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발표한 제98회 아카데미상 후보에서 2020년대 할리우드 청춘스타 대명사로 여겨지는 배우 티모시 샬라메가 신작 ‘마티 슈프림’으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샬라메의 아카데미상 후보 지명은 이로써 3번째, 2018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과 지난해 ‘컴플리트 언노운’에 이은 쾌거다. 그리고 1950년대 뉴욕 길거리 탁구선수의 야망을 다룬 ‘마티 슈프림’은 지난해 포크가수 밥 딜런 전기영화 ‘컴플리트 언 노운’처럼 도저히 흥행에 성공할 수 없는 콘셉트를 성공시킨 사례가 되고 있다. 30일까지 북미에서만 8872만 달러를 벌어들였으며, 최종적으로 9500만 달러 흥행수익이 예상된다.
그런데 이 같은 샬라메의 승승장구는 지난 연말 세계 대중문화계 화젯거리로 거듭난 또 다른 할리우드 스타 배우 조지 클루니의 ‘영화스타의 종말’론과 정확히 배치되는 대목이어서 남다른 논의를 낳는다. 미국 대중문화지 버라이어티의 지난해 12월30일자 인터뷰에서 클루니는 “이제 배우 이름만 보고 영화를 보러 가는 시대는 끝났다”며 “난 대형 영화사가 배우들에 전폭적 투자를 아끼지 않던 시대의 혜택을 누린 마지막 세대”라 밝혔다. 물론 샬라메나 글렌 파월, 젠데이아 등 눈에 띄는 스타들이 지금도 존재하긴 하지만, 그들은 극도로 다양화·다변화 된 대중문화 환경에 지배받고 있단 것.
즉 자신이 ‘ER’이나 ‘오션스 일레븐’을 내놓던 시절엔 모든 대중이 그에 주목했지만, 지금은 틱톡이나 유튜브 등 뉴미디어 콘텐츠로 대중의 관심사가 수없이 갈라져 ‘그 시절 영화스타’가 지녔던 위상이 유지될 수 없단 얘기다. 이에 각종 대중문화 언론매체에선 ‘영화스타의 시대는 끝났다’는 식으로 내용을 해석해 갖가지 분석을 내놓으며 2026년 새해를 맞이하게 됐다.
큰 차원에서 클루니의 해석은 틀린 게 아니다. 본래 다매체 환경이 진행될수록 대중문화 아이콘의 각자 위상과 영향력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당장 1950년대에 TV 수상기가 각 가정에 보급되기 이전 영화스타들 위상, 그러니까 험프리 보가트나 캐리 그랜트, 잉그리드 버그먼, 베티 데이비스 등의 위상과 이후 등장한 영화스타들 그것은 전혀 다르단 얘기가 이미 1970년대부터 나왔다. 로버트 레드포드나 알파치노는 그레고리 펙이나 게리 쿠퍼가 될 수 없단 식이다. 그 당시엔 폴 뉴먼이나 말론 브랜도, 제임스 딘 등이 또 ‘마지막 영화스타’로 불렸다. 결국 매체 확대는 스타 배우들 ‘희소성’ 차원과 직결되는 문제란 얘기다.
그런데 또 다른 측면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어찌 됐든 샬라메처럼 ‘안 될 영화’, 즉 상업적 매력이 크게 떨어지는 콘텐츠조차 손익분기는 넘어서도록 만들어 주는 압도적 티켓파워가 곧 영화스타 본질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그런 식이면 샬라메는 물론 진부한 홈스릴러 ‘하우스메이드’ 같은 영화도 북미 1억 달러 이상 수익을 가져다준 시드니 스위니 등 티켓파워 스타들은 지금도 적지 않게 젊은 배우군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 그런데 왜 굳이 ‘영화스타의 종말’을 주장하고, 관련 언론미디어나 대중도 이에 일정 수준 이상 공감하는 분위기냐는 것.
따지고 보면 이유가 있긴 하다. 미국 영화계에서, 일정 부분 한국 영화계에서도, 영화스타는 긴 세월 좀 특이한 포지션을 지녀왔다. 영화스타는 특정 캐릭터 하나를 모든 영화에서 똑같이 연기하다시피하는 존재, 최소 그 한 가지 캐릭터를 중심으로 커리어를 펼쳐나가는 존재였단 것. 돌이켜보면 험프리 보가트와 베티 데이비스 시절부터 톰 크루즈와 줄리아 로버츠 시절까지 반세기 넘게 영화스타란 대략 그런 모습이었고, 한국서도 신성일과 엄앵란 시절부터 한석규와 심은하 시절까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할리우드 기준으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20대 후반에 이른 2000년대 초반부터, 영화스타 본질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1990년대 중반부터 니콜라스 케이지나 존 트라볼타 등 드라마 배우들이 액션영화 시장에서 아놀드 슈왈츠네거나 실베스터 스탤론 등 고정된 액션 배우들을 대체하고 중심에 올라서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영화스타는 이제 고정된 한 캐릭터를 중심으로 커리어를 풀어가는 존재가 아니라 그때그때 트렌드와 분위기 전환 시점에 맞춰 다양한 역할들을 소화하는 식으로 넘어간 것. 히트작을 연속으로 내놓은 스타 배우들에겐 모든 기획과 각본이 가장 먼저 쏟아지는 산업 생리에서 그 막강한 선택권 바탕으로 티켓파워 스타 위치가 공고해진단 논리다. 곧 무엇이 될성부른 기획인지 판단하는 이른바 ‘보는 눈’이 스타 배우로 가는 관건이 됐고, 그 능력이 뛰어나다 여겨지는 디카프리오 등이 21세기 스타 배우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이러니 20세기 관점에서 영화스타란 개념은 21세기 들어 점점 퇴색할 수밖에 없었단 얘기.
하나 더 들자면, 지금은 배우 포함 대중문화 아티스트 전반에 걸쳐 일종의 ‘신화적 신비감’이 퇴색해 가는 시점이란 점을 들 수 있다. 과거 이들은 잡지 또는 방송 인터뷰 정도에서나 가끔 그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구름 위 존재 같았지만, 지금처럼 SNS 팔로워 숫자가 캐스팅 여부까지 개입하는 시점엔 누구나 자기 SNS 계정을 갖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에 대해 끝 없이 자기 의견을 피력하며 자기 사생활까지 알아서 샅샅이 내놓고 공개하는 분위기다. 스타 로서 신비감보단 살갑고 가까운 존재로서 다가서려 한다.
그렇게 클루니가 말한 ‘영화스타’란 그 상업적 위력과는 좀 다른 지점에서 인상을 찾아볼 수 있다. 또 그런 점에서 대중이 느끼는 ‘마지막 옛날식 영화스타’는 대략 올해 63세가 된 톰 크루즈 정도가 아니었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온라인 기반 다매체 환경 이전이자 SNS가 대중 화되기 전 이미 50대에 이르러 원숙미를 자랑하던 세대의 대표 말이다.
이를 한국으로 돌려놓고 보면 과연 ‘마지막 영화스타’는 또 누구로 여겨질지 고민해 볼 만한 부분이다. 이제 50대에 이른 이병헌, 이정재, 김혜수, 이영애 등의 이름이 먼저 떠오른다.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최소 뉴미디어 대세가 도래하기 전인 이들의 20~30대 시절엔 진정 모두가 이들만 바라보고 있었고, 이들이 평소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알 수 없었던 특유의 신비감이 존재했던 것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렇게 대중문화 스타산업에 있어서도 시대와 세대는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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