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보다 잘하고 싶었다. 타격이 잘 풀리지 않는 날엔 분한 마음에 좀처럼 발걸음을 돌리지 못했다. 야구장에서 잠든 기억만 몇 차례 있을 정도. 조명이 모두 꺼진 경기장, 무서울 법도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중요치 않았다. 지난 경기들을 곱씹느라 바빴다. 키움의 안방을 지키는 차세대 포수 김건희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서울 만한데, 그땐 그런 감정이 안 들더라. 여한이 만이 남더라. ‘왜 못했을까’, ‘괜찮다’ 마인드컨트롤을 하려 했다”고 돌아봤다.
간절하면 이뤄지는 법이다. 조금씩 방망이가 뜨거워진다.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SSG와의 ‘2026 신한 SOL KBO리그’ 홈경기서 잊지 못할 장면을 만들어냈다. 6번 및 포수로 선발 출전해 프로 첫 그랜드슬램을 쏘아 올렸다. 3회 말, 1사 만루서 상대 선발투수 히라모토 긴지로의 슬라이더(134㎞)를 공략했다. 누가 봐도 넘어가는, 비거리 130m짜리 대형 홈런이었다. 김건희는 “중견수 플라이면 1점 났구나 싶었는데 넘어가더라.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이날뿐만이 아니다. 전날에도 김건희는 짜릿한 손맛을 봤다. 비결이 있을까. 김건희는 ‘여유’ 두 글자를 꺼냈다. 어렵지만, 삼진 먹을 용기를 키워가는 중이다. 실제로 마인드가 많이 바뀌었다. 2004년생, 이제 프로 4년차다. 스스로 슬럼프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부족함을 인정하고, 부지런히 채우고자 한다. 김건희는 “부정적 생각이 들 땐 ‘버티자’ ‘ 해보자’ 마음을 먹었다. 선배님들에게 물어보면서 빠르게 내 것으로 만들어가려 한다”고 말했다.
하루아침에 마인드가 바뀌긴 쉽지 않다. 주변에서 긍정적 기운을 불어주는 이들이 있기에 더 힘을 낼 수 있었다. 김건희는 “강병식 타격 총괄코치님께서 ‘삼진 먹어도 본전 아니냐. 이미 수비에서 잘해주고 있다’고 하시더라”고 귀띔했다. 선배 이형종은 기꺼이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줬다. 김건희는 “평소엔 장난도 많이 치시고 하는데, 야구 얘기를 할 땐 진지하다. 선배도 힘드셨을 텐데 제가 어려울 때 가장 먼저 전화해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김건희의 만루포에 힘입어 이날 키움은 6-0 승리를 거뒀다. 시리즈 싹쓸이. 17일 창원 NC전까지 더해 4연승 행진 중이다. 무려 324일 만이다. 가을야구의 꿈을 칠해본다. 관련 질문에 김건희는 다부진 목소리로 “갈 겁니다. 갈 거에요”라고 강조했다. 순위는 9위지만, 공동 4위 세 팀(SSG, KIA, 두산)과의 거리가 3.5경기 차에 불과하다. 김건희는 “우리가 안 된다는 법은 없다. 하루하루 헛되이 보내지 않는다면 충분히 갈 수 있다고 믿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