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대전코레일 소속 프로팀 연파… “태극마크 자부심”
“시각장애인축구에서 골키퍼는 필드플레이어 동료들의 ‘눈’이죠.”
7년 전 코리아컵(당시 FA컵) 준우승 주역이 시각장애인축구팀의 수문장으로 그라운드에서 다시금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화성시각축구단의 임형근(37)이다. 11일 서울 송파구의 시각장애인축구장에서 열린 ‘2026 롯데 전국시각장애인축구대회’ 충남FC CNB전(4-0 승)을 마친 그는 “K리그 선수들을 상대할 때처럼 최선을 다했다”며 웃었다.
시각장애인축구는 5인제로, 각 팀은 빛을 지각하지 못하는 시력 0(전맹)의 시각장애인 필드플레이어 4명과 비장애인 골키퍼 1명으로 구성된다. 골키퍼는 상대의 슛을 막는 것은 물론, 수비 지역에서 팀원들에게 현재 상황, 수비 위치, 공격 전개 등을 말로 지시한다. 감독과 코치, 그리고 상대팀 골대 뒤에 서서 공격 상황을 알리고 지시하는 스태프인 ‘가이드’도 있지만 피치(Pitch) 안에서 팀의 눈이 되어줄 수 있는 건 오로지 골키퍼뿐인 것이다.
이날 경기에서도 임형근은 “왼쪽으로 두 발”, “오른쪽으로 세 발”이라는 식으로 수비 위치를 잡아주고 공과 가까운 위치의 동료 선수의 이름을 외치며 플레이를 도왔다. 킥오프, 하프타임, 경기종료 후에는 가장 먼저 선수들을 부르고 어깨를 내주며 이동을 리드했다. 시각장애축구팀은 이동시 팀원끼리 어깨에 손을 얹어 일렬종대로 함께 걷는다.
2011년부터 2024년까지 국내 세미프로축구리그인 내셔널리그와 K3리그에서 14년간 현역 선수로 활약한 임형근은 “이전에도 골키퍼로서 동료들의 플레이를 말로 지시하곤 했는데, 이곳 시각장애인축구도 비슷하다”며 “대신 상대적으로 경기장이 좁고, 디테일하게 설명해야 해서 오히려 그때보다 말을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경기시작 5분이면 목이 쉴 정도”라고 말했다.
울산현대미포조선, 목포시청, 대전코레일(이상 내셔널리그), 화성FC, 경주시민구단, 포천시민구단(이상 K3리그)에서 활약한 임형근은 2019년 프로축구인 K리그 팬들에게도 이름 석 자를 각인시켰다.
당시 대전코레일 주전 골키퍼로서 FA컵을 치르며 울산 현대, 대전 시티즌, 강원FC, 상주 상무 등 프로팀들을 연파했다. 수원 삼성과 결승 1차전도 무실점으로 버텼다. 비록 2차전 패배(0-4)로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지만, 프로 선수들을 상대로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으로 팀과 함께 주목받았다.
2024년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했지만 지난해 화성시각축구단에 입단하면서 다시금 골키퍼 장갑을 꼈다. 임형근은 “사회근무요원 시절 화성FC에서 뛰었던 인연으로 입단 제안을 받았다”며 “은퇴 당시에도 몸 상태에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라 미련이 남았었다. 다시 선수로 뛸 수 있다는 게 좋아서 팀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학창 시절부터 30년 가까이 축구를 했지만 시각장애인축구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는 그는 “솔직히 처음에는 쉽게 생각했다. 그런데 직접 뛰어보니 슈팅이 너무 강해서 놀랐다”며 “상대의 슛 자세를 보고 미리 예측해서 몸을 날리면 실점하기 십상이다. 분명 오른쪽으로 공이 향하는 자세였는데 볼이 왼쪽으로 날아오는 식”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시각장애인축구는 안전 등을 고려해 필드플레이어는 안대 및 보호대를 착용해 눈 주변을 완전히 가리는데, 상대 선수의 눈을 보고 순간적으로 판단을 내리곤 했던 임형근에겐 이러한 부분도 초반에는 적응이 어려웠다고 한다.
다소간의 안일했던 마음을 접고 이전 선수생활 때보다 더 열심히 훈련을 한다는 그는 “승부욕을 불태우며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웃었다.
약 20년 만에 태극마크도 달았다. 지난해 시각장애인축구 국가대표로 발탁, 인도에서 열린 6개국 국제대회에 나서 잉글랜드, 이탈리아, 폴란드, 이란, 인도팀과 경쟁했다. 오는 10월 일본 나고야 장애인 아시안게임에도 출격할 가능성이 높다.
임형근은 “직접 경험해보니 유럽 선수들의 슛은 더 강하더라. 잔발을 치면서 슈팅을 때리는 선수들도 있어서 놀랐다”며 “고등학교 2학년 때 청소년 대표 선발팀으로 중국에서 국제대회를 뛴 이후로 처음으로 태극기가 붙은 유니폼을 입었다. 국가대표로서 영광과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대회는 대한장애인축구협회가 주최하고 롯데장학재단이 후원했다. 2024년 첫 개최 이후 올해로 3회째를 맞이했으며 전맹부 4개팀, 저시력부 4개팀이 경쟁한다. 12일 같은 장소에서 각 결승전이 열린다.
박재림 기자 jami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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