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은이가 ‘버킷리스트’를 이뤘다며 너무 좋아하네요.”
스노보드 국가대표 유승은이 최근 유기동물 보호소를 찾아 봉사활동을 하고 유기견을 위해 써달라며 500만원을 쾌척했다. 6일 경기 시흥시 소재의 유기동물 보호소 ‘유엄빠(유기동물의 엄마아빠)’ 관계자가 이 같은 소식을 귀띔했다. 이후 연락이 닿은 승은 양의 어머니 이희정 씨는 “딸이 예전부터 유기견을 돕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유승은은 지난 2월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스노보드 빅에어 동메달을 획득했다. 대한민국 설상 종목 프리스타일 부문 역대 첫 번째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역사에 이름을 남긴 그의 인스타그램 소개글은 ‘개 산책시키는 사람’이다. 2021년 입양한 믹스견 ‘밤’이의 보호자로서 자아를 우선한 셈이다.
이 씨는 “딸이 올림픽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엄마 아빠에게도 걸어주지 않은 메달을 밤이 목에 걸어주더라”고 웃으며 “어릴 때부터 워낙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밤이를 데려온 것도 승은이가 워낙 성화여서 데려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올림픽을 통해 대중적 인기를 얻은 유승은은 최근 인기 TV예능프로그램인 전지적참견시점(전참시)과 라디오스타에 출연했다. 그리고 전참시 출연료 전액을 유기견을 위해 기부하고 싶다는 의사를 부모에게 전했다. 자기가 번 돈으로 유기견을 돕고 싶다던 딸의 오랜 꿈을 알고 있었기에 부모도 흔쾌히 동의했다.
지난 3일 어머니와 함께 유엄빠 보호소를 방문한 유승은은 기부금을 전달한 뒤 1시간 이상 머물며 강아지 산책 봉사를 하고 같이 놀기도 하면서 교감했다. 이 씨는 “너무 오래 머물러서 폐가 된 게 아닐지 모르겠다”고 말했지만, 유엄빠 관계자는 “유기견 친구들에겐 낯선 사람과 시간을 보내며 마음을 여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며 거듭 감사를 표했다.
이 씨는 딸의 유기견을 향한 남다른 마음을 알 수 있는 일화도 전했다. 최근 동계올림픽 대회를 마치고 밀라노에서 잠시 관광을 하는데 한 홈리스가 강아지와 함께 길거리에서 노숙을 하고 있었단다. 그 모습을 본 유승은은 홈리스에게 다가가 “강아지가 먹을 음식을 사달라”며 10유로를 건넸다고.
한 번은 집이 있는 용인에서 훈련장이 있는 양평으로 이동 중 도로에 로드킬을 당한 개의 사체를 발견한 적이 있었다. 갑자기 차를 세워달라며 문을 열고 내린 유승은은 사체를 안아들고 인근 나무 근처에 내려놓은 뒤 나뭇잎으로 덮어줬다고 한다. 이미 죽었더라도 다른 차들이 개를 계속 밟게 다니게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유독 유기견을 아끼는 딸을 볼 때마다 항상 마음의 짐이 있었다. 이 씨는 “처음 반려견을 데려오려고 할 때 유기견을 입양하기 위해 용인의 유기동물 보호소를 딸과 함께 찾은 적이 있다”며 “승은이는 거기서 만난 아이를 입양하고 싶어 했지만, 내가 유기동물의 건강에 대한 편견이 있어서 만류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렇다고 밤이를 펫숍에서 산 건 아니고 책임분양으로 데려왔지만, 그래도 그때 유기견을 입양하지 않은 것이 계속해서 마음에 걸렸다”며 “밤이를 돌보면서 관련 방송 등을 접하면서 내가 잘못 생각했다는 것을 깨닫고 후회했다. 이 기사를 보는 다른 사람들도 유기견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유엄빠는 2016년 자원봉사자들이 모여 탄생한 동물보호단체로 2021년 현재 보호소를 연 뒤 불법번식장, 개농장, 애니멀호더, 지자체 보호소의 안락사를 앞둔 개체 등 850마리를 구조해 보호하고 또 입양 보냈다. 전문 트레이너들이 상주하며 구조견들의 몸과 마음을 돌보는 곳으로 현재 약 120마리를 보호하고 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