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한 일상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일깨운 현충일이었다. 프로야구 두산은 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야구팬들과 함께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희생을 기리는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두산은 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키움과의 정규리그 홈경기를 앞두고 공군본부와 함께 현충일 추모 행사를 진행했다. 지난해 6·25 참전영웅 김두만 장군을 시구자로 초청한 데 이어 올해도 공군과 손잡고 특별한 시구와 추모 비행으로 잠실야구장서의 특별한 시간을 마련했다.
이날 시구자는 블랙이글스 순직 조종사 고 김도현 중령의 차남 김태현 공군 병장이었다. 아버지를 이어 공군에 입대한 그는 현재 공군 김포포대에서 복무 중이다.
김태현 공군 병장은 잠시 고개를 떨궜다. 잠실야구장 전광판에 아버지 고(故) 김도현 중령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어린이 관객들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 순간 비상탈출을 포기했던 ‘하늘의 영웅’. 아버지의 메시지를 마주한 아들은 끝내 눈시울을 붉혔고, 잠실야구장도 숙연해졌다.
고 김도현 중령은 2006년 5월5일 어린이날 수원 공군비행장서 열린 에어쇼 도중 순직했다. 결혼기념일이기도 했던 이날, 그는 기체 이상으로 추락하던 순간에도 비상탈출을 택하지 않았다. 1300여 명의 관람객, 그중에서도 많은 어린이를 지키기 위해 기수를 비행장 외곽으로 돌렸다. 대형 참사를 막아낸 뒤 세상을 떠난 그는 순직 후 1계급 특진과 보국훈장 삼일장을 받았다. 공군에서는 지금도 살신성인의 상징이자 조종사의 책임감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기억되고 있다.
시구에 앞서 잠실야구장 전광판에는 고 김도현 중령의 생전 모습을 인공지능(AI)으로 복원한 영상이 상영됐다. 영상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에어쇼를 하다 정작 가족의 어린이날을 빼앗은 것 같아 미안하다는 마음, 아들과 캐치볼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한 아버지의 미안함이 담겼다. 김 병장에게 사전에 알려지지 않은 깜짝 행사였다. 전광판을 바라보던 김 병장은 감정을 쉽게 추스르지 못했다.
잠시 뒤 김 병장은 관중 앞에 섰다. 그는 “선택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자신의 안위보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희생을 택한 이들이 있다. 그 선택 덕분에 내가 이 자리에 서 있고, 야구장에서 평온한 일상을 누릴 수 있다”며 “이 자리를 빌려 그 모든 분들과 아버지께 감사하고 존경한다”고 말했다. 관중석에서는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김 병장은 아버지가 블랙이글스에서 맡았던 ‘6번기’를 기억하는 의미로 등번호 6번을 달고 마운드에 올랐다. 공군 군악대와 어린이 팬들이 함께 애국가를 부른 뒤 김 병장의 시구가 이어졌다.
아버지를 기억하는 아들의 마음, 그리고 희생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을 터.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 역시 붉어진 눈시울로 전광판과 그라운드 위를 바라봤다.
시구가 끝난 뒤에는 대한민국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잠실 상공을 수놓았다. 특수비행과 태극 기동에 이어 편대 비행 중 한 대가 위로 솟아오르는 미싱맨 포메이션이 펼쳐졌다.
전우를 기리는 추모 비행 속 군악대의 트럼펫 조곡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시구자와 도열 인원들은 하늘을 향해 경례하며 예우를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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