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츠모토 코이치 텐가 대표
2005년 남성용으로 브랜드 시작
2013년 여성 브랜드 ‘이로하’ 선봬
지난 10일 처음 콘돔 제품 출시
커플 웰니스 영역까지 보폭 확대
인간의 성은 식욕과 마찬가지
누구나 존재하는 기본적 욕구
숨기거나 감춰야 할게 아니라
그 부분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행복하게 만드는 길이라 생각
“성(性)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삶을 풍요롭게 하는 기본 욕구입니다. 이는 무작정 숨겨야 할 게 아니라 존중받아야 할 부분이죠. 특정 성별만이 아닌 모두가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이어갈 수 있도록 혁신하고 노력할 것입니다.”(마츠모토 코이치 텐가 대표)
텐가가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텐가는 지난 20년 동안 이 명제를 현실에 적용해 왔다. 기존처럼 신체 부위를 모방한 디자인 대신 설명을 듣기 전에는 용도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미니멀하고 젠더리스한 제품을 고집하며 ‘건강한 성문화를 양지로’ 끌어올리는 데 일조했다.
텐가는 이제 커플 웰니스 영역으로까지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 10일 첫 콘돔 제품을 출시하며 커플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섰다. 기존 플레이젤도 입문자를 위해 소포장 제품으로 다시 선보였다. 최근 이를 홍보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마츠모토 코이치 텐가 대표를 만났다.
-텐가 하면 오랫동안 ‘셀프 플레이 중심’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컸다. 커플 웰니스 영역으로 더 확장하는 이유는.
“처음 창업할 때부터 텐가에는 분명한 미션이 있었다. ‘성을 양지로, 누구나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것으로 바꾼다’는 것이었다. 이 ‘누구나’에는 남성·여성은 물론 국가, 언어, 문화가 다른 모든 사람이 포함된다.
텐가가 남성용 제품으로 출발해서 셀프 플레이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처음부터 남녀 커플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2005년 남성용 제품으로 브랜드를 알린 뒤 2013년에는 여성 브랜드 ‘이로하’를 선보였다. 그 다음 단계로 커플이 함께 사용하는 아이템을 강화하는 중이다. 이는 텐가가 처음부터 그리고 있던 그림에 가깝다. 지금은 그 방향성을 보다 분명하게 드러내는 시점이라고 본다.”
-커플을 위한 웰니스 제품을 만들 때 가장 중점적으로 고민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두 사람이 쓸 때의 경험 전체다. 한쪽 성별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 모두에게 진짜 도움이 되는지, 서로 편안하고 즐겁게 사용할 수 있는지, 이 부분을 가장 많이 고민하고, 그에 맞춰 디테일을 조정한다. 결국 커플 제품은 기능뿐 아니라, 사용하는 순간에 두 사람 사이에 어떤 감정과 대화가 오가는지를 함께 설계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현 시점에 콘돔을 내놓은 결정적 이유는.
“두 사람의 소중한 시간을 안전하게 즐기려면 아이템이 매우 중요하다. 그 중심에 콘돔이 있다. 그래서 이 타이밍에 그리고 한국 시장에 이를 먼저 발매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은 성인용품 시장의 성장세가 빠르고 소비자 인식 변화 속도도 크다고 느끼고 있다. 새로운 가치관과 문화를 수용하는 속도가 빠르고 트렌드 변화를 주도해오는 국가다.”
-이상적인 콘돔의 기준이 있다면. 이미 수많은 브랜드가 경쟁하고 있다. 텐가가 이 시장에서 차별화한 포인트는 무엇인가.
“큰 테마는 ‘둘의 배려’다. 지금까지 시장은 주로 ‘얇기’를 얼마나 추구하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는 기본적으로 남성 쾌감 중심의 발상이다. 물론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게 전부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콘돔은 원래부터 두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성 입장에서 사용해도 기분이 좋고, 신체에 불필요한 부담이 적어야 하지 않을까. 남성 쾌감만을 고려한 설계에서 벗어나, 두 사람이 동시에 안심하고 즐겁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 그게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콘돔에 가깝다.”
-텐가는 항상 ‘혁신’을 추구하지 않나. 이러한 철학을 제품에 반영하기 위한 소재나 디자인의 변화는.
