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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의 라쿠라카차] 빼곡한 실종자 전단, 그 위를 채운 ‘국경 없는 함성'… 두 얼굴의 과달라하라

입력 : 2026-06-22 05:00:00 수정 : 2026-06-22 00: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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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시민들이 지난 20일 과달라하라 대성당 근처에서 주말 저녁을 즐기고 있다. 사진=김진수 기자
멕시코 시민들이 지난 20일 과달라하라 대성당 근처에서 주말 저녁을 즐기고 있다. 사진=김진수 기자
멕시코 과달라하라 거리에 실종자 전단지가 붙어 있다. 사진=김진수 기자
멕시코 과달라하라 거리에 실종자 전단지가 붙어 있다. 사진=김진수 기자
지난 10일 멕시코 과달라하라 대성당 일대에서 열리는 '피파 팬 페스티벌' 행사장에 실종자 전단이 붙어 있다. 사진=김진수 기자
지난 10일 멕시코 과달라하라 대성당 일대에서 열리는 '피파 팬 페스티벌' 행사장에 실종자 전단이 붙어 있다. 사진=김진수 기자

 

“멕시코 과달라하라? 괜찮을까?”

 

세계인의 축구 축제가 펼쳐지는 곳, 이곳에 도착하기 직전까지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다. 거대 마약 카르텔의 본거지라는 뉴스가 먼저 떠올랐고, 도로 위 불타고 있는 차량과 상점들의 잔상이 떠나지 않았다. 실제 공항에 도착해 숙소까지 이동하는 그 짧은 시간 도심 곳곳에 배치된 소총과 기관총으로 무장한 군인과 경찰들을 마주했다. 사기꾼도 만났다. 영어마저 익숙하지 않은 이곳, 마치 미지의 땅과 같았다. 

 

며칠을 머물며 바라본 도시는 생각보다 평범했다. 호텔에서 미소로 맞이해주는 뷔페 직원들, 만원 버스에 껴 출근하는 사람들, 흐려진 간판에 페인트칠하는 노동자까지.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었다. 그제야 군인과 경찰도 다르게 보였다. 그들이 있는 곳이 제일 안전한 곳이었다. 월드컵 자원봉사자인 이첼 바에자 씨는 “밤에 돌아다니지 않는 이상 대부분 지역은 안전하다”고 미소를 띄웠다. 데낄라 한 잔에 타코를 곁들이니 과달라하라의 포근함이 내려앉았다.

 

한국인을 향한 진심 어린 환대도 반가웠다. 과달라하라 중심지인 대성당 근처 해방 광장을 걸을 때면 곳곳에서 “꼬레아노(Coreano·한국인)!”를 외쳤다. 누군가 콕콕 찔러 뒤를 돌아보면 “사진 찍을 수 있느냐”라고 수줍게 묻는다. 스스로 만들어낸 경계심, 그것을 무너트린 것은 과달라하라의 시민들이었다. 월드컵이라는 축제가 국경을 뛰어넘어 사람들을 연결하고 있음을 체감했다.

 

이 도시 역시 어둠을 품고 있다. ‘Desaparecido(실종자)’라는 단어와 함께 실종자의 사진과 인상착의 등이 담긴 전단을 신호등 기둥, 벤치, 건물 벽면에서 심심치 않게 마주한다. 약 2주일간 머문 이곳에서 본 전단만 수백장에 넘는다. 실제 멕시코 전역에 신고된 실종자는 무려 13만5000여명. 서울 영등포구민 전체가 14만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적은 숫자가 아니다. 특히 과달라하라가 속한 할리스코 주에는 1만60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범죄 조직에 납치되거나 가짜 구인 광고에 속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실종자 전단이 빼곡한 해방 광장, 그곳에서 시민들을 월드컵 응원가를 부르고 있다. 월드컵 열기로 들뜬 거리와 실종된 가족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현실은 묘한 대비를 이뤘다. 하지만 어쩌면 그 모습이야말로 월드컵의 본질인지도 모른다. 경기장 안에서는 한 골에 환호하고, 패배에 좌절한다. 세계적인 축구 강국도 패하기 마련이고, 영웅으로 추앙받던 선수도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고, 축제가 막을 내리면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간다. 시민들은 만원 버스에 껴 출근하고, 노동자는 페인트칠한다. 실종자 가족들은 여전히 사랑하는 가족을 찾을 것이다. 

 

월드컵이 도시의 현실을 바꾸지는 못한다. 하지만 90분 동안만큼은 같은 유니폼을 입고 같은 노래를 부르며 함께 울고 웃으며 현실을 이겨낼 힘을 얻는다. 축제를 통해 국적, 성별, 나이와 관계없이 그 힘을 서로 나누게 된다. 한국인들이 2002년 여름을 아직도 이야기하듯이.

 

 

과달라하라=김진수 기자 kjlf2001@sportsworldi.com



김진수 기자 kjlf200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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