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코트에서 한 발 물러나, 선수와 농구팬이 순간을 더 잘 추억할 수 있도록 만들겠습니다.”
딱 3년 전 고양에서 봄 농구 무대가 펼쳐질 때였다. 주황색 유니폼을 입은 김진용은 짧은 시간이지만, 중용 받으며 코트를 누볐고 그 순간을 만끽했다. 이제는 코트와 한 걸음 떨어져 경기를 지켜본다. 생생하게 떠오르는 그때의 기억을 발판 삼아 농구 팬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간다. 한국 농구를 더 재밌게, 더 자세하게 알 수 있는 콘텐츠 제작자 ‘농떼르만’이라는 이름으로 제2의 인생을 걸어간다.
김진용은 “벤치에 가만히 앉아있었던 11, 12번째 선수였을 땐 굉장히 창피했다. 다른 선수들은 숨을 헐떡이며 땀을 흘리고 있는데, 나는 뽀송뽀송했다. 나도 경기를 뛰고 싶다는 열망이 있다 보니, 그 순간들을 온전히 즐기지 못했다”면서도 “코트 밖에서 보니까 다르지 않더라. 어떤 선수든 한 팀의 일원이고 멋있더라. 그 안에서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가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중한 그 시간들을 이제는 대중에게 전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주전은 아니었지만, 농구 팬들의 기억에 남는 색깔 있는 선수였다. 김진용은 2017년 드래프트 1라운드 8순위로 현대모비스의 부름을 받았고, 지명 이틀 만에 트레이드돼 KCC로 향했다. 2022~2023시즌은 고양을 연고지로 둔 캐롯과 소노에서 뛰었고, 2024~2025시즌 삼성에서 선수 커리어를 마무리했다. 프로 통산 26경기 평균 10분여 출전, 3.2점을 기록했다.
은퇴 직후엔 체육 교사가 되기 위해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온종일 공부에 매진했다. 김진용은 “아버지(체육 교사)의 영향을 받아 지도자에 대한 가치관이 일찍부터 자리 잡았다. 교사, 교육부에 대한 방향성을 잡고 공부를 했다. 현행 제도에 대한 아쉬움을 고쳐보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공부하면서 구조적인 한계점을 직시했고 이해했다”며 “반년 넘게 공부했지만, 원서를 쓰는 날 마음을 바꿨다. 다른 방식으로도 영향력을 펼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다른 길을 선택했지만 농구 선수를 하며 부족했던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신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선택했다. 농구 이야기라면 쉴 틈 없이 떠들 자신이 있었다. 김진용은 “작년 10월쯤 생방송으로 농구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농구를 해봤기에 보이는 것들이 있다. 순간적으로 아이 페이크를 하는 선수, 그걸 당하는 선수들. 해보지 않으면 알아채기 쉽지 않고, 또 그 선수의 성격을 알다 보니 보이는 것들이 있다”며 “이런 부분들을 전해드리고 싶더라. 기록도 중요하지만 쉽게 찾을 수 있지 않나. 대신 나는 그 기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조명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특히 ‘나노 분석’이라는 주제로 한 선수를 집중 조명하는 영상이 인기다. 김진용은 “올해 특히 양우혁, 강성욱, 문유현 등 뛰어난 신인들이 많았다. 양우혁의 경우 어린 선수가 바로 프로 무대에 통하는 이유가 신기하지 않나. 깊이 있게 다루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적중했다”며 “보통 10경기 정도 풀 영상을 돌려 보면서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선수 시절 재밌는 에피소드,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선수들의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들도 인기를 끌었다. 날고 기는 선수들과 함께한 시간과 서로에 대한 리스펙이 있기에 가능한 케미스트리였다. 그 역시 선수로서 절실하게 노력을 해봤다. 그 페이지들이 겹겹이 쌓여 김진용만의 이야기보따리가 완성됐다.
김진용은 “선수 생활 때 고점을 찍어본 선수는 아니었지만, 뚫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했다. 그 모습을 본 선수들이 있다. 그러다 보니 지금 내가 나와서 이야기를 해도 선수들이 반가워해 주고 좋은 모습으로 봐주는 것 같다”며 “고마운 마음이다. 이원석 선수는 ‘형 말 잘하는 거 알고 있었는데, 어떻게 은퇴하자마자 이렇게 잘되냐’고 했다. 허훈 선수는 ‘농구를 너무 모르던데’라고 농담하기도 했다”고 웃었다.
자신만이 가진 강점을 살려 한국 농구에 재미를 더하겠다는 각오다. 김진용은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소노-KCC의 챔피언결정전을 티빙 ‘팬덤 중계’에 패널로 함께한다. 김진용은 “앞으로 해설위원, 1대1 클리닉 코치 등 다양한 방법으로 농구 팬들을 만나고 싶다”면서 “조현일 해설위원님의 중계를 정말 잘 보고 있다. 같이 투톱이 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 옆이나 다른 경기에서 선수 출신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보탤 수 있는 장점이 있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이어 “사실 해설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방송 스타일과 달리 정제된 언어를 써야 한다. 우려가 있으실 수도 있지만, 나는 자신이 있다. 이번 팬덤 중계가 그 기회라고 생각한다. 온오프가 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 드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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