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 박영현(KT)이 다시 달려 나갈 준비를 마쳤다. 더 멀리 가기 위해 잠시 속도를 늦췄지만, 금세 본궤도에 올라섰다.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다. 직구를 앞세운 힘 있는 승부로 타자를 압도해 왔다. 지난해 35세이브를 수확해 이 부문 1위를 거머쥔 만큼 2026시즌은 왕좌를 지켜야 하는 위치에 서 있다.
더 강인해진 모습을 자신한다. 출발점은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었다. 일본과 미국을 오가며 치른 무대에서 4경기 평균자책점 12.00에 머물렀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였다. 그는 “잘 던질 수 있었던 상황이 있었는데 결과를 내지 못해 마음에 남는다. 분명 돌아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아쉬움도 그를 멈춰 세우지 못했다. 도리어 다음을 향한 동력으로 삼았다. 박영현은 “좋은 타자들을 상대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이들과 또 붙고 싶다. 다음에 기회가 온다면 꼭 삼진으로 잡아내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귀국 이후의 시간은 쓴맛을 곱씹는 데 그치지 않았다. 무엇이 흔들렸는지 짚고 하나씩 보완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 투구 동작도 손봤다. 박영현은 “팔 스로잉이 짧아지면서 투구 때 흔들림이 있었는데, 제춘모 코치님의 조언으로 타이밍과 밸런스를 되찾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향성이 잡히고 구위도 올라오면서 원하는 타이밍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어긋난 대목을 바로잡은 덕분에 새 시즌을 기분 좋게 열었다. 지난달 28, 29일 개막 2연전서 디펜딩 챔피언 LG 상대로 연투를 소화하며 연속 세이브를 써냈다. 첫 경기에선 1⅔이닝을 책임지며 뒷문을 잠갔고, 다음 날 역시 팀의 리드를 지켜냈다.
무엇보다 자신을 둘러싼 오랜 우려를 결과로 잠재운 점이 눈에 띈다. 지칠 때가 됐다는 시선엔 마운드 위 시속 150㎞ 직구로 답했다. 데뷔 이후 줄곧 필승조로 뛰며 많은 이닝을 책임져 왔고, 필요할 때는 아웃카운트 4개 이상을 맡는 멀티이닝도 마다하지 않았다
2022년 이후 등판만 255경기다. 이 기간 리그 4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여기에 상위 10명 중 유일한 20대 초반 나이(22세)이라는 것이 더욱 돋보인다.
‘고무팔’이라는 별명이 따라붙은 배경이다. 박영현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심지어 다른 팀 선수들까지 늘 괜찮냐고 묻는다”며 미소 지은 그는 “오히려 의욕이 붙더라. 정말 괜찮다. 안 아프다 보니 더 던지고 싶은 욕심까지 생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몸 상태에 문제가 있었다면 이런 자신감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주하지 않는다. 부족했던 장면을 돌아보고, 재차 마운드에서 해답을 내놓는다. 그렇게 쌓아온 과정이 지금의 박영현을 만들었다. 올 시즌 한층 원숙해진 박영현에게 시선이 쏠린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