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정중앙에 앉아 가장 먼저 마이크를 든다. 지난 시즌 우승팀의 특권이다. 올해는 ‘디펜딩 챔피언’ 전북이 누렸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지만, 프로축구 K리그1에선 아닌 듯하다. 순위가 행복은 물론 좌석배치, 마이크를 잡는 순서를 결정한다. 직관적으로 현 위치를 알 수 있는 상황. 도전자들은 다시 한 번 이를 악문다. 내년에 다시 설 이 무대서 다른 결말을 예고한다. 12개 팀 대표 선수 모두가 K리그 2026 개막 미디어데이서 정중앙 자리를 향한 열망을 드러냈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미디어데이 좌석만 봐도 지난 시즌 순위가 한눈에 보인다. 잘하면 앞줄, 못하면 뒷줄이다. 앞줄에서도 순위가 높을수록 무대 중심에 가까워진다. 지난 시즌 우승팀 전북이 앞줄 정중앙에 앉았다. 양옆으로 2위 대전, 3위 김천이 자리했다. 빈자리는 4~6위 팀이 채웠다. 하위 스플릿으로 처지면 더 서럽다. 7~11위는 뒷줄로 밀려났고, 가장자리는 승격팀 부천이 앉았다.
주인공 자리를 꿰찬 전북은 여유가 넘쳤다. 김태환(전북)은 “팬들이 원하는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말했다. 그 왼쪽에 앉은 이정택(김천)은 질투의 시선으로 바라봤다. “다음 미디어데이엔 중앙에 서겠다”고 당찬 각오를 전했다. 뒷줄로 밀려난 김륜성(제주)의 눈빛 역시 예사롭지 않다. 그는 “뒷줄에 있는 게 자존심이 상한다”며 “내년엔 맨 앞줄에 앉을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뒷줄은 마이크를 잡는 데도 한세월이다. 출사표를 설명하는 순서도 지난 시즌 성적순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전민광(포항)은 “우승팀부터 각오를 말하는 것 같은데, 내년엔 우리 (박태하) 감독님이 첫 번째로 각오를 말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중앙을 바라봤다. K리그1 개막 미디어데이가 처음인 김현석 울산 감독은 진담 반 농담 반을 섞어 툴툴거렸다. 그는 “처음 미디어데이 행사에 왔는데, 이렇게 순서가 늦게 오는지 몰랐다”면서 “내년엔 순서가 더 빨리 올 수 있도록 약속드리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울산의 목표는 단순히 조금 더 빠른 순서가 아니다. 앞줄 정중앙 자리서 가장 먼저 마이크를 들겠다는 각오다. 재치 있는 우승 공약도 내놨다. 김 감독으로부터 갑작스레 마이크를 넘겨받은 정승현은 잠시 놀란 듯하다 “우리의 목표는 우승”이라며 “공약은 감독님이 내 유니폼을 1000벌 사서 팬들에게 줬으면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재치 있는 답변에 장내는 웃음바다가 됐고, 김 감독은 박수로 화답했다.
주장들의 각오는 더 비장하다. 지난 시즌 K리그1 잔류에 성공한 안양의 현실적인 목표는 앞줄로 한 칸 이동, 올 시즌 K리그1에서 출발하는 부천은 자리 유지다. 이창용(안양)은 “버티는 좀비에서 물어뜯는 좀비가 되겠다”며 “영화 부산행에 나오는 좀비들처럼 K리그1 팀들을 못살게 굴겠다”고 외쳤다. 한지호(부천)는 “감독님께서 목표로 잔류를 말씀하셨다. 맏형인 내가 발악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선수들이 따라올 것”이라고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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