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이나 과도한 경쟁 대신 잔잔한 웃음과 위로가 예능가를 채우고 있다.
한동안 예능 시장을 장악했던 고민해결·서바이벌·연애 리얼리티 등과 같은 프로그램은 화제성 측면에서 독보적이었지만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그 빈자리를 이른바 착한 예능이 파고들었다. 갈등을 부추기는 자극적인 편집 대신 소소한 일상과 따뜻한 연대를 담아낸 순한맛 예능이 방송가 새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시골 마을로 내려간 스타들이 주민들과 일상을 나누고 지역사회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이 과정에서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와 공동체 정서까지 담아내며 편안한 웃음과 위로를 전한다. 극적인 반전이나 화려함은 없어도 소소한 순간의 진정성을 담아내며 시청자의 정서적 만족도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가다.
◆배우들이 문 연 시니어 빵집…글로벌까지 인기
현재 인기리에 방송 중인 ‘봉주르빵집’(쿠팡플레이)가 대표적이다. 배우 차승원·김희애·김선호·이기택이 조용한 시골 마을에 국내 최초 시니어 디저트 카페를 오픈하고 운영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차승원, 이기택은 지역 특산물을 매치한 신메뉴를 통해 손님을 대접하고, 김희애와 김선호는 특유의 넉살로 지역 노인을 맞이한다.
다른 매장 운영 예능과는 달리 만 65세 이상만 입장할 수 있다는 제한 조건이 눈에 띄는 차별점이다. 만 65세 이상과 동반인만 입장이 가능하다. 이 프로그램을 처음 기획한 김란주 작가는 “부모님과 시간을 많이 못 보낸 분이 편하게 오갈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동안에는 부모님이 항상 자식을 따라다녔다면 자식 대신 부모님만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라고 밝혔다.
덕분에 노인들은 빵집에 눈치 보지 않고 들어와 시간제한 없이 편안하게 대화하며 빵을 맛본다. 손녀와 함께 가족 3대가 함께 빵집을 찾은 할아버지는 “나도 써먹을 데가 있구나. 나이 먹어도”라고 웃는다. 손녀의 초등학교 회장 당선을 축하하러 온 할머니부터 손주와 나들이에 나선 가족들까지 빵집을 찾은 어르신의 소박한 일상이 ‘봉주르빵집’만의 재미다.
프로그램의 진정성은 글로벌에도 통했다. 공개 첫 주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라쿠텐 비키의 동남아시아 지역 주간 순위 1위에 오른 데 이어 미주·유럽·중동·오세아니아 등 전 세계 127개국에서 톱10에 진입했다. 정성 어린 디저트와 따뜻한 인간미에 글로벌 팬들의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박보검·임영웅의 소탈한 일상…후속 시즌까지 이어져
화려한 조명을 벗어난 톱스타들의 소탈한 반전 매력을 엿볼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다. 지난달 종영한 ‘보검 매직컬’(tvN)에서 배우 박보검은 전북 무주군 작은 마을에 이발소를 열고 동네 주민들과 일상을 나눴다. 이용사 국가 자격증이 있는 박보검은 장소 선정과 리모델링, 인테리어 등 이발소 운영을 위해 1년여간 고민을 기울이는 진정성을 보였다. 배우 이상이 또한 프로그램을 위해 네일 국가 자격증을 취득했다.
지난해 방송한 ‘섬총각 영웅’(SBS)은 가수 임영웅의 인간적인 매력을 고스란히 담았다. 임영웅이 지인들과 함께 전남 완도군에 위치한 작은 섬 소모도에서 자급자족하며 살아가는 일상을 그린 예능이다. 꽃무늬 몸빼바지와 밀짚모자를 걸친 임영웅은 농사부터 통발 던지기까지 능숙하게 소화하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두 프로그램 모두 성적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보검 매직컬’은 펀덱스 화제성에서 TV 비드라마 및 출연자 부문 9주 연속 톱10에 이름을 올렸고, 동영상 조회수는 총 2억6000만 뷰를 돌파했다. ‘섬총각 영웅’ 또한 꾸밈없는 인간적인 매력과 눈이 호강하는 풍경 등이 호평받으며 동시간대 시청률 1위로 종영했다. 호평과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보검 매직컬’과 ‘섬총각 영웅’은 시즌2 제작을 확정했다.
이 외에도 배우 이장우가 시골에서 지내며 지역을 핫플레이스로 탈바꿈하는 지역 재생 예능 프로그램 ‘시골마을 이장우’(MBC)는 지난 20일 시즌3을 무사히 마쳤다. 또 배우 김태리가 시골의 작은 학교에서 방과후 연극반 선생이 돼 아이들을 가르친 ‘방과후 태리쌤’(tvN)은 매회 따뜻한 웃음과 감동을 전하며 지난달 종영했다.
경쟁과 자극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이 이제는 편안함과 공감을 콘텐츠의 중요한 가치로 여기기 시작하면서 힐링을 내세운 예능 프로그램은 앞으로도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자극적인 연출은 즉각적인 반응을 끌어내기 유리하지만 시청자를 쉽게 피로하게 만든다. 그러나 일상의 소박한 가치와 연대를 조명하는 착한 예능은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해 오히려 장기적인 생명력을 가져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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