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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애니멀호더 동물구조 현장… 부패한 사체 8구, 그리고 쓰다듬어 달라는 개

입력 : 2026-03-12 20:25:55 수정 : 2026-03-13 19:3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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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호더의 집에서 발견된 개 사체의 얼굴 부분이 심하게 부패돼 있다. 박재림 기자
애니멀호더의 집에서 발견된 개 사체의 얼굴 부분이 심하게 부패돼 있다. 박재림 기자
애니멀호더의 집 거실에 쓰레기와 배설물 등이 어지럽게 흐트러져 있다. 박재림 기자
애니멀호더의 집 거실에 쓰레기와 배설물 등이 어지럽게 흐트러져 있다. 박재림 기자

 

12일 오전 10시 인천 남동구 간석동의 한 도시형생활주택 공동 현관. 주민으로 보이는 이가 품에 안고 있던 강아지를 땅에 내린 뒤 리드줄을 잡고 산책을 시작했다. 바로 근처에는 10여 명의 동물구조보호단체 인원들이 모여 있다. 애니멀호더(동물을 모으는 것에 지나치게 집착하나 기르는 일에는 무관심하여 방치하는 사람)에 대한 제보를 받고 출동한 도그어스플래닛, 쏘바이, 어독스의 담당자들이다.

 

김효진 도그어스플래닛 대표는 “이 주택의 한 집에 개 25마리, 고양이 20마리, 앵무새 등이 갇혀있다는 제보를 며칠 전 받았다”며 “그 뒤 추가로 알아보니 그 집 앞에서 악취가 심하게 나고, 안에서 개 짖는 소리가 자주 들렸는데 최근에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는 주민 민원과 제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대표는 “최근 한 달 동안 그 집을 사람이 드나드는 일도 없고 문 앞에는 여러 고지서가 붙어있다고 한다”라며 “동물도, 사람도 위험한 상태일 가능성이 높아서 출동했다. 다만 사유지인 만큼 자체적으로 구조 활동을 할 수 없어 지자체와 경찰에 이 같은 내용으로 신고를 한 뒤 대기 중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내 남동구청 담당자 4명, 인천남동경찰서 간석지구대 인원 10명 내외가 도착했다. 해당 집이 있는 층으로 올라가니 복도에서도 무언가 썩은 것 같은 냄새가 났다. 집의 문에는 인천지방법원에서 온 법원등기, 모 센터에서 보낸 내용 증명에 관한 우편물 도착 안내서(부재중), 도시가스 미검침 안내문, 인천도시가스에서 보낸 체납 안내문 등이 붙어 있었다. 문 앞으로 가니 악취는 더 심해졌다.

 

애니멀호더의 집 문 앞에 내용 증명 등에 대한 우편물 부재 안내문, 도시가스 체납 안내문 등이 붙어 있다. 박재림 기자
애니멀호더의 집 문 앞에 내용 증명 등에 대한 우편물 부재 안내문, 도시가스 체납 안내문 등이 붙어 있다. 박재림 기자

 

구청 관계자와 경찰이 차례로 신분을 밝히고 문을 두드렸지만 안에서는 반응이 없었다. 약 30분 정도 모든 인원이 굳게 닫힌 문과 대치하는 상황. 그 사이 집의 본래 주인(임차인)이 도착해 해당 집의 임대 계약은 2025년 8월 7일부터 11월 6일까지 3개월이었으나 그 뒤로도 방을 비우지 않았으며 월세도 밀려있다고 밝혔다.

 

차단기를 내려 해당 집의 전기를 끊고 약 10분 뒤 마침내 문이 열렸다. 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30대로 보이는 여성 A씨는 실랑이 끝에 동성의 경찰관·구청담당자·동물단체 관계자만 내부로 들어오도록 했다. 이전까지 들리지 않던 개 짖는 소리가 바깥으로 흘러나왔다. 이내 김 대표가 살아있는 개들과 죽은 개와 고양이의 사체들이 있다는 사실을 큰 목소리로 알리며 훈련사 직원들을 내부로 불러들였다.

