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이란 두 사람 혹은 집단 사이의 정보다 감정, 생각이 오가며 오해 없이 이해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흔히 연예인과 팬 관계에서의 소통은 한 단계 더 깊이 들어간다. 정보 전달을 넘어 공감과 위로를 주고받는 특별한 관계성을 가진다.
2020년대 글로벌 음반 매출 증가율은 하락 추세에 접어들었다. 성숙기에 진입한 음악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팬 기반 수익화 전략이 필요하다. 팬과 연예인이 가지는 관계의 깊이는 성공의 척도가 되고, 이를 위해 끈끈한 소통은 필수가 됐다. 방법도, 대상도 다양한 이들의 소통법에 기반한 팬덤 플랫폼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졌다.
◆돈 내고 대화한다…구독형 소통 플랫폼의 등장
팬심에 마음만 담던 시대는 지났다. 좋아하는 마음만큼이나 덕질에 중요한 건 경제력이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려면 보다 값비싼 티켓 가격이 필요하고, 각종 MD 상품을 결제하다 보면 지갑은 어느새 텅텅 빈다. 예전에는 누구나 접근 가능한 팬 커뮤니티에 글로 마음을 전했다면,이젠 연인과 모바일 메신저를 주고받듯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다만 이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조차 돈이 필요하다.
위버스 DM, 디어유 버블, 엠넷플러스 플러스챗 등의 플랫폼을 통해 연예인과 1대1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유료화 시스템 가격은 4000원 중반 수준이다. 플랫폼에 따라 설정된 룰도 이채롭다. 가입 일자에 따라 작성할 수 있는 글의 길이가 달라지고, 연예인에게 보낼 수 있는 메시지 수의 제한이 존재하기도 한다. 이용자는 원하는 연예인에 따라 플랫폼을 선택한다.
국내 팬덤 플랫폼 시장은 디어유 버블과 위버스의 비중이 크다. 디어유는 메시지를 통한 직접 소통에 방점을 뒀다. 2017년 설립된 디어유는 2020년 월 구독형 프라이빗 메시지 플랫폼 버블을 시작한 구독형 팬덤 플랫폼의 시초다. K-팝 스타나 배우, 스포츠 스타의 메시지를 1대1 채팅방으로 수신하고 답장을 보낼 수 있는 서비스로 국내외 약 200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큰 규모의 팬 소통 플랫폼이다.
요즘 디어유는 해외 시장 확대로 활로를 찾고 있다. 지난해 말 중국 내 최대 음원 플랫폼 사업자 텐센트뮤직과 협업을 발표한 디어유는 지난 6월 현지 서비스 버블을 출시해 반등을 꾀했다. 이미 지난해 일본과 미국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후 등장한 팬덤 플랫폼들은 팬 소통에 목적을 두고 보다 폭넓은 서비스로 수익 창출을 이뤄가고 있다. 업계 선두는 하이브 자회사인 위버스다. 2019년 출시 이후 공룡 플랫폼으로 급속 성장한 위버스는 일대일 소통, 실시간 라이브 등 기본적인 소통 서비스 외에도 광고 제거, 주문형비디오(VOD) 오프라인 저장, 아티스트 음성 강조, 인공지능(AI) 화질 개선 등을 추가해 수익 구조 다변화에 나섰다.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하이브 소속 연예인을 비롯해 입점 IP를 꾸준히 확장하고 있으며, 월간활성이용자수(MAU) 900만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CJ ENM·카카오엔터…IP 탄탄한 챌린저
기존 팬 플랫폼들의 성과에 경쟁 플랫폼들이 대거 등장했다. 론칭 3년 만에 글로벌 누적 가입자 4000만명을 넘어선 엠넷플러스는 엠넷의 강점인 오디션 프로그램의 투표, 실시간 중계 서비스 제공이라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며 등장했다. 연예인과 팬의 소통은 서브 어플인 플러스챗을 통해 이뤄지고, 본진인 엠넷플러스 어플에는 다양한 즐길 거리가 마련돼 있다.
특히 최근 종영한 글로벌 오디션 프로그램 보이즈2플래닛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지난 9월 월간 MAU는 2000만명, 일간 활성 이용자(DAU)는 762만명을 돌파하며 기록적인 수치를 썼다. 이용자의 주류는 전세계 잘파세대 여성 고객으로 24세 이하 고객 비율이 69%로 나타났다. 또 올해 중국 고객이 급성장하며 전체 트래픽의 약 80%가 해외 이용자로 나타났고 그중 한중일 고객이 약 60%를 차지했다.
투표, 서포트, 라이브 스트리밍, 실시간 토크 등 고도화된 팬터랙티브 기능은 이용자의 참여도를 극대화한다. 보이즈2플래닛 파이널 생방송 투표는 초당 7만 표가 집계될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얻었다. 자체 제작 오리지널 콘텐츠 확장에도 공을 들이며 2026년에는 4배 규모의 투자 확대를 예고했다. 엠넷플러스 김지원 사업부장은 “라이트 팬덤을 코어 팬으로 만들고, 코어 팬덤은 더 깊이 K-팝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지향한다. 이를 위해 광고 기반 무료 시청 모델로 사용자의 접근성을 강화해 저연령대 및 라이트 팬덤도 과금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소개했다.
올 초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팬덤 플랫폼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카카오의 팬덤 플랫폼 베리즈는 18개 언어의 번역과 팬덤 문화에 맞춘 AI 라이브 스트리밍 등을 활용한 팬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엔터의 강점은 레이블의 활용이다. 자회사로 둔 가수·배우 기획사를 통해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다. 데뷔 17년 만에 베리즈로 첫 팬 커뮤니티 활동을 시작한 아이유는 베리즈의 대표 IP로 실시간 라이브, 실시간 댓글 등으로 팬과의 교류를 강화하고 있다. 인기 드라마 및 신인 배우 오디션 등 콘텐츠 IP를 적극 활용 중이다. 계열사인 SM이 최대주주로 있는 디어유가 1대1 소통에 집중한다면, 베리즈는 연예인과 크리에이터, 여기에 웹툰, 드라마, 영화 등 콘텐츠IP까지 포괄해 다양한 영역으로 차별화를 두고 있다.
여기에 프라이빗 메시지, 팬클럽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노머스 프롬, 커뮤니티와 멤버십 등 팬덤 비즈니스를 통합 지원하는 비마이프렌즈의 비스테이지도 또 다른 팬덤 플랫폼이다. 특히 비스테이지는 글로벌 흥행에 성공한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공식 멤버십 서비스를 시작해 주목받고 있다. 이외에도 팬덤에게 결속력을 주고 일원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특정 가수의 팬덤 플랫폼이 다수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다.
차우진 엔터문화연구소 대표는 “음원이나 공연 등의 직접수익은 줄고, IP와 콘텐츠 등의 간접수익 늘어나고 있으며, 이것이 팬덤 플랫폼이 중요해지는 이유”라며 “‘과거에는 어떻게 더 많은 팬을 모을까’였다면 앞으로는 ‘팬에게 어떤 가치와 경험을 제공할까’가 더 중요해졌다. 플랫폼이 팬덤의 깊이를 넘어 K-팝 팬들의 넓이를 확장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이제는 지속가능한 콘텐츠 플랫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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