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신분의 상징 등 역사 조명
국내 유통업계는 병오년, 붉은 말의 해 특수를 누리기 위해 분주하다. 상품 패키지부터 각종 판촉물, 쇼핑몰 장식까지 말을 등장시켜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과자와 빵, 주류 등 식음료는 물론 의류, 가방 등 패션잡화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붉은 말의 기운을 받고 있다.
특권층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승마 역시 대중화에 여념이 없다. 과거보다 접근성이 좋아졌다. ‘2020 한국마사회 주관 공공 빅데이터 활용 창업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던 ‘말타’라는 애플리케이션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앱을 이용하면 누구나 가까운 승마장의 시설을 찾을 수 있다. 여기에 승마 코치, 말의 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으며 체험 예약까지 가능하다.
최근 ‘뮷즈(뮤지엄+굿즈)’의 인기에 힘입어 전국 박물관을 찾은 방문객이 급증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경우 지난해 650만명 이상의 방문객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경기도 과천에 있는 한국마사회 말박물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으며, 말의 역사도 재조명받고 있다.
과거의 말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왕과 귀족의 전유물이었다. 최고 권력자의 정통성과 위대함을 강조하기 위해 하늘이 내린 ‘천마’, ‘신마’ 같은 영험한 말을 결부시키기도 했다. 고대 무덤의 벽화나 중세 회화에서 그려지는 전투나 행차에서도 말 위에 오른 사람들은 모두 왕, 귀족, 관리자들이 었다. 평범한 백성들이 말에 오른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자연스럽게 말 역시 고귀한 존재로 여겨졌다.
이를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여러 종류의 말갖춤(마구)이다. 고대 왕과 왕족의 무덤에서 출토된 말의 재갈, 안장, 말방울, 말띠꾸미개 등은 금, 은, 동을 사용해 정교하고 화려하게 제작됐다.
말의 몸에 드리우는 여러 개의 끈들이 교차하는 지점을 고정해 꾸미는 말띠꾸미개는 말이 지나갈 때 수십 개의 떨잠이 화려하게 반짝인다. 귀신을 쫓는 동시에 도난이나 충돌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말의 가슴에 단 말방울은 마주의 신분을 나타내기도 한다. 삼국사기에 의하며 무관의 관직에 따라 금, 은, 동, 철 등의 재질이 다른 방울을 사용해 병사를 지휘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말방울은 청동이나 금동으로 제작됐다. 한국마사회 말박물관에는 통일신라시대 지름 10㎝ 가량의 크고 아름다운 순은방울 한 쌍이 전시돼 있다. 화려한 고대 마구의 극치를 보여주는 말갖춤들이다.
말갖춤의 변화는 15세에 시작됐다. 유교를 숭상하는 조선의 개국으로 생활 전반에서 사치를 금하고 검소와 절제를 요구했다. 하지만 말갖춤 만큼은 여전히 권력을 상징했다. 금은동을 사용한 안장은 사라졌지만, 상어가죽이 등장했다. 무늬도 없고, 화려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구하기 어려운 재료였던 만큼 일부 계층만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조선시대 법전인 경국대전에는 고위직인 정삼품 당상관 이상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 명시돼 있다.
한국마사회 말박물관에는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인 영친왕 이은이 사용했던 검은색 나무 안장도 있다. 나무틀에 면포를 씌우고 흑칠을 했으며 앞가리개에 사슴뿔을 사용해 상감기법으로 기린문양을 새겨 넣었다. 기린은 말의 몸에 날개가 있고, 입에서 상서로운 기운을 뿜어낸다는 상상의 동물이다. 금분을 입혔으나 소박하고 절제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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