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고 싶어도 일어나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런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크게 넘어졌지만, 최가온(세화여고)은 다시 일어나 반전 드라마를 썼다. 그는 14일 이탈리아 밀라노 빌라네키 캄필리오에 마련된 코리아하우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올림픽인데 나의 연기를 완성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미소 지었다.
최가온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한국 선수단의 첫 금메달이자 한국 스키·스노보드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13일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대회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1, 2차 시기에 넘어지고도 3차 시기에 90.25점을 획득, 이 종목 3연패에 도전한 클로이 김(미국·88.00점)을 꺾었다.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최가온은 결선 1차 시기에서 두 번째 점프를 시도하다 크게 넘어졌다. 떨어지는 과정에서 무릎, 머리를 크게 부딪쳤다. 한동안 일어서지 못해 의료진이 투입됐다. 힘겹게 일어서 스스로의 힘으로 슬로프를 내려왔다. 하지만 2차 시기 출전은 불투명했다. 실제로 2차 시기에 '출발하지 않는다(DNS)'는 표시가 떴다.
포기는 없었다. 2차 시기에 나섰다. 하지만 첫 점프에서 미끄러지면서 완주하지 못했다. 다시 또 도전했다. 3차 시기, 마지막 기회에 다시 출발선에 섰다. 그리곤 준비한 기술을 완벽하게 선보였다. 1080도 이상의 고난도 연기 대신 900도, 720도 회전 등을 깔끔하게 소화하며 90.25점을 받아 11위에서 단숨에 1위로 도약했다.
최가온은 “의료진이 와서 '들것에 실려가면 아마 병원에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던 것 같다. 여기서 포기하면 너무 후회할 것 같았다"며 "잠시만 시간을 달라고 했는데, 다음 선수가 경기해야 하니 빨리 결정해야 한다고 하더라. 발가락부터 서서히 움직였더니 다리에 힘이 들어가서 스스로 내려왔다”고 돌아봤다.
이어 “사실 저는 완강하게 DNS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무조건 뛸 것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코치님은 '걸을 수도 없는 상황이니 DNS를 하자'고 하셨다"며 "포기할 수 없어 이를 악물고 걸어보자고 생각했다. 걸으면서 다리가 나아져서 DNS를 번복하고 2차 시기를 뛰었다"고 덧붙였다.
실패, 오히려 긴장감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최가온은 "1차 시기 때 심하게 넘어지고, 1, 2차 시기를 모두 실패했는데 오히려 3차 시기 때 긴장하지 않았다. 코치님은 주행을 시작했을 때 무릎이 많이 아프면 포기하고 내려가라고 하셨는데 끝까지 한 번 타보겠다는 생각을 했다. 올림픽인데 나의 연기를 완성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고 전했다.
성공 후에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최가온은 “마치고 나서 아프고, 눈이 오는 와중에도 연기를 모두 성공했다는 생각에 감격해서 울음이 나왔다”고 말했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