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이 없어진 것 같다.”
모두가 봄에 꽃을 피우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시린 겨울을 견뎌낸 뒤에야 비로소 꽃망울을 터트리기도 한다. 숱한 고난을 이겨낸 만큼 향기가 더 진해진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우완 투수 현도훈(롯데)도 마찬가지다. 8년의 기다림 끝에 승리 시계를 돌렸다. 28일 부산 키움전이었다. 두 번째 투수로 나서 2이닝 무실점을 기록, 데뷔 후 처음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현도훈은 구단 채널을 통해 “싱숭생숭하다. 어색하다 너무 오래 걸렸다”고 멋쩍은 듯 말했다.
이 순간을 만끽하기까지 참 많은 일이 있었다. 현도훈은 ‘일본 유학파’ 출신이다. 신일중을 졸업한 후 교토국제고-큐슈쿄리츠대를 거쳤다. 프로의 문을 통과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독립야구단 파주 챌린저스를 거쳐 2018년 육성선수로 두산에 입단했다. 그해 3경기, 2021년 5경기에 나섰다. 2023년부턴 롯데에 둥지를 틀었다. 그동안 퓨처스(2군)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다. 지난 3년간 1군에선 8경기(2024년) 출전에 그쳤다. 대신 2군서 꾸준히 기량을 쌓았다.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올해 확실히 달라진 모습으로 제대로 눈도장을 찍고 있다. 지난 14일 1군에 콜업됐다. 약 2년 만이다. 18일 부산 한화전부터 5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사령탑도 엄지를 치켜세웠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개막 전에 한 번 봤는데, 좋더라. 2군에서도 좋은 보고가 올라왔다”면서 “사실 두산 시절에도 2군에선 괜찮았다. 1군에만 올리면 자기 공을 던지지 못했다. 달라졌더라. 마운드서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이라면 중책을 맡을 가능성도 커 보인다. 김 감독은 “이 정도면 필승조로 가야한다”고 끄덕였다. 올 시즌 롯데는 불펜 평균자책점은 28일 기준 6.35로 리그 9위다.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한 이유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김원중은 지난겨울 당한 교통사고 여파로 구위를 끌어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으며, 필승조로 분류됐던 정철원, 윤성빈 등은 부진으로 2군서 재정비 시간을 갖기도 했다. 현도훈이 불펜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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