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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광장] 프로스포츠 ‘들었다 놨다’… 지금은 숏폼 전성시대

입력 : 2025-11-26 08:24:00 수정 : 2025-11-26 13: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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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WKBL 제공

 

15초 안에 웃기고, 30초에 설레게 하고, 1분 만에 빠져들게 만든다.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 하나면 충분하다. 이른바 ‘시성비(시간 대비 성능)’가 최고의 가치로 떠올랐다.

 

사람들은 이제 긴 이야기보다 짧은 자극, 깊은 분석보다 빠른 몰입을 우선시한다. 바로 숏폼 콘텐츠(쇼츠) 얘기다. 출퇴근길 지하철은 물론 테이크아웃 커피를 기다리거나 화장실에서도 쇼츠를 소비하고 있다.

 

스포츠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 흐름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종목은 단연 프로야구다. 구단들은 탄성이 터지는 호수비와 묵직한 강속구 장면, 선수들의 일상 브이로그, 출퇴근길 앙케이트 등 다양한 쇼츠를 앞다퉈 제작하고 있다. 올해 19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한화는 지난 9월 문동주-최재훈 배터리의 우천취소 상황극을 담은 쇼츠로 100만 조회수를 넘기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바 있다.

 

재가공 쇼츠도 빼놓을 수 없다. 팬들이 직접 재밌는 장면만 쏙쏙 잘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뜨리고 2차 콘텐츠를 생산한다. 최근 뜨거운 반응을 얻은 삼성 선수단의 ‘반말 대화’가 대표적이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구단 유튜브 캡처
사진=삼성 라이온즈 구단 유튜브 캡처

 

김영웅과 배찬승이 바비큐 파티 도중 구자욱, 강민호 등 고참들에게 능청스럽게 반말을 건네는 장면이 따로 편집돼 SNS와 커뮤니티 등에 올라왔고, 팬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구단 입장에서도 엄지를 치켜세운다. 짧은 영상 하나로 삼성의 화기애애한 분위기, 선수들의 케미,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팬들에게 각인됐기 때문이다.

 

온·오프라인이 맞물리는 선순환 구조엔 쇼츠의 역할도 컸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4년 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과 진행한 유무선 중계권 협상에서도 핵심 쟁점 중 하나가 바로 ‘쇼츠 및 2차 콘텐츠 활용 허용 여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뒤 프로야구는 쇼츠 시대의 확산과 함께 2년 연속 10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젊은 세대에게 야구는 구장에서 끝나지 않고, 스마트폰에서 다시 시작되는 ‘고가성비’ 콘텐츠인 셈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프로야구 소비지출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는 1조1121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하며 “국내 경기 활력을 높이는 동력이고, 불황에도 꾸준히 선택되는 생활형 여가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사진=WKBL 제공

 

다른 종목들도 쇼츠의 영향력에 눈과 귀를 바짝 기울인다. 여자프로농구(WKBL)에선 지난 19일 용인에서 열린 KB국민은행과 삼성생명의 경기가 이목을 끌었다. KB의 주축 가드 허예은이 보여준 감각적인 백패스 덕분이다. 마치 미국프로농구(NBA)를 연상케 했을 정도다. 이 장면이 담긴 쇼츠는 유튜브와 SNS, 온라인 커뮤니티, 심지어 공중파 뉴스까지 확산됐다.

 

WKBL 내부에서도 반응은 뜨거웠다. 한 관계자는 “코트에서 지켜본 우리도 엄청난 희열을 느꼈는데, 팬들도 같은 감정을 느끼신 것 같다”며 “선수들이 마치 자기 일처럼 많이 뿌듯해하더라. 그동안 기회가 없었을 뿐, 여자농구 경기에도 멋진 장면은 정말 많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그런 장면들이 더 많이 부각될 수 있도록, 팬들에게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쇼츠의 힘이 언제나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짧은 시간 안에 시선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장면만 반복 편집되거나, 선수의 실수를 과도하게 희화화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정 장면만 떼어낸 콘텐츠는 맥락이 사라지고, 오해를 낳기도 한다.

 

현장에선 “잘한 건 빼놓고 실수 모음집만 올리는 경우도 있다. 그게 꼬리표처럼 붙는 선수들에겐 큰 스트레스”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쇼츠를 통해 스포츠를 더 재미있게 만들 수는 있다. 더욱 중요한 건 스포츠가 가볍게 소비하는 도구로만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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