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료 IT기업 인투씨엔에스는 국내 동물병원의 60% 이상이 사용하는 전자의료기록(EMR) 시스템 ‘인투벳’과 누적 회원 100만 명이 넘은 반려동물 건강수첩 앱 ‘인투펫’으로 반려동물 건강관리의 새 시대를 열었다. 반려동물 뿐 아니라 야생동물, 실험동물, 전시동물, 산업동물을 의료시스템도 구축한 이 회사는 남들보다 일찍 AI 도입에 나서며 이미 성과물도 내고 있다. 허성호 인투씨엔에스 대표가 용인의 본사 건물 사명패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두홍 기자
동물의료 IT기업 인투씨엔에스는 동물병원 전자의료기록(EMR) 시스템 분야의 절대강자다. 이 회사의 통합의료관리시스템을 도입한 동물병원이 2000곳을 넘는다. 국내 전체 동물병원의 60%를 웃도는 수준. 약 4조5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반려동물산업 시장에서 의료 부문이 약 30% 비중을 차지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 시장에서 인투씨엔에스의 존재감이 상당한 셈이다.
다만 우리나라에 동물은 반려동물만 있는 게 아니다. 야생동물, 실험동물, 전시동물, 산업동물도 있다. 2007년 출범한 인투씨엔에스는 그동안 이들 5가지 동물 모두에 대한 의료시스템 구축에 힘써왔다. 속된 말로 ‘돈 안 되는’ 동물들까지 챙기는 이유는 뭘까. 최근 경기 용인시의 인투씨엔에스 본사에서 만난 허성호 대표는 “동물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세상이라야 사람도 그렇게 살아갈 수 있다”는 말로 사명감을 내비쳤다.
◆현장 수의사 목소리 반영한 ‘인투벳’… 동물병원에 ‘IT’ 심다
어릴 적부터 집안에 반려동물이 없는 적이 없었다는 허 대표는 2007년 인투씨엔에스를 설립한 뒤 ‘인투벳(IntoVet)’을 개발했다. 국내 최초로 EMR과 영상·임상 등 각종 진단장비를 연동한 동물병원 통합의료관리시스템이었다. 보호자 교육용 콘텐츠, 동물병원 경영 솔루션, 고객정보통합관리(CRM) 기능도 포함됐다. 허 대표가 “전국의 동물병원장들과 함께 만든 프로그램”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당시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했다.
동물병원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 인투벳은 단숨에 동물병원 EMR 시장 1위로 등극했고 약 2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 자리를 수성하고 있다. 그동안 기능성·효율성·안정성을 기반으로 하면서 동물병원의 일반과세자 전환, 개인정보보호법 강화, 마약류 관리법 변화 등 관련 법률 개정과 시장 변화가 있을 때마다 현장 수의사들과 함께 고민하며 신속하게 대응한 결과다.
허 대표는 “2000년대 중반만 해도 전자차트가 아니 종이차트를 사용하는 동물병원이 적지 않았고 그로 인한 의료데이터 손실 문제가 야기되곤 했다”며 “인투벳이 국내 동물의료 환경의 구조적 변화를 이끌었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종전에는 진료 기록이 단순 보관용 문서에 가까운 개념이었지만 EMR이 확산되면서 진료·검사·처치 이력이 체계적으로 구조화되고 활용 가능한 의료 데이터로 발돋움 했다”며 “이 과정에서 병원마다 흩어져 있던 수의 데이터를 하나의 구조로 표준화할 수 있는 역량을 쌓아왔다”고 부연했다.