 

애니멀호더의 집에서 구조된 개의 몸이 갈비뼈가 두드러지게 드러날 정도로 앙상하게 말라있다. 박재림 기자
애니멀호더의 집에서 구조된 개의 몸이 갈비뼈가 두드러지게 드러날 정도로 앙상하게 말라있다. 박재림 기자
애니멀호더의 집에서 구조된 개의 얼굴 주변에 음식 국물이 군데군데 묻어있다. 박재림 기자
애니멀호더의 집에서 구조된 개의 얼굴 주변에 음식 국물이 군데군데 묻어있다. 박재림 기자
애니멀호더의 집에서 구조된 개의 배가 움푹 들어가 있다. 박재림 기자
애니멀호더의 집에서 구조된 개의 배가 움푹 들어가 있다. 박재림 기자

 

잠시 뒤 흰색 털의 대형견이 문 밖으로 인도됐다. 앙상한 몸은 갈비뼈가 극명하게 드러나 있었고, 움푹 들어간 배는 성인의 양 손 엄지와 검지로 그릴 수 있는 원 안에 들어갈 정도였다. 얼굴 주변에는 음식 국물로 보이는 액체가 군데군데 묻어 있었고, 귓속은 시커먼 액체로 가득했다. 

 

이 개는 표정은 다소 불안해보였지만 훈련사는 물론 처음 보는 낯선 일반인의 손길도 피하지 않고 곧 쓰다듬어 달라는 듯 머리를 가까이로 내밀었다.

 

애니멀호더의 집에서 구조된 개의 귓속. 박재림 기자
애니멀호더의 집에서 구조된 개의 귓속. 박재림 기자
애니멀호더의 집에서 구조된 개의 몸이 갈비뼈가 두드러지게 드러날 정도로 앙상하게 말라있다. 박재림 기자
애니멀호더의 집에서 구조된 개의 몸이 갈비뼈가 두드러지게 드러날 정도로 앙상하게 말라있다. 박재림 기자

 

그 뒤 4마리 중·대형견이 구조단체 인력들의 안내를 받으며 문밖으로 나왔고, 고양이 3마리도 케이지를 통해 구조됐다.

 

내부 현장으로 직접 들어가 보니 약 30평 공간에 거실, 방 3개, 화장실 2개로 나뉘어져 있었고 모든 곳에 쓰레기와 배설물, 생활용품 등이 어지럽게 흐트러져 있었다. 파리와 구더기가 곳곳에서 보였다.

 

애니멀호더의 집 거실에 쓰레기와 배설물 등이 어지럽게 흐트러져 있다. 박재림 기자
애니멀호더의 집 거실에 쓰레기와 배설물 등이 어지럽게 흐트러져 있다. 박재림 기자

 

이러한 곳에서 연이어 동물의 사체가 발견됐다. 흰색 털의 대형견은 죽은 뒤에도 오래 방치된 것인지 바닥과 맞닿은 부분이 시커먼 갈색으로 부패되어 있었다. 화장실에서 발견된 대형견의 사체는 뼈가 튀어나와 있었고, 묶인 검은 봉지에서 발견된 작은 동물의 사체는 강아지인지 고양이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부패된 상태였다.

 

애니멀호더의 집 화장실에서 발견된 개의 사체. 박재림 기자
애니멀호더의 집 화장실에서 발견된 개의 사체. 박재림 기자
애니멀호더의 집에서 발견된 개의 사체가 종량제 봉투에 담겨 있다. 박재림 기자
애니멀호더의 집에서 발견된 개의 사체가 종량제 봉투에 담겨 있다. 박재림 기자
애니멀호더의 집에서 발견된 고양이의 사체. 박재림 기자
애니멀호더의 집에서 발견된 고양이의 사체. 박재림 기자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담긴 대형견의 사체도 발견됐다. 한 소형견의 사체는 사실상 가죽만 남은 상태라 얼핏 카펫처럼 보였다. 일부 동물구조단체 관계자들은 “어떻게 이렇게 될 때까지 그대로 둘 수 있느냐”며 탄식과 울분을 터트렸다.

