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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아픈 아이, 갈 곳이 없다”… 부산성모병원이 소청과 진료를 지키는 이유

입력 : 2026-05-27 08:14:51 수정 : 2026-05-27 08: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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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밤새 열이 떨어지지 않거나 주말 새벽 숨소리가 거칠어지면 보호자는 곧바로 병원을 찾는다. 문제는 진료받을 곳을 찾는 일부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소아청소년과 진료 축소와 응급 진료 공백 우려가 이어지면서, 지역에서 아이를 진료할 수 있는 병원의 역할이 더 커지고 있다.

 

소아청소년과는 대표적인 필수의료 분야로 꼽힌다. 아이들은 증상을 정확히 표현하기 어렵고, 같은 질환이라도 연령과 성장 단계에 따라 진단과 치료 접근이 달라진다. 체중에 따라 약물 용량을 세밀하게 조정해야 하고, 보호자의 불안까지 함께 살펴야 해 진료 시간과 인력이 많이 드는 영역이다.

◆아픈 아이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소청과 공백이 커지는 이유

 

소아청소년과는 병원 입장에서 유지 부담이 큰 진료과다. 야간과 주말에 갑자기 아픈 아이를 데려오는 보호자 응대, 신생아 진료, 입원 관리, 성장 단계별 모니터링까지 감안하면 경영효율만으로 접근하기 어렵다. 일부 병원들이 소아 진료를 줄이거나 입원 기능을 축소하는 배경이다.

 

반면 부산성모병원은 지역 소아 청소년 진료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오고 있다. 병원 측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6명을 갖추고, 진료 분야를 세분화해 운영 중이다. 소아 소화기, 소아 호흡기, 소아 알레르기, 소아 내분비, 소아 심장, 신생아 진료가 한 병원 안에서 이뤄진다.

 

황윤하 부산성모병원 소아전문진료센터 센터장은“소아 환자는 성인 환자와 다르다. 아이들은 아픈 부위를 정확히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같은 증상이라도 나이와 성장 단계에 따라 원인이 달라질 수 있다”며 “증상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발달 과정, 생활환경, 보호자 관찰 내용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감기인 줄 알았는데 알레르기·성장 문제까지… 아이 진료는 세분화가 중요

 

아이의 증상은 단순히 ‘감기’나 ‘복통’으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반복되는 복통과 설사 뒤에 소화기 질환이 숨어 있을 수 있고, 오래 지속되는 기침이나 숨가쁨은 호흡기 및 알레르기 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

 

성장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거나 느린 경우에는 내분비 평가가 필요하고, 신생아는 체온·호흡·수유 상태 변화만으로도 세심한 관찰이 요구된다.

 

소아 진료에서 중요한 또 하나의 축은 연계 진료다. 아이들은 귀·코·목 질환, 시력 문제, 재활 치료, 알레르기 질환이 서로 맞물려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부산성모병원은 소아 재활, 소아 이비인후과, 소아 안과 등 관련 진료 영역도 함께 운영하며 아이 상태에 따라 협진이 가능하도록 했다.

 

황윤하 센터장은 “아이 진료에서는 보호자와의 소통도 치료의 일부”라며 “체온 변화, 수유량, 수면 패턴, 호흡 양상처럼 보호자가 집에서 본 정보를 바탕으로 진료 방향을 잡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진료 넘어 수련까지… 지역 소아의료를 이어가는 병원

 

부산성모병원이 지역 소아 진료에서 맡는 역할은 진료에만 그치지 않는다. 병원은 부산지역 종합병원 중 유일하게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를 수련시키는 기관이다. 소아청소년과 진료 인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다음 세대 의료진을 길러내는 일까지 맡고 있는 셈이다.

 

병원 측은 소아청소년과 진료 체계를 유지하는 일이 단기간의 효율로 판단하기 어려운 영역이라고 설명한다. 아이가 아플 때 지역 안에서 진료받을 수 있는 기반이 있어야 보호자의 불안과 이동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황윤하 센터장은 “아이들은 밤에도, 주말에도 아플 수 있다”며 “소아청소년과는 병원이 수익성만 보고 결정하기 어려운 진료 분야다. 지역 아이들이 필요한 순간 병원 밖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진료 기반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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