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사례를 찾기 힘든 외국인 유격수 카드, 호랑이 군단이 과감한 승부수를 띄운다.
KBO리그 2026시즌 관전포인트는 사상 최초로 시행되는 아시아쿼터다. 아시아 국적 선수를 몸값 상한 20만달러(약 2억9000만원)의 합리적인 금액으로 영입할 수 있게 된 구단들은 그간 호소하던 투수난 해결에 팔을 걷어붙였다. 무려 9팀이 기다렸다는 듯 마운드를 채웠다.
KIA만 홀로 다른 답지를 제출했다. 지난 24일 호주 출신 내야수 제리드 데일을 총액 15만달러(약 2억1500만원)에 품었다. 호주야구리그(ABL), 미국 마이너리그, 일본프로야구(NPB)에서 활약했다. 지난 10월에는 멜버른 에이시스 소속으로 2025 KBO 울산 폴리그에 나서기도 했다. KIA는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다. 수비력이 뛰어나 내야 중심을 잡아줄 수 있을 것”이라고 영입 배경을 밝혔다.
스토브리그에서 놓친 박찬호(두산)의 자리를 채우기 위한 고육지책이지만, 숱한 물음표를 떼어내야 한다. 주전 유격수 육성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문제다. 인내가 필요한 자리에 단기 자원을 활용하는 선택은 분명한 리스크가 있다. 심지어 내야 사령관으로 불리는 유격수는 동료들과의 소통이 필수다. 언어 장벽이 있는 이방인은 한계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실제로 외인 유격수 역사는 ‘잔혹사’로 불린다. 몇몇 팀이 과감한 시도를 했지만, 재미를 본 팀은 많지 않다. KIA도 대표적인 실패를 맛본 팀이다. 조범현 전 감독이 팀을 이끌던 2008년, 부상 중인 홍세완과 당시 루키였던 김선빈으로는 완주가 힘들다는 판단 아래 윌슨 발데스라는 유격수를 데려왔다. 하지만 수비에 비해 지나치게 떨어지는 공격력(타율 0.218 1홈런) 속에서 ‘번트 대는 외인’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초라하게 한국을 떠났다.
2000년 SK(현 SSG) 손을 잡고 한국에 입성해 삼성·한화 등을 거치며 6시즌을 뛴 틸슨 브리또가 유일한 성공 사례다. 통산 타율 0.292, 112홈런 등을 남겼고, 2002시즌에 유일무이한 외인 유격수 골든글러브까지 품었다.
그 명성에 미친 선수는 아직 없다. SK가 2016년에 데려온 헥터 고메즈는 21홈런의 파워는 보여줬지만, 유격수 제1덕목인 수비에서 허점을 드러냈다. 2020~2021시즌에 걸쳐 롯데 유니폼을 입은 딕슨 마차도는 끈끈한 수비력으로 존재감을 자랑했지만, 상대적으로 떨어진 방망이 때문에 장수 외인으로 남지 못했다. 월드시리즈 우승 커리어로 주목받았던 에디슨 러셀도 2020시즌과 2023시즌 키움의 유격수를 맡았지만, 명성에 한참 못 미치는 활약으로 쓸쓸히 물러났다.
예외를 꿈꿔보는 KIA와 데일이다. 기대치를 낮출 필요는 있다. 데일은 상대적으로 몸값이 떨어지는 아시아쿼터 자원이라, 몸값 100만달러를 호가하는 외인 선수와는 본질부터 다르다. 다만 준척급 투수들을 대신해 자리를 채운 만큼, 비교를 피할 수는 없다. 부담감을 이겨내고 선택의 이유를 증명해야 하는 무거운 미션을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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