 

약 2시간의 구조 활동 끝에 살아있는 개 5마리와 고양이 3마리. 개 사체 5구, 고양이 사체 2구, 동물의 종류가 확인이 되지 않는 사체 1구가 모두 주택 공동 현관 인근으로 옮겨졌다. 케이지에 들어가지 않고 훈련사의 케어를 받은 개들은 꼬리를 흔들며 주변 사람들에게 호의를 보였다. 앞발을 든 채 안기며 혀로 얼굴을 핥기도 했다. 사체는 출동한 과학수사대가 가져가 부검을 한 뒤 동물보호단체에서 합동 장례식을 치르기로 했다.

 

애니멀호더의 집에서 발견된 고양이의 사체. 박재림 기자
애니멀호더의 집에서 발견된 고양이의 사체. 박재림 기자
애니멀호더의 집에서 발견된 개와 고양이의 사체들. 박재림 기자
애니멀호더의 집에서 발견된 개와 고양이의 사체들. 박재림 기자
애니멀호더의 집에서 발견된 사체. 심하게 부패돼 강아지인지 고양이인지조차 확인이 되지 않았다. 박재림 기자
애니멀호더의 집에서 발견된 사체. 심하게 부패돼 강아지인지 고양이인지조차 확인이 되지 않았다. 박재림 기자

 

생존한 개와 고양이의 경우 처음에는 A씨가 권리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반려동물이 물건(재산)으로 취급되는 현행법상 A씨의 의지가 그렇다면 이 동물은 누구도 데려갈 수 없는 상황. 그 뒤 A씨는 김효진 대표와 약 1시간 동안 상담을 한 뒤 동물들에 대한 권리를 포기했다. 이 동물들은 우선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뒤 이날 구조를 함께한 동물보호단체의 보호소로 나눠서 이동하게 된다.

 

A씨는 “올해 1~2월 집을 비울 일이 생겨서 지역생활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강아지를 맡겨줄 사람을 찾았다. 그런데 그 뒤 집에 돌아오니 고양이 2마리가 죽어있었고 다른 개들도 많이 야윈 상태였다”고 해명하며 “설탕물도 먹이고 응급조치를 했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동물들이 죽었으니 내 잘못도 있다. 사체는 모아서 장례를 치러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가 12월 7일 찍은 사진이라며 보여준 사진을 보면 거실의 상태도 깨끗했고 개들의 상태도 나빠보이지 않았다.

 

애니멀호더 A씨가 지난해 12월 7일 집 거실에서 찍었다고 주장하는 사진. 박재림 기자
애니멀호더 A씨가 지난해 12월 7일 집 거실에서 찍었다고 주장하는 사진. 박재림 기자
애니멀호더 A씨가 권리를 포기한 개와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박재림 기자
애니멀호더 A씨가 권리를 포기한 개와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박재림 기자

 

엄지영 어독스 대표는 “구조된 동물들의 반응을 보면 A씨가 처음부터 동물을 학대하고 방치한 건 아닌 것 같다. 케어를 하다가 힘이 부치니 어느 순간 손을 놓은 듯 하다”며 “애니멀호더에 의해 고통 받는 동물이 많다. 우리 단체만 해도 한 달에 2번꼴로 제보를 받고 출동을 한다. 오늘 현장이 특별히 더 끔찍하다고도 할 수 없다. 이렇게 사체로 발견되는 동물이 수두룩 하다”고 말했다.

 

안소형 쏘바이 대표는 “너무 끔찍한 현장이지만 현실이 이렇다는 걸 널리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찰청 과학수사센터 담당자가 애니멀호더의 집에서 발견된 동물의 사체들의 사진을 현장에서 찍고 있다. 박재림 기자
경찰청 과학수사센터 담당자가 애니멀호더의 집에서 발견된 동물의 사체들의 사진을 현장에서 찍고 있다. 박재림 기자
애니멀호더의 집에서 구조된 고양이들이 켄넬 안에 들어가 있다. 박재림 기자
애니멀호더의 집에서 구조된 고양이들이 켄넬 안에 들어가 있다. 박재림 기자

 

인천=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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