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매달 50마리 유기견이 안락사 된 동물보호시설이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달 ‘안락사 제로’를 달성한 동시에 입양률을 60%까지 끌어올린 고양시 ‘반려온뜰’이다. 2024년 시설 증축 및 리모델링을 통해 변화의 씨앗을 뿌린 뒤 약 2년 만에 전국 최고 수준의 지자체 동물보호시설로 꽃을 피운 반려온뜰을 지난 2일 방문했다.
◆냉난방 시설에 공기청정기까지… 유기동물 ‘삶의 질’ 챙겨
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농업기술센터 내 위치한 고양시 동물보호시설은 연 면적 약 1200㎡(약 360평) 규모로, 크게 동물보호센터와 입양센터, 동물병원, 대형견 운동장 등으로 나뉜다. 입양센터의 별칭인 반려온뜰은 이곳 동물보호시설 전체를 포괄하는 명칭으로 불리는 편이다. 1~2층 건물 두 개가 통로로 연결된 구조이며, 대형견 견사, 중소형견 견사, 묘사 3개소, 기타 동물실, 입양대기실, 진료실, 입원실 2개소, 격리실, 중성화 수술실 등이 마련됐다.
시설을 담당하는 박준수 농업기술센터 동물보호팀 부팀장은 “보호시설과 입양센터, 동물병원이 한곳에서 통합 운영되는 곳은 전국적으로 봐도 드물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최대 개 200마리, 고양이 60마리를 수용할 수 있는 반려온뜰을 2026년 1월 기준 개 113마리, 고양이 43마리가 지내고 있다. 견사와 묘사는 바닥에 열선이 깔렸고 냉난방 시설과 공기청정기가 구비돼 한겨울과 한여름에도 최적의 온도와 청결을 유지한다. 견사 한 칸의 공간은 농림축산식품부 권장 기준보다 1.5~2배 넓다. 또한 곳곳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보호동물을 24시간 살피며 돌발 상황에도 대비한다.
인력은 총 20명으로, 고양시 공무원 3명, 간접고용 인원 17명이 동물구조, 구조동물 진료, 보호동물 관리, 입양 진행 등 업무를 나눠서 담당한다.
시민들로부터 유기동물 및 학대 받는 동물에 대한 신고 혹은 제보를 받으면 구조팀이 출동해 구조를 하고, 수의사가 질병 검사를 한 뒤 치료·접종을 거쳐 보호소에 입소하는 방식이다. 동물들은 각자 성격 등에 따라 분리된 공간에서 생활하게 된다. 질병 검사 과정에서 심각한 병이 발견되면 격리실을 거쳐 외부 연계병원으로 이동한다. 이 같은 업무는 덕양구청 당직실과의 협력을 통해 24시간 내내 빈틈없이 이뤄진다.
◆증축·리모델링 이후 입양율↑안락사↓… 정부 ‘모범시설’ 인정
이곳은 2014년 전국 지자체 최초의 직영 동물보호센터로 처음 문을 열었다. 2022년까지 입양율 35% 내외를 유지했으나 2023년(29.7%)과 2024년(29.9%)에는 30% 선이 무너졌다. 입양율이 감소하자 보호동물의 안락사는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매달 50마리를 안락사 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기도 했다.
시는 문제가 심각하다 판단하고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2024년부터 약 20억을 투입해 시설을 증축하고 리모델링을 실시했다. 효과는 분명했다. 지난해 2월 1차 증축 완료로 보호 공간이 확대되고 입양센터가 조성된 가운데 연간 입양률이 47.9%까지 올라갔다. 박 부팀장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지난해 11월 이후 기준으로는 60%대를 유지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자연스럽게 안락사 사례도 급감했다. 지난해 입소한 유기동물 1007마리 중 안락사는 253마리였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중순 마지막 안락사 이후 올해 1월까지 약 6주 동안 단 한 번의 안락사도 없었다. 박 부팀장은 “입양이 잘 되고 있기 때문에 보호소의 공간이 부족하지 않고 그러니까 안락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 안락사 공간이 요즘에는 창고로 쓰이고 있다”며 “60% 입양율이 유지된다면 앞으로도 당분간 안락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반려온뜰은 공격성이 너무 심해서 다른 보호동물에게 위협이 될 정도가 아닌 이상 최소 4개월 이상 보호를 보장하며 대부분 1년 이상 지낼 수 있다고 한다. 여타 지자체 보호소가 열흘의 입양 공고기간이 지나면 안락사를 진행하는 것과 대비된다.