“소재는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라텍스를 활용했다. 라텍스는 일반적으로 콘돔에 쓰이는 소재이지만, 그 안에서도 최대한 쾌적한 착용감을 구현하고 싶었다. 물론 0.01㎜ 제품이 많이 출시돼 있는 것도 알고 있다. 이번 제품은 ‘얼마나 더 얇게 만들 것인가’의 경쟁보다는, 둘이 함께 사용했을 때 기분 좋게 커뮤니케이션이 오가는 경험에 초점을 맞췄다. 콘돔을 쓰는 순간이 어색함이 아니라 대화의 일부가 되도록 하는 게 목표였다. 다양한 부분을 고려해 0.03㎜ 두께의 제품을 만들었다.
무엇보다 콘돔을 단순히 ‘필요한 물건’이 아니라 즐거운 존재로 만들고 싶었다. 기존처럼 종이박스에 넣지 않고, 동그랗고 귀여운 틴케이스에 담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가방이나 서랍 속에 숨겨두는 물건이 아니라, 꺼내도 기분 나쁘지 않은 물건이 되도록 디자인했다. 게다가 내부의 콘돔을 튼튼하게 보호하는 기능까지 한다.
지금까지의 콘돔 박스는 거의 다 비슷하게 생겼고, ‘콘돔 박스는 이렇게 생겨야 한다’는 암묵적 규정이 있었다고 본다. 우리는 그 룰을 깨고 싶었다. 실제로 케이스를 열어보면 디자인도 귀엽고, 일반 종이박스와는 완전히 다른 경험을 준다. 이런 점이 텐가의 콘돔이 가진 차별화 포인트다.
케이스 안에는 빈티지 캔 뱃지를 모티프로 한 원형 콘돔이 6개 들어 있다. 디자인도 귀엽기 때문에 커플이 함께 보면서 ‘어떤 걸 쓸까’ 고르는 시간 자체가 하나의 놀이처럼 느껴지면 좋겠다.”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20년간 텐가가 지켜온 핵심 철학을 본인 언어로 정리한다면.
“인간의 성이라는 것은 식욕과 마찬가지로 기본적인 욕구다.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중요한 욕구 아닌가. 그 부분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결국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길이라고 생각해 왔다. 텐가는 ‘성을 숨기거나 감춰야 할 것’이 아니라 ‘존중받아야 할 삶의 한 부분’이라는 전제를 놓치지 않고 지금까지 달려왔다.”
-20년을 돌아봤을 때 유통과 인식 면에서 어떤 변화가 체감되나. 특히 아시아 시장에서의 변화가 궁금하다.
“텐가가 만들어지기 이전, 성 용품은 거의 언더그라운드에서만 구매할 수 있었다.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성 관련 용품은 특수하고, 부끄럽고, 일부 사람들만 몰래 쓰는 것이라는 인식이 매우 강하지 않았나. 우리는 사람의 성은 주요한 욕구이고 중요한 것이라는 메시지를 계속 알려왔다. 남성만이 아니라 여성도, 커플이 함께 쓰는 것에 대한 인식까지 포함해서, 성인용품에 대한 태도가 20년 전과 비교하면 확실히 많이 변했다는 점을 여러 현장에서 느낀다.
유통의 변화도 크다. 텐가 초기에는 일본에서 약 2000군데 매장에서만 판매할 수 있었다. 지금은 약 2만7000군데 매장에서 제품을 취급한다. 한국도 상황이 비슷하다. 최소 5000점포 이상에 텐가 제품이 들어가 있다. 콘돔 발매와 동시에 점포수를 늘리는 것도 목표다.
예전에는 성인용품점에서만 볼 수 있었던 제품이 지금은 올리브영 같은 드럭스토어, 백화점, 동키호테 등 버라이어티숍에도 진열된다. 아시아 여러 지역에서 성인용품이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돼가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가 아닐까 싶다.”
-텐가 이외에, 즐거운 성을 위한 개인적인 수칙이 있다면.
“조금 어려운 질문이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도 거의 처음인 것 같다. 결국 중요한 건 일상에서 건강을 유지하려고 하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혈류가 잘 돌아갈 수 있도록 평소 운동하고, 식사도 신경쓰고 있다. 기본적인 건강 관리가 결과적으로 성을 즐기는 데에 분명 도움이 된다. 아주 특별한 비법이 있다기보다는 몸 상태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 자체가 성을 더 잘, 더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조건이라고 본다. 평범한 답변이라 죄송합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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