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이제 한국이 두렵지 않다.
과거 아시아 야구는 투톱 체제를 유지했다. 한국과 일본이 양분했다. 한국의 셈법 또한 간단했다. 일본을 꺾으면 높은 위치에 올라설 수 있었다. 한국의 시선이 일본만을 향했던 이유다. 그 외의 주변국들은 조연으로 치부됐던 것이 사실이다. 일본을 쫓는 데 온 신경을 곤두세운 나머지, 등 뒤에서 치고 올라오는 추격자들의 발소리를 듣지 못했다. 대만이 대표적이다. 이분법적 질서에 균열을 만들었다. 차곡차곡 발걸음을 옮겼다. 역전을 허용하는 것은 한순간이다.
한국은 더 이상 ‘2인자’가 아니다.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명확히 드러났다. 일본과의 조별리그서 패한 데(6-8) 이어 대만전에서도 고개를 숙였다(4-5). 특히 대만전 패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가장 권위 있는 야구 국제대회서, 그것도 최정예 멤버로 붙어 패했다. WBC서 한국이 대만에 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판도가 달라졌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대만 주장 천졔셴은 “우리는 더 이상 한국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실력 대 실력서 밀렸다. 당초 한국은 대만전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객관적 전력에서 일본을 이기긴 어려운 상황. 그렇다면 나머지 경기들을 모두 잡아 조 2위 자격으로 8강에 진출한다는 그림을 그렸다. 선발 자원 셋을 한꺼번에 투입한 배경이다. 류현진(한화·3이닝 1실점), 곽빈(두산·3⅓이닝 1실점), 데인 더닝(애틀랜타 브레이브스·1⅔이닝 1실점) 모두 상대를 압도하지 못했다. 대만 선발투수 구린루이양(니혼햄 파이터스·4이닝 1실점)이 오히려 더 위력적이었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대만이 얼마나 달라졌느냐에 포커스를 둬야 한다. 30명 가운데 해외 경험이 있는 자원만 23명이나 된다. 현재 미국에서 뛰고 있는 선수는 10명이다. 과거 대만은 거친 느낌이 강했다. 파워는 뛰어나지만 세밀함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제는 아니다.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짜임새 있는 수비, 침착한 작전 이행까지 급성장을 일궜다. 경기 운영도 안정적이다. 구린루이양의 경우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승부하며 긴 이닝을 책임졌다.
눈여겨볼만한 대목은 대만 야구의 인기다. 최고 흥행 카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만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4만석이 넘는 도쿄돔이 빼곡하게 들어차는 것은 기본, 주변 상권까지도 완전히 장악했다. KBO리그 역시 지난해 1200만 관중 축포를 쏘아 올렸지만, 적어도 WBC에서만큼은 비교조차 어려웠다. 국민적 지지가 더해진 대만의 야구는 더 매서울 것이다. 한 관계자는 말했다. “대만전 패배를 참사라 부를 수 있는가. 상대가 더 강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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