고양이의 경우 2014년부터 지내는 개체도 있다. 박 부팀장은 “고양이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안락사가 없었다. 분양율도 75%에 이른다. 여기 남은 친구들은 대부분 장애가 있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환골탈태한 반려온뜰은 지난해 10월 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정한 ‘모범 동물보호시설’로 뽑혔다. 최근에는 광역 지자체 담당자들이 방문해 운영 비결 등을 배워가기도 했다.
◆역세권 입지에 입양희망자·자원봉사자 몰려… “마음껏 힐링하세요”
반려온뜰은 지하철 3호선 원흥역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했다. 시민들이 입양 문의, 자원봉사를 위해 방문하기 매우 좋은 환경이다. 박 부팀장은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도 주말 기준 자원봉사자만 평균 50명이 방문한다. 이는 전국 최고 수준일 것”이라며 “대중교통으로도 충분히 올 수 있는 곳이라 학생들 비중도 높다”고 말했다. 기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운영한 입양센터는 주말에 시민들의 문의 방문이 많은 점을 고려해 최근 업무일을 화~토로 변경하기도 했다.
봉사활동은 견사 청소, 산책 봉사 등으로 구성되는데 자원봉사자들과의 만남과 스킨십은 유기동물의 사회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 봉사자들과 입양 문의를 위해 방문한 사람들 역시 귀여운 강아지와 고양이와 시간을 보내며 힐링할 수 있다. 민원에 시달리는 공무원들도 여기서 동물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전하곤 한다고.
실제 이곳에서 유기동물을 입양한 공무원도 꽤 많은데 박 부팀장이 그 중 하나다. 2015년부터 근무 중인 그는 보호 중이던 고양이 ‘보리’가 좀처럼 입양이 되지 않자 2016년 직접 가족으로 맞이했다. 박 부팀장은 “어느덧 보리와 함께한 지도 10년이 됐다”며 “반려온뜰의 환경이 너무 좋아져서 보리 입장에서는 손해일지도 모르겠다”고 웃었다.
반려온뜰은 지난해 3월부터 자체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입양 홍보를 하고 있다. 오프라인 홍보에도 신경을 쓴다. 매년 사진전과 홈커밍데이 등 행사를 진행하고 백화점 반려동물 행사에도 참여해 입양 문화를 전파 중이다.
반려온뜰에서 입양을 하면 1~2차 예방접종과 중성화 수술 외에도 1년 보험비, 행동문제 교정비용 50만원 등을 지원한다. 임시보호를 해도 10만원 상당의 물품을 증정한다.
고양고 반려동물과 학생들의 특별한 ‘재능기부’
반려온뜰은 인근의 고양고등학교와 수년째 협약을 이어오며 반려동물학과 학생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미래의 펫산업 종사자를 꿈꾸는 이들은 매주 보호견의 목욕 등 봉사활동을 펼치고, 반려온뜰은 이들에게 ‘동물보호 명예감시원’ 직책을 선사한다. 실제 고양고 반려동물학과 출신의 인력이 반려온뜰에 입사한 사례도 있다.
그밖에 근처 애견미용학원도 재능기부로 보호견들의 미용을 무료로 해주고 있다. 박 부팀장은 “이러한 주변의 사랑이 큰 힘이 된다”며 웃었다
고양=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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