약 45분 만에 품절을 알리는 ‘SOLD OUT’이 떴을 때 199명의 ‘동지’들에게도 감사했다. 당초 구단은 오는 6일까지 주문을 받는다고 안내한 바 있다.

 

‘스틸야드 피치 그래스’가 품절됐음을 알리는 이미지. 포항 스틸러스 온라인 쇼핑몰 갈무리
‘스틸야드 피치 그래스’가 품절됐음을 알리는 이미지. 포항 스틸러스 온라인 쇼핑몰 갈무리

 

이번 상품은 포항 구단이 2013년부터 지난 4월 중순까지 홈구장에서 쓰인 잔디를 걷어내고 새 잔디로 교체하는 사업을 통해 마련됐다. 폐기될 운명인 노후 잔디를 ‘13년간 함께한 추억’이라는 의미를 씌워 굿즈로 재탄생시킨 것.

 

구단 측은 “스틸야드의 역사를 함께한 천연 잔디와 흙을 투명 레진으로 보존 처리해 아크릴 케이스에 담아낸 기념상품”이라며 “상품의 의미를 내·외부에 새긴 전용 보관 케이스도 함께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FC바르셀로나 등 해외축구 유명 구단들이 홈구장 잔디를 판매한 적은 있지만 K리그에서 잔디를 공식 굿즈로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체육부 동료 기자를 통해 알아보니 비공식적으로는 한 구단이 홈구장 잔디교체 사업 후 일부 팬들에게 선물한 사례가 있었다고. 즉, 이번 상품을 구매함으로서 역사상 최초의 ‘K리그 잔디 구매자’가 된 것이다.

 

‘스틸야드 피치 그래스’ 제품 이미지. 포항 스틸러스 온라인 쇼핑몰 갈무리
‘스틸야드 피치 그래스’ 제품 이미지. 포항 스틸러스 온라인 쇼핑몰 갈무리 

 

스틸야드 잔디 굿즈가 조금 더 특별한 것은 자생력을 키우려는 구단이 노력이 담겼다는 점이다. 최근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탈락과 맞물려 K리그 전체팀의 절반 이상이 각 연고지 지자체의 세금이 투입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K리그는 ‘세금리그’라는 수식어가 축구팬들 사이에서도 자조 섞인 채로 돈다.

 

포항은 포스코가 운영하는 기업 구단이니 소위 ‘세금팀’은 아니지만 자생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시도립구단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도 어떻게든 자체적으로 수익을 올리려고 애쓰는 구단의 모습에서 ‘대견함’을 느끼고 그런 팀의 팬이라는 점에서 어깨가 올라간다.

 

오늘 4일은 월드컵 휴식기가 끝나고 K리그가 재개되는 날이다. 전국 각 구장으로 모일 소비자이자 응원팀의 자생에 힘을 보태는 서포터 동지들이여, 파이팅!

 

박재림 기자 jamie@sportsworldi.com



박재림 기자 jamie@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