◆세계 최초 EMR 연동 건강수첩 ‘인투펫’… 반려인-동물병원 연결
2016년 3월 출시된 반려동물케어 어플리케이션 ‘인투펫(IntoPet)’은 세계 최초로 EMR과 연동된 반려동물 건강수첩이다. 내원 기록, 예방접종 일정, 건강 정보를 보호자가 바로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병원 중심의 정보가 반려인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새로운 정보 생태계를 구축했다. 산책과 식단 등 건강관리 기능도 탑재해 반려동물의 일상 건강도 돕는 앱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리포트를 기반으로 맞춤형 기능의 고도화를 꾀하고 있다. 현재 인투펫의 누적 회원 수 100만 명, 등록 반려동물 200만 마리를 돌파했으며 월간활성이용자(MAU)수는 10만 명을 찍었다.
허 대표는 “과거에는 보호자가 동물병원에서 진료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나 역시 반려인으로서 정보 부족을 실감했고 종이로 된 건강수업을 잃어버린 경험도 있었다”며 개발 배경을 전한 뒤 “인투펫을 통해 병원과 보호자 간 정보 비대칭을 완화하고 신뢰 기반의 의료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해졌다”고 자부했다.
◆남들보다 일찍 AI에 관심… 인투로그 등 결과물 연이어 출시
최근 분야를 막론하고 전 산업계에서 AI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인투씨엔에스는 이미 수년 전부터 AI에 관심을 가지고 도입을 시도한 덕분에 그 결과물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케어식스와 손잡고 개발한 목걸이 형태의 반려동물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 ‘Coton AI’는 2023년 CES 혁신상을 받았으며 이듬해 출시, 20개 이상 동물병원에서 사용 중이다. 입원 동물의 생체신호 실시간으로 체크하면서 발작 등 응급상황 발생시 이를 수의사에게 알려 즉시 대응하도록 돕는 제품으로 회사는 올해 중으로 가정용 웨어러블 기기도 내놓을 계획이다.
지난달 출시된 ‘인투로그(IntoLog)’도 눈에 띈다. 동물병원 전용 통화 관리 솔루션으로 단순 녹취를 넘어 통화 시작 순간부터 AI가 모든 상담 내용을 자동으로 기록하고 분석한다. 보호자 이름, 전화번호, 주요 증상, 진료 키워드만 입력해도 과거 통화 이력을 한 번에 검색할 수 있어 상담 재확인과 진료 커뮤니케이션에도 효율적이다.
병원 내부 서버 기반의 온프레미스(설치형) 구조를 채택한 인투로그는 모든 녹취 파일과 텍스트 데이터를 병원 내에서 암호화해 저장한다. 외부 서버를 경유하지 않아 민감한 고객유출 위험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며, 병원이 데이터 통제권을 직접 갖는 구조라 보안 규제 대응에도 유리하다.
AI음성차팅 솔루션인 ‘인투보이스(IntoVoice)도 개발 중이다. 수의사와 보호자의 대화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진료차트를 자동으로 작성하며 감별진단, 권장 검사, 치료 계획까지 제안해 수의사의 차팅 시간을 평균 40% 이상 단축하는 것이 목표다.
아울러 품종별 생애주기 질병을 예측하는 AI 모델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포메라니안은 슬개골 탈구, 불독은 호흡기 질환, 스코티시폴드는 연골 질환으로 고생하는 것에서 착안, 1000만 건 이상의 진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품종·연령·성별별 질병 발생 확률을 예측하고, 예방 케어 플랜을 자동으로 제시하는 AI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멸종위기 수리부엉이 살린 시스템”… 야생동물에도 진심인 이유?
인투씨엔에스는 반려동물뿐 아니라 야생동물의 건강에도 힘을 쏟고 있다. 2011년 국내 최초의 야생동물 통합관리 시스템 구축했다. 당시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의 요청에 야생동물의 구조부터 진료, 사후관리까지 전체 이력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개발한 것. 현재 전국 야생동물 구조관리센터는 물론 국립생태원, 종복원기술원, 동물원, 아쿠아리움 등 공공·민관기관에서도 이를 활용 중이다.
허 대표는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수리부엉이가 우리 시스템을 통해 무사히 야생으로 돌아간 일이 기억에 남는다”며 “실제 생명 보호에 기여한 점에서 큰 뿌듯함을 느꼈다”고 떠올렸다.
