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하나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베테랑 백정현(삼성)은 지난 시즌 환희와 절망을 모두 경험했다. 시즌 초반 쾌조의 페이스를 자랑했다. 불펜으로 29경기 나서 2승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1.95를 마크했다. 14승(평균자책점 2.63)을 거둔 2021시즌 이후 가장 좋은 흐름. 아쉽게도 6월4일 인천 SSG전을 마지막으로 모습을 감췄다. 어깨에 통증을 느낀 것. 염좌 진단을 받고 재활에 매달렸다. 당초 후반기쯤엔 돌아올 수 있을 거란 봤지만, 예상보다 회복 속도가 더뎠다. 끝내 시즌 아웃이 됐다.
올 시즌을 앞두고 더욱 구슬땀을 흘렸던 배경이다. 애석하게도 부상 악재의 그림자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은 듯하다. 5월 초 다시 자리를 비웠다. 한 번 경험을 했기에, 대비하는 차원이기도 했다. 큰 부상으로 번지기 전에 미리 움직인 것. 백정현은 “어깨 쪽 느낌이 안 좋아 일찍 빠졌다”면서 “평소보다 밸런스가 좀 안 맞더라. 공을 많이 던지게 되면서 피로도 좀 쌓였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이번 쉼표는 크지 않았다. 25일 다시 1군 엔트리에 합류했다.
베테랑이라고 해도, 재활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터. 심지어 1987년생, 적지 않은 나이이기에 과거와는 느낌이 또 다를 수밖에 없다. 백정현은 정면 돌파를 택했다. 아프다고 움츠러들지 않는다. 오히려 아픈 부위를 찾아 더 집요하게 파고든다. 백정현은 재활 이야기에 “죽기 살기로 한다. 눈물 찍 흘리며 그냥 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오른팔로 할 땐 아무렇지 않은 동작이 왼팔로 할 때 통증이 있다면, 이 포인트에 자극이 있구나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시, 시작이다. 올 시즌 삼성은 한층 탄탄해진 마운드를 자랑한다. 26일 기준 팀 평균자책점 4.09로, 리그 2위다. 심지어 불펜으로 한정하면 리그 1위(3.99). 백정현까지 가세하면 더욱 다양한 선택지를 가동할 수 있다. 무엇보다 팀 내 귀한 왼손 자원이다. 현재 삼성 필승조 가운데 좌완은 이승민, 배찬승 정도. 컨디션도 좋다. 지난 24일 KT와의 퓨처스(2군) 경기서 실전감각도 조율했다(1이닝 무실점). “시즌 초보다 많이 올라온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어쩌면 야구인생 황혼기에 접어든 시점. 동료들도 하나둘 은퇴하고 있다. 그래서 더 이 순간에 집중하려고 한다. 먼저 선수생활을 마친 동갑내기 차우찬과도 많은 대화를 나눈다. “야구선수 이후의 삶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하는 것 같다. 그다음은 거의 아기 얘기”라고 웃었다. 이어 “야구할 날이 얼마 안 남지 않았나”고 운을 뗀 백정현은 “다른 거 생각 안하고, 팀의 우승만 바라보고 있다. 어떻게 해서든 팀에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인천=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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