아울러 회사는 전국 로드킬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해 로드킬 발생 패턴을 분석 중이며 축적된 데이터는 환경부의 야생동물 보호 정책 수립에도 활용되고 있다.
야생동물 시스템의 경우 경제적 이득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그럼에도 회사는 서비스를 지속하고 있다. 허 대표는 “야생동물이 건강하게 살 수 없는 환경이라면 사람도 살 수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며 “현장에서 야생동물을 위해 희생하는 수의사, 공무원 등 관계자들의 모습에서 감동을 받는다”고 말했다.
보안 등의 문제로 외부에 공개할 수는 없지만 실험동물, 전시동물, 산업동물에 대한 의료관리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수의료 IT 기술이 사회적 가치와 공익 영역에서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한 것이다.
▲국내 넘어 해외서도 인정… AI 도입으로 수의사·반려인 모두 편하게
인투씨엔에스는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2012년 인투벳 중국어 및 일본어 버전을 출시하며 각 나라에 수출을 시작했다. 이듬해 영어 버전도 출시해 미국 공략에도 나섰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는 초기 진출 단계부터 유지·관리비를 기반으로 한 정산 구조를 정립했으며, 2016년에는 중국 호북성 수의사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기술력을 공식적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아시아·태평양 소동물수의사대회(FASAVA)에서 공개한 클라우드 EMR ‘인투벳 클라우드(IntoVet Cloud)’도 영어, 중국어, 일본어, 베트남어 등 다양한 언어를 지원한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중 베트남과 일본 진출을 목표로 현지 파트너사들과 협력하며 각 국가에 맞는 현지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시장으로의 확장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후 중동과 남미 시장까지 단계적으로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동물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로 출발한 인투씨엔에스는 반려동물 진료 빅데이터와 AI를 기반으로 한 동물 산업 플랫폼 기업으로의 도약이 목표다.
허 대표는 “인투벳에 AI를 도입해 수의사가 본연의 역할인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인투펫은 예방접종 일정, 질병 예측, 영양 관리, 일상 케어까지 제안하는 AI 기반 개인화한 ‘Pet AI Agent’로 발전시킬 것”이라며 “국내에서 검증된 기술력을 기반으로 동남아, 중동, 남미 등으로 확장해 전 세계 수의사가 보다 효율적이고 안전한 환경에서 진료할 수 있는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고 싶다”고 말했다.
16살 요크셔테리어 ‘쓰담이’의 보호자이기도 한 허 대표는 “아이러니하게도 회사를 운영하면서 반려동물과 함께할 시간은 줄었다. 그럼에도 우리가 만드는 기술이 수많은 반려동물의 삶을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마음의 짐을 덜고 있다”고 웃으며 “궁극적으로 모든 반려동물이 AI 기반 개인화 케어를 통해 질병을 예방하고, 보호자와 더 오래 함께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사명에 담긴 인투씨엔에스의 지향점
인투씨엔에스의 사명은 회사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모두 담겨있다. ‘INTO’라는 단어에는 기술이 병원 밖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진료 안으로, 관계 안으로 깊숙이 스며들어야 한다는 뜻을 담았다. 허 대표는 “모든 서비스는 사람과 동물, 보호자와 수의사 사이의 자연스럽고 의미 있는 소통을 돕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있다”고 말했다.
‘CNS’는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네트워크(Network), 서비스(Service)의 앞머리를 딴 것으로 사람과 사람, 사람과 동물 사이를 기술로 더 깊이 연결하는 커뮤니케이션 중심의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철학을 의미한다.
허 대표는 “또 하나의 중요한 개념은 ‘인간과 동물의 유대(Human–Animal Bond)’인데, 사람과 동물 사이의 관계를 단순한 관리나 치료 대상이 아닌 이해와 공감이 중심이 되는 유대로 바라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용